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PRESS] 3년 차 페스티벌이 보여주는 이정표 - 아시안 팝 페스티벌

장소, 사람, 음악이 함께한 초여름의 추억

by 노현정 에디터
2026.06.07 18:32

 

 

KakaoTalk_20260602_020058682_04.jpg

 

 

3회를 맞은 아시안 팝 페스티벌은 올해도 자신만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이 페스티벌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아시안 팝'이라는 다소 넓고 느슨한 이름에 있다. 특정 장르를 정의하기보다 아시아라는 지역적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을 포용하며, 오히려 더 큰 자유를 획득한다. 현재는 동북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라인업이 구성되어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국가과 장르를 품을 가능성에 기대를 품게 된다. 그렇기에 지금의 아시안 팝 페스티벌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아시아 음악을 연결하는 새로운 허브로 자라나는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서구권 유명 아티스트의 내한 여부나 헤드라이너의 네임밸류에 지나치게 매몰되던 국내 페스티벌의 관성에서 벗어나, 아시아 음악의 자생력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국, 일본, 대만 등 서로 다른 씬의 음악을 한 자리에서 조명하는 태도는 올해 역시 일관되게 유지되었다.

 

국경을 넘어 좋은 음악을 즐겨보겠다는 마음이 페스티벌 곳곳에서 선명하게 만개했다.

 

 

KakaoTalk_20260602_015908624_19.jpg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관객이 오롯이 음악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잘 다듬어진 환경이었다.

 

무대 간 동선 배치와 관객 분산이 매끄럽게 이루어졌으며, 개최지인 파라다이스시티의 쾌적함은 페스티벌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F&B 및 편의시설의 뛰어난 접근성은 물론, 공연장과 숙박시설, 상업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인프라로 관객들은 피로감 없이 축제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라인업을 따라 4개의 스테이지를 바삐 오가는 코어 관객들과, 화창한 날씨 아래 여유를 즐기는 이들이 스트레스 없이 한 공간에 공존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이러한 공간적 짜임새가 있었다.

 

 

[APF2026]Homecomings_홈커밍스6 (1).jpg

 

 

홈커밍스 (Homecomings) | 무심하게 스며드는 청춘의 미학

 

이번 페스티벌이 남긴 가장 반가운 발견은 일본의 4인조 밴드 홈커밍스(Homecomings)의 무대였다. 사전 정보 없이 마주한 아티스트였지만, 페스티벌이 끝난 뒤 플레이리스트의 최상단을 차지하게 되었다.

 

홈커밍스의 음악은 청춘의 찰나를 담은 듯 푸르다. 맑은 기타 톤과 담백한 멜로디 라인이 보여주는 일관성. 이 모든 것이 야외 무대를 둘러싼 풍경과 완벽히 템포를 맞췄다. 페스티벌의 재미는 기대하던 공연에서 느끼는 짜릿함보다 낯선 밴드의 음악을 만나고, 다음 내한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순간에 있다. 이 진리를 홈커밍스의 음악으로 만났다.

 

앞으로 더 넓은 무대에서 이들의 성장을 다시 마주할 날이 기다려진다.

 


[APF2026] Ichiko Aoba2 (1).jpeg

 

 

아오바 이치코 (Ichiko Aoba) | 침묵으로 완성하는 세계

 

아오바 이치코의 무대를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단어는 '체험'이다. 그리고 이번 라이브 역시 체험 외에는 대체할 단어가 없다고 느껴졌다.

 

이전 공연 후 1시간 정도의 준비 시간 동안 관객들이 퇴장하고 다시 들어오는 것이 흔히 보이는 풍경이었는데, 아오바 이치코의 무대는 앞서 무대를 본 관객들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리허설조차 숨죽이며 듣는 모습에서 관객들이 아오바 이치코 음악에 갖는 애정과 존중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 시간 45분도 순식간에 흘러갔다. 연주가 시작되자 공연장 주변이 기묘할 정도의 정적으로 가득 찼다. 관객들은 미세한 숨결과 기타 줄의 마찰음 하나하나조차 포착하려는 듯 숨을 죽였다. 고도로 응축된 침묵이 그 어떤 폭발적인 사운드보다 몰입감을 선사했다.

 

공간 연출 또한 반가웠다. 아오바 이치코의 공연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스탠드와 편안한 의자, 협탁이 관객들을 금세 그의 방으로 초대시켰다. 꽉 찬 침묵을 뚫고 나오는 산새 소리 같은 보컬과 깊은 클래식 기타의 음색이 꿈처럼 강렬히 남았다.

