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는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이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1977년 에르네스투 가이제우 정권 치하의 브라질 군부 독재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정치 스릴러물이다. 그러나 영화 관람을 마친 관객의 머릿속에는 정치와 스릴러 중 어느 한쪽도 생각보다 선명하게 남지 않는다. 기존의 영화들이 정치가 범죄 및 폭력과 맞물리는 순간을 포착하여 나름대로의 의미를 투영하는, 소위 전형적 장르 문법에서 벗어나 있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소년의 악몽', '신원 확인소', '수혈'이라는 세 개의 파트가 차례로 관객에 제시되는 동안 영화는 1977년과 2025년의 시점을 넘나들며, 감독의 말처럼 한 시대의 음험한 공기와 잔향을 그려낸다. 영화 속에서 그 시대의 공기와 잔향이 음험한 까닭은 당대의 군부 독재나 만연했던 인종 차별주의 등에 놓여있지 않다. 오히려 그러한 것들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화면 뒤로 숨겨버리는 영화의 독특한 화법이 관객으로 하여금 더욱 감독의 의도를 예민하게 감각하게끔 만든다.
이름뿐인 민주주의와 형식적인 정치적 개방 및 이완을 자처했던 독재 정권의 실체는 영화에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헤시피에서의 카니발 축제, 스필버그의 영화 <죠스>, 상어의 뱃속에서 나온 사람의 다리, 성적 소수자를 공격하는 '털 난 다리' 괴담 등이다. 관객은 영화가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주인공 마르셀루의 행적을 뒤쫓는다. 그러나 마르셀루 역시 자신을 가명 뒤에 숨기고, 자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머니의 그림자 뒤에서 헤매는 존재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관객에게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인내다.
우선 스릴러물의 기존 문법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배반하는 지점과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긴 러닝타임이 주는 부담감이 다소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일관된 호흡으로 이어지는 카메라의 시선과 그 너머를 상상하고 느끼며 따라가는 일은 충분한 인내 없이는 불가능했다. 영화에 직접적으로 등장하거나 묘사되지 않는 독재 군부의 시선이 곧 카메라의 그것과 일치한다고 가정하면 어떨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이후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알 수 없는 불쾌감과 섬뜩함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반복적으로 뒤섞이고 미끄러지는 비선형적 사건의 이미지들,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예감과 달리 무엇 하나 명쾌하게 확정되지 않고 떠다니는 대화들이 사실 보이지 않는 군부의 시선으로 읽힌 것이었다면. 마르셀루를 일종의 난민 피난소로 몰아넣고 그에게서 아들과의 시간을 앗아가는 바로 그 세력의 시선이 관객에게 전이될 때, 관객은 단순한 목격자의 위치에서 이탈하여 1977년의 생동하는 도시 속으로 빠르게 편입된다. 그리고 관객은 이제 카메라가 지닌 해부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상어의 뱃속에서 사람의 다리가 튀어나오는 사건은 그렇기에 충분한 전후 맥락이 주어지지 않아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해부하는 역할을 한다. 감시하고 지우려는 시선이 존재한다면 언제나 그 시선을 뚫고 나오는 무엇인가가 있다.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보이지 않는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야 했던 마르셀루를 뚫고 나온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편 마르셀루의 장인이 운영하던 영화관이 시간이 흘러 헌혈 센터로 대체된 것 역시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감독이 브라질을 '불쾌한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기억상실증을 택한 국가'라고 말했던 것처럼, 군부 독재 시대를 거쳐 사회 곳곳에서 피어났던 삶과 죽음의 기억이 결국 아버지 세대에서 아들 세대로 수혈되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과거에 대한 녹취와 문서를 통해 외면된 진실을 조사하고 해석하고자 하는 누군가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들은 과거에 관심을 갖지 않고 기억을 상실한 채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간다. 관객이 영화 속 누군가와 시선을 공유한 것처럼.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는 전반적으로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도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놓치지 않으며 한 시대의 수상한 공기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 하지만 브라질의 역사와 문화를 모르는 관객 입장에서는 그 호흡을 끝까지 따라가기가 다소 버거운 측면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기존의 문법에서 벗어나 새롭게 범죄와 폭력을 다루는 스타일이 신선했고, 그전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스릴러 영화의 일면을 알게 되어 새로운 것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필류 감독의 전작들을 보고 난 다음 다시 한번 <시크릿 에이전트>를 감상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