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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파가니니가 살아온 19세기 이탈리아는 강력한 가톨릭 전통 아래 새로운 근대성이 태동하던 시기였다.

   

이탈리아는 교황령이 중심으로 남아 있었고,  결국 종교는 단순 신앙을 넘어 정치와도 연결돼 있었다.

  

그런 분열적이고 혼란스러운 배경 속에서 파가니니는 바이올린을 다시 전면에 내세우며, 개인의 감정 표현과 극적 전개를 표방한, 낭만주의적 예술성을 끌어올린 천재이다.

 

그의 천재적인 재능과 초월적 기교는 당시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사람들은 그의 뛰어난 재능, 독특한 외모와 사생활에 "그가 악마와 계약했다"고 표현하였다. 처음에는 단순 농돔이나 과장에서 시작했을지 몰라도, 그 꼬리표는 점점 퍼져나가 훗날 파가니니가 사후 교회장례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기까지 영향을 미쳤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니콜로 파가니니의 사후, 그의 아들 아킬레 파가니니가 그의 불명예를 씻어내고, 제대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종교재판을 거치며 니콜로 파가니니의 진실과, 그의 고독한 예술적 삶을 밝혀내가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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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마의 재능, 그 뒤의 진짜 파가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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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파가니니>가 그려내는 니콜로 파가니니는 악마에게 영혼을 판 극악무도한 사탄도,  피도 눈물도 없는 오만한 천재도 아니다. 그저 예술을 사랑한 한 인간이다.


파가니니의 이름을 건 카지노 사업이 파가니니의 거부로 무산된 뒤, 사억가 콜랭 보네르는 그에게 악감정을 품고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이때, 그가 선택한 수단은 바로 사제 루치오 아모스에게 그를 고발하는 것.


콜랭의 계락으로 파가니니가 무덤가에서 연주하는 것을 본 루치오는, 그가 인간의 살갗으로 만든 바이올린과 현을 가지고 있다는 콜랭의 증언을 믿게 되고 그를 악마로서 처단하고자 한다.


그러나 세간의 숱한 모함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속 실제 파가니니는 그 오명과는 전혀 다른, 그저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한 청년이다. 콜랭의 약혼자이자 가수의 꿈을 품은 샬롯은 파가니니의 뮤즈로서 그와 함께하게 된다.


상황이 파가니니를 악독하게 몰고 갈수록, 오히려 파가니니는 자신의 음악에만 매달린다. 당신을 악마로만 보고, 아무도 당신의 연주 자체에 귀기울이지 않으니 제발 연주를 그만두고 떠나라는 샬롯의 외침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는다.


파가니니에게 남은 것은, 언젠가 누가 그를 이해해줄 거라는 희망을 주는 것은 이전에도, 앞으로도 음악뿐이기 때문이다.

 

 


2. 종교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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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에 들어선 중세나 근세기 극초처럼 대규모로 사람을 처벌하는 종교재판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진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종교재판의 제도적 전통은 남아 있었고, 이단이나 교리 일탈을 경계하는 문화는 계속 이어졌다.


경이로운 재능을 품고 있는 파가니니는 마치 초인처럼 보였고, 그런 그를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오명은 그를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파가니니는 신보다는 자신이 서 있는 곳, 저와 함께하는 음악을 통해 사람과 연결되기를 소망한다. 그런 그와 대립하는 루치오는 신의 이름으로, 이단을 처벌해온 사제이다.


중세보다는 약해졌다고 하지만, 이 시기의 사람들에게 있어 종교, 이데올로기는 절대적이었다. 종교를 통해서만 사람은 교정할 수 있고 선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그런 교리를 전적으로 믿고 행해온 루치오에게 파가니니는 선도의 대상이었다.


파가니니와 대립하게 되며 그는 끈질기게 다시금 자신의 위치를, 자신의 계도를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그가 진실이라고, 옳다고 믿어온 가치를 파가니니가 계속해 부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루치오는 치열하게 파가니니와 맞부딪히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를 구원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그를 구하기 위해 애쓴다.

 

그러나 악마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길 원하지 않았던 파가니니는, 루치오의 제안대로 악마임을 인정하고 가벼운 처벌을 받는 대신, 계속해 연주를 이어나가길 택한다.

 

 


3. 예술과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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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니콜로 파가니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도 이 뮤지컬의 핵심적인 정동 중 하나지만, 그중 이 공연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힘, 그 모든 것을 납득시키는 것은 바로 파가니니를 연기한 배우들에 있다.


니콜로 파가니니는 KoN(콘), 홍석기, 홍주찬이 배역을 맡게 되었다.


초연부터 작품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액터 뮤지션KoN(콘)은 뛰어난 바이올린 실력과 연기력을 겸비한 독보적인 아티스트로, 최근 제13회 한류힙합문화대상에서‘K-바이올리니스트 아티스트상’을 수상하며 클래식을 넘어선 장르 융합 아티스트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바이올리니스트 홍석기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베토벤> 등 다수의 무대에서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며 탄탄한 실력을 쌓아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한번 파가니니 역을 맡아 보다 깊어진 연주와 연기를 선보인다.


뮤지컬 <할란카운티>,<이퀄> 등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캐릭터를 소화하며, 가창력을 입증한 그룹 골든차일드(Golden Child)의 홍주찬은 ‘클래식계의 아이돌’이었던 파가니니의 젊고 열정적인 면모를 자신만의 색으로 녹여낸다.


화려한 연출, 퍼포먼스와 함께, 바이올린 연주가 상당수 파가니니의 혼돈과 시련을 대변하는데, 이때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퍼포먼스는 관객에게로 하여금 색다른 감상을 품게 한다.


찌르는 듯한 라 캄파넬라, 그것을 눈앞에서 연주하는 배우들. 거기에서 우리는 다시금 이 모든 것이 ‘예술’을 만들어가는 한 과정 속에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예술가 파가니니를 연기하는 또 다른 ‘예술가’를 보고 있다는 레이어를 통해, 다시금 음악, 노래, 춤,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연기, 종합예술의 극치를 다시금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니콜로 파가니니가 품은 고독, 예술가로서의 비애, 그럼에도 다시 뛰어들 수밖에 없는 예술의 찬란함. 그 공백은 바로 연주와 퍼포먼스로 설명된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8월 3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기회가 된다면 관람을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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