 

아시안 팝 페스티벌의 시작부터 함께한 아오바 이치코인 만큼, 올해 역시 그 고유한 음악적 영토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시간이었다.

 


[APF2026] 김민규(델리스파이스, 스위트피) 4.jpg

 

 

김민규 (Kim Min Kyu) | 노스텔지어는 국경도 넘는다

 

김민규의 무대는 음악이라는 언어가 국적과 언어의 장벽을 어떻게 무너뜨리고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증명했다.

 

델리스파이스-고백의 첫 음이 울리는 순간, 관객들이 동시에 환호를 지르는 광경은 그 자체로 시청각적 쾌감을 줬다. 차우차우로 마무리하는 무대 앞에서 수많은 관객이 각자의 노스탤지어를 마주하고, 각자의 방식대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은 분명 페스티벌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수십 년의 나이 차를 가졌을 관객들이 하나의 음악에서만큼은 다 함께 녹아내린다는 사실이 괜시리 감동적이었다.

 

공연 이후 해외, 특히 일본 관객들이 SNS에 남긴 후기들을 찾아보며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사용하는 언어는 달라도 멜로디가 관통한 정서적 지점은 일치해 있었다. 그간 한국의 페스티벌 신이 일본의 대형 페스티벌의 포맷과 운영 방식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아왔다면, 최근 몇 년간 국내 페스티벌에서 형성된 흐름은 또 다른 궤적을 그린다.

 

서구를 경유하지 않고 아시아를 하나의 독자적인 축으로 삼아 촘촘한 음악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움직임, 그리고 그 중심 기점으로서 한국의 아티스트들과 플랫폼이 기능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PF2026] Sunset Rollercoaster 22.jpg

 

 

선셋 롤러코스터 (Sunset Rollercoaster) | 초여름 밤을 완성하는 하모니 

 

선셋 롤러코스터의 공연은 밴드의 이름 그대로, 하루 동안 이어진 페스티벌을 시청각적으로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리허설 단계부터 이미 본 공연 못지않은 집중력으로 음악을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에서는 밴드와 관객 사이에 쌓여온 깊은 정서적 유대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최근 앨범 수록곡과 이들을 한국에 널리 알린 대표곡들이 균형 있게 배치된 셋리스트 역시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Young Man'과 'My Jinji'를 공연의 마지막에 배치한 선택에서는 선셋 롤러코스터가 한국 관객들의 정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비교적 잦아진 내한 활동 덕분인지 한층 능청스럽고 자연스러워진 멤버들의 한국어 멘트와 위트 있는 무대 매너를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이 선셋 롤러코스터이니, 해가 질 무렵 노을을 가져와 이제 어두운 밤이 되었다는 너스레가 끝을 향해 가는 올해 페스티벌을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초여름의 밤공기 속에서 밴드의 음악에 몸을 맡긴 관객들의 실루엣 자체가 이번 페스티벌을 마무리하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남았다.

 


KakaoTalk_20260602_015957062_27.jpg

 

KakaoTalk_20260602_020236539_19.jpg

 

 

조금씩 달아오르는 열기 속에서 관객들은 잔디밭과 실내 공연장을 자유롭게 유영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페스티벌을 즐겼다. 홈커밍스의 푸릇한 음악을 배경으로는 관객들이 신나게 기차놀이를 하는 모습이, 선셋 롤러코스터의 리허설 사운드에 시작 전부터 음악에 몸을 맡기는 관객들이 그 즐거움을 보여줬다.

 

페스티벌을 방문하는 목적은 좋은 음악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앞서지만 반짝거리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페스티벌이란 결국 음악 아래 순수하게 놀고 싶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린이와 어른 할 것 없이 음악에 몸을 맡기고, 낯선 사람과 웃으면서 빙글빙글 도는 모습들이 초여름을 추억하는 풍경으로 남았다.


아시안 팝 페스티벌은 올해 역시 아시아 음악을 매개로 한 뚜렷한 정체성, 그리고 관객 친화적인 쾌적한 인프라의 시너지를 증명해 냈다. 안정적인 운영을 기반으로 낯선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즐거움과, 서로 다른 문화권의 음악이 융합하는 경험으로 여름을 열었다.

 

개최 3년을 지나며 색채를 점차 선명히 벼려내는 아시안 팝 페스티벌이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들과 함께 지평을 넓혀나갈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아티스트 사진: 아시안 팝 페스티벌 제공

현장 스케치: 최인영 @choinyoungc

 

 

 

Press 노현정.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