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갈래 중 하나인 시는 자연이나 인생에 관하여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글이다. 시를 쓰는 과정에서 사람은 세상을 바라보며 느낀 감각과 생각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에는 처음으로 시를 써 내려가는 할머니들이 등장한다.
70대가 넘어서야 문해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영란, 춘심, 인순, 분한은 "늙으면 죽어야지"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로 향한다. 글자를 배우는 일은 쉽지 않지만, 새로운 글자를 익혀 나가는 과정은 설렘이기도 하다. 문해 학교의 교사 가을은 할머니들에게 지금까지 배운 글자로 시를 써 보자고 권한다. 자신은 시를 쓸 수 없다며 망설이던 할머니들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을 담아 시를 쓸 수 있다는 가을의 응원에 용기를 얻고, 천천히 자신만의 시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글자를 배우고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말을 기록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소통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문해 학교에서 글자를 배우는 일은 할머니들에게 단순히 읽고 쓰는 방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 자신이 살아온 삶을 글로 남기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과정이 된다. 함께 시를 읽고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은 글자가 존재하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할머니들이 써 내려간 시에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느꼈던 감정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담겨 있다. 첫사랑 앞에서 수줍어했던 기억, 노래자랑에 나가고 싶었던 마음, 손자에게 동화책을 읽어 주지 못했던 부끄러움까지. 삶의 크고 작은 기억들은 시가 되어 서로에게 전해지고, 관객에게도 전달된다. 자신의 마음을 글로 써 내려가고 그것을 함께 나누는 과정은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비로소 꺼내어 놓는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집안일을 해야 했기에, 가족을 돌보는 것이 여성의 역할이라고 여겨졌던 시대를 살아왔기에, 그리고 여자였기에 글자를 배우지 못했던 할머니들은 이제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할머니들은 더 이상 누군가의 아내나 어머니, 할머니라는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 아니다. 자신만의 삶과 기억, 감정을 지닌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주인공이 된다. 작품은 오랫동안 기록되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시를 통해 무대 위에 올리고, 그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조용히 들어주며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도록 돕는 이들도 있다. 예산 부족으로 문해 학교가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음에도 가을은 끝까지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고 시를 쓸 수 있도록 애쓴다. 한편, 다큐멘터리 감독 석구는 처음에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자신이 만들어 온 작품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점차 글자를 배우고자 하는 진심과 그 안에 담긴 삶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게 된다.
결국 다큐멘터리는 이야기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넘고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더욱 많은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함께하는 인물이 된다.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원작으로 한다. 실제 할머니들이 써 내려간 시는 뮤지컬이라는 또 다른 형식을 통해 새로운 관객들과 만나게 되었다.
문해 학교 학생들과 비슷한 세대가 아닌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공감의 이야기라기보다 경청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교사 가을과 다큐멘터리 감독 석구처럼 관객 역시 할머니들의 삶을 함께 지켜보고 귀 기울이는 위치에 서게 된다. 실제 할머니들의 삶과 그들이 남긴 시를 무대 위에서 마주하며, 젊은 관객인 나는 이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고, 자신의 삶을 기록해 가는 과정과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한다는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한글을 배우는 이야기를 넘어, 자신의 삶을 자신의 언어로 기록하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누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할머니들의 시는 특별한 문학 작품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삶이 남긴 기록이며, 작품은 그 기록을 관객 앞에 펼쳐 보이며 함께 읽고 들어줄 것을 권한다. 그렇기에 작품은 '글자를 배운다'라는 이야기를 넘어, 서로의 삶에 귀 기울이고 그 삶을 기억하는 일이 지닌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