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힙합은 나와 거리가 있는 음악이었다. 내 취향의 힙합 음악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도 있을 테지만, 힙합이라고 하면 부와 명예 등을 과시하는 문화뿐이라는 선입견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칸예 웨스트가 내한했을 무렵, 그가 왜 그렇게 유명한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음악을 찾아 들었었다. 그러고는 굉장히 놀랐는데, 첫째로 전형적 힙합 사운드와 차별화되었고, 둘째로는 내가 아는 곡들을 차용했는데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그의 곡 대부분은 샘플링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과 그가 샘플링의 선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칸예의 곡 중 내가 좋아하는 곡과 연관된 ‘Stronger’와 ‘Heard 'Em Say’, 그리고 샘플링에 관해 이야기해 볼 것이다.
Stronger
먼저 소개할 Stronger는 2007년에 발매된 칸예의 정규 3집 Graduation의 타이틀 곡이다. Daft punk의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샘플링한 곡으로, 원곡을 알고 있다면 도입부에서 바로 알아챌 수 있다.
Daft Punk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일렉트로닉 뮤직 듀오로, 하우스 음악을 대중화 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의 대표곡 중 하나인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은 기계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프렌치 하우스 곡이다.
나는 원래도 이 곡을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처음 접하고 굉장히 통통 튀는 음향이 매력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어릴 적에 아빠가 Pentatonix의
사실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역시 다프트 펑크가 1979년 Edwin Birdsong의 ‘Cola Bottle Baby’를 샘플링해 만든 곡이다. 앞부분의 키보드 리프와 펑키한 사운드를 그대로 가져가서 사용했다. 이처럼 이미 샘플링되어 만들어진 곡을, 다시 한 번 칸예가 샘플링한 것이 ‘Stronger’이다.
Daft Punk의 원곡은 기계적인 음향이 돋보이는데, 칸예는 도전적으로 여기에 드럼 비트를 새롭게 추가하여 힙합으로 재탄생시켰다. 원곡보다 템포를 늦춘 상징적 기계 보컬의 멜로디와 랩이 어우러지는 구성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느낌을 만들어낸다. 신시사이저와 드럼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기존 곡과는 다른, 자신만의 기승전결을 만들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Heard 'Em Say (feat. Adam Levine)
다음으로 이야기해 볼 곡은 ‘Heard 'Em Say’로, 2005년 발매된 칸예의 정규 2집 Late Registration의 수록곡이다. 이 곡의 감상 포인트는 두 가지인데, 그 두 가지 지점은 각각 샘플링과 연결된다.
곡의 도입부에서는 서정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동시에 곡에 생기를 더해주는 피아노 리프가 귀를 사로잡는다. 이는 미국의 R&B 가수 나탈리 콜의 ‘Someone That I Used To Love’의 도입부 피아노 선율을 가져온 것이다. 원곡은 1980년대 R&B답게 굉장히 벅차고 애달픈 느낌이 드는 곡인데, 칸예는 템포를 올려서 곡의 포인트로 사용했다.
내가 ‘Heard ’Em Say’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마룬파이브의 보컬인 애덤 리바인의 노래가 등장하는 부분이다. 훅에서 “Nothing lasts forever, but be honest babe..”라는 가사로 노래되는 부분이다. 이는 마룬 파이브의 ‘Nothing Lasts Forever’라는 곡의 훅 멜로디와 동일하다. 원래 마룬파이브의 해당 곡을 좋아했기 때문에, 칸예의 곡을 들었을 때 굉장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Heard ’Em Say’의 작업 과정에는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한 시상식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칸예 웨스트와 애덤 리바인이 옆자리에 앉았고, 둘은 각자 작업하던 곡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서로의 곡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느껴 두 작업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곡을 만들게 된 것이다.
내가 무엇보다 이 곡을 듣고 놀랐던 이유는, 먼저 알고 있었던 마룬파이브의 곡보다 칸예의 곡에서 애덤 리바인의 멜로디가 더 잘 살아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샘플링으로 사용된 피아노 리프를 배경으로, 칸예의 랩과 비트와 함께할 때 보컬이 하이라이트를 맺어주는 느낌이 들어 더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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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플링을 잘하는 것은 새로운 곡을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위대한 능력이다. 어쩌면 누군가 새롭게 만들었다는 곡도, 앞선 아티스트들의 작업에 영향받았거나 장르의 관습을 이어가려는 성향이 반영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전형적이고 진부한 곡을 만들 바에, 기존에 있는 곡을 빌려서 독창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음악적으로 훨씬 더 의미 있다.
또한 칸예의 작업은 장르를 넘나들고 조화시키는 작업으로, 그는 늘 재즈나 R&B, 하우스 등을 힙합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를 해 왔다. 이러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이전 시대의 음악을 풍부하게 알고,이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장르 간 화합을 이루어내야 하며, 또한 자신의 방식으로 편곡하고 랩 라인을 덧붙일 수 있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칸예 웨스트의 음악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힙합에 대한 나의 편견은 깨졌다. 이토록 다양한 형태로 힙합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처음에 제기한, 그가 왜 그토록 찬양받는지에 대한 의문은 독창적인 재해석 능력이라는 답으로 해소되었다. 음악을 통해 과거의 유산을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능력을 증명해 왔기에, 칸예 웨스트는 인정받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