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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앞의 생'으로 향하는 이들을 위해 [영화]

사랑이라는 이름의 신뢰, 신뢰라는 이름의 사랑

by 최수경 에디터
2026.07.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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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결말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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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영화 <자기 앞의 생>은 이 오래된 질문을 아주 조용한 방식으로 다시 꺼내 보인다.

 

어머니를 잃고 거리를 떠돌던 열두 살 소년 모모는 그 누구도 쉽게 믿지 않는다. 세상 역시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도둑질을 하고, 마약 판매상을 따라다니며, 살아남기 위해 거칠어지는 방법부터 배운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며 이전과는 다른 삶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서로 다른 믿음들 사이에서 방황하던 끝에 조금씩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다.

 

그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자기 앞의 생'이란 그저 주어진 삶이 아니라, 믿음과 선택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임을.

 

 

 

나를 위한 신뢰는 달콤하고, 너를 위한 신뢰는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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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모모가 처음 경험하는 신뢰는 마약 판매상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그는 역대 최고 매출을 만들어낸 모모에게 자신의 구역을 맡기고, 거래처가 모두 담긴 휴대전화까지 건넨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을 맡길 정도로 모모를 신뢰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 믿음이 진정한 신의(信義)가 아닌 사의(私意)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이 아니라, 자신의 목적을 위해 필요한 존재로 바라보는 마음. 그래서 그는 모모를 한 번도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잘못을 말해주거나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보다, 끊임없이 치켜세우고 원하는 것을 내어주며 자신의 곁에 붙잡아 둔다. 그 모든 친절은 결국 모모가 아닌 자신을 위한 것이다.

 

반면 코헨 박사와 마담 로사, 하밀 아저씨는 때로는 꾸짖고 때로는 기다리며 모모가 더 좋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기꺼이 기회를 내어주되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의 믿음은 무언가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한 사람의 성장을 바라는 목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끊어진 실을 꿰어내듯 이어지는 믿음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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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할 무렵, 하밀 아저씨는 자신의 가게에서 카페트 복원 일을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그들이 함께 복원하는 카페트에는 거대한 사자가 수놓아져 있는데, 하밀 아저씨는 코란의 가르침을 인용하며 사자는 강인함과 끈기 그리고 믿음의 상징이라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같은 사자를 모모의 내면에도 등장시킨다. 바로 그의 어린 시절부터 상상 속에 존재해왔던 암사자다.

 

처음 암사자는 모모에게 사람들을 공격하라고 부추긴다. 세상은 위험하니까, 상처 입기 전에 먼저 공격해야 한다는 내면의 불신이 만들어 낸 존재다. 하지만 마담 로사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암사자도 달라진다. 더 이상 적을 향해 달려가지 않고 모모와 함께 뛰어놀며, 마침내는 마담 로사의 무덤 곁에 나른히 몸을 누인다. 치열했던 내면의 전투를 끝낸 모모 역시 슬픔 속에서 비로소 평안한 미소를 짓는다.

 

그제야 하밀 아저씨가 복원한 것은 카페트만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쉽게 버리지 않고, 끊어진 실 하나까지도 다시 이어보려는 그의 마음은 결국 모모에게도 닿고 있었다. 영화는 사람에 대한 믿음 역시 그렇게 회복된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받은 신뢰가 끝내 모모를 다시 사람에게로, 그리고 삶에게로 이끌었듯.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앞의 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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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믿음은 자격을 증명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이라고 생각한다하지만 영화는 모모의 모습을 통해 그 순서를 조용히 뒤집는다누군가에게 먼저 믿음을 받은 사람은 그 믿음에 조금씩 응하며 살아간다그러는 동안 타인을 향한 신뢰만이 아니라자기 자신을 향한 믿음도 켜켜이 쌓여간다.

 

어쩌면 한 사람이 끝내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용기 역시, 그렇게 누군가에게 먼저 받은 믿음에서 시작될 테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이해해 줄 필요는 없다. 단 한 사람이라도 끝까지 나를 믿어준다면, 그리고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믿음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의 평생은 그저 견뎌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기꺼이 살아가고 싶은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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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작가이자 에디터입니다. 여행과 영화를 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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