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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퍼포먼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뮤지컬 〈파가니니〉가 6월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으로 돌아왔다.


뮤지컬 〈파가니니〉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빼어난 실력으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까지 불렸던 남자 ‘니콜로 파가니니’의 아들, ‘아킬레 파가니니’가 아버지의 시신을 묘지에 안치하기 위해 종교재판에 참석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킬레는 신부이자 악마 사냥꾼, 인퀴지터인 ‘루치오 아모스’와 대립하며, 매장 허가 재판에서 아버지의 무죄를 주장한다. 무려 36년이다. 살인을 저지른 극악의 범죄자인 것도 아닌데, 파가니니 그 자신이 바로 악마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시신이 제대로 묻히지 못한 채 여러 곳을 떠돌아다녀야 했다.


현대인이 바라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이유일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중세 및 근대 초기 역사에 등장했던 마녀사냥이 정당성을 가졌던 것 역시 여성을 악마와 결탁하여 마녀가 된 존재라고 믿었던 탓이다. 악마를 믿었던 종교적 시대상. 파가니니의 재능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파우스트 모티브에 가까운 ‘악마와의 계약’ 설을 믿었으니, 시신을 묻지 않는 것이 그들에겐 도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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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킬레가 마지막 변론을 한 뒤 시간은 과거로 향한다. 사업가인 ‘콜랭 보네르’는 파가니니를 이용해 돈을 벌기 위해 카지노를 개장하나, 그것을 알게 된 파가니니는 이에 반대한다. 콜랭은 이에 분노하여 루치오 신부를 찾아가 파가니니가 악마라는 주장을 펼치고, 신부 역시 파가니니의 연주를 보고서 악마의 연주일 것이라 단언한다.


2막에서는 루치오와 콜랭의 대립이 눈에 띄었다. 퍼포먼스의 주인공이 파가니니였다면 스토리를 완성시키는 것은 둘의 존재였다. 카지노 무산에 대한 보상을 노리는 콜랭은 루치오 신부의 죄책감을 자극하고 협박하며 그를 움직이는 악역이다.


루치오 신부는 한때 바티칸에서 사람들을 악마로 몰아 사냥했다. 관객은 이 사냥이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나, 루치오는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그러나 무고한 자를 악마로 몰아 죽게 했다는 죄책감은 그를 악마 사냥꾼에서 물러나 변방에 자리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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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파가니니가 바티칸 악마 사냥꾼들에게 죽임당할 위기에 처하자, 루치오 신부는 다시 한번 ‘자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움직인다. 그는 파가니니가 죽지 않고 종교재판에 회부되기를 바라며 자백을 권유하지만, 파가니니는 끝까지 자기 뜻을 고수한다.


7분의 퍼포먼스, 파가니니는 화려한 연주와 함께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음악과 함께 천천히 무너져가는 듯했다. 가요가 보통 3분이고, 숏츠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2분짜리 노래도 가끔 보인다. 그런데 객석에 앉아 있는 나에게는 7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갔다. ‘폭발’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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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일반적인 뮤지컬과의 차이점이었다. 보통 일반적인 뮤지컬은 라이브 세션 혹은 오케스트라와 함께 진행되고, 연주자들은 배우들과는 다르게 오케스트라 피트 아래나 무대 뒤편 등 잘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연주한다.


그러나 배우가 연주자가 되어, 무대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서 연주한다면 어떨까? ‘니콜로 파가니니’ 역할은 일반적인 뮤지컬 배우가 소화할 수 없는 영역이다. 연기만으로는 역할을 소화할 수 없는 탓이다. 주연 배우로서의 연기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연주까지 해야 한다.


실연을 짧게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뮤지컬 〈렌트〉에서도 주인공 배우의 기타 연주가 잠깐 나올 정도니까. 하지만 7분간의 연주다. 클래식 중에서도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한, 뮤지컬에서도 수없이 언급되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와 카프리스를 락 클래식 연주로 재현하는 것이다.


이는 정말 쉽지 않은 시도다. 핸드싱크로 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동시에 바이올린 기교를 무대 위에서 직접 보여줌으로써, 파가니니가 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 불렸는지를 관객 스스로 납득하게 만드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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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수인

 

 

이처럼 까다로운 니콜로 파가니니 역할을 맡은 ‘액터-뮤지션’, 즉 연주자이자 뮤지컬 배우를 겸하는 주연들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 최초의 액터-뮤지션으로 초연부터 파가니니를 맡아온 KoN, 2024년 공연으로 데뷔해 액터-뮤지션으로서 기반을 다진 홍석기에 이어, 골든차일드 출신으로 뮤지컬 활동을 이어오던 홍주찬 역시 이번 작품으로 액터-뮤지션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6월 20일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파가니니〉는 8월 3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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