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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파민’이라는 말이 이곳저곳에서 정말 쉽게 사용된다. 흔히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물질이라고 알려져 있고, 요즘에는 짧고 강렬한 자극을 설명하는 말처럼 쓰이기도 한다.


나는 이 도파민이 좋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들이 좋다. 아무 생각 없이 넘겨보는 쇼츠, 게임에서 이겼을 때의 짜릿함,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빨리 도착하는 답장, 공연장에서 조명이 꺼지고 첫 음악이 울리는 순간. 이런 것들은 지루하게 가라앉아 있던 나를 순식간에 들뜨게 만든다.


그 순간의 나는 ‘선명함’을 느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하다고 느끼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쉽게 반응한다. 피곤하다고 생각했던 몸은 어느새 수십 개의 쇼츠를 넘기고 있고, 정적이었던 마음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크게 일렁인다. 이렇게 보면 나는 아주 단순한 사람 같다.


요즘 우리는 이런 상태를 너무 쉽게 ‘도파민 중독’이라고 부른다. 짧은 영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도, 자극적인 콘텐츠를 계속 찾는 것도 전부 도파민이라는 말로 설명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졌고, 느린 감정을 견디는 일에 점점 서툴러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끔 묻고 싶다. 도파민을 찾는 마음이 정말 그렇게 나쁘기만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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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자극을 찾는 마음은 단순한 게으름이나 중독이 아니라, 무뎌진 일상 속에서 아직도 나를 깨울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표정으로 하루를 통과하다 보면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평평해진다. 기쁘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고, 특별히 불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 같지도 않은 상태. 그럴 때의 강렬한 자극은 우리에게 아직 ‘우리가 반응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나는 이런 감각을 자주 원한다. 아주 사소한 장면이어도 하루 전체의 무게를 바꿔놓기도 한다.


문제는 이다음이다. 도파민은 나를 일깨워주지만, 동시에 나를 아주 쉽게 지치게 한다. 쇼츠는 한두 개만 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자극은 빠르게 나를 끌어올리지만, 그만큼 빠르게 나를 떨어뜨린다. 올라갔던 만큼 내려와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나는 자주 잊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도파민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가끔 부끄럽기도 하다. 나는 왜 이렇게 쉽게 흔들릴까. 왜 조금이라도 나를 건드리는 것들에 크게 반응할까. 왜 더 차분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지 못할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을 쓰려고 마음먹으면 결국 그런 순간들만 남는다. 안정적이고 무난했던 날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흔들었던 것들이 더 오래 남아 문장이 된다. 아무렇지 않았던 마음보다 크게 일렁였던 마음이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예술도 어쩌면 그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온다. 공연장에 앉아 있는 두 시간 동안 우리는 현실의 감각을 잠시 내려놓는다. 영화 한 편에 울고, 음악 한 곡에 과거를 떠올리고, 게임 속 세계에 몰입하며 현실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성취와 상실을 경험한다. 예술은 현실보다 더 압축적이고, 더 선명하고, 때로는 더 자극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허구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흔들린다. 안전한 방식으로 무너지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잠시 마음을 내어준다.


그렇다면 내가 도파민을 좋아하는 것도 완전히 부끄러운 일만은 아닐지 모른다. 나는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에 민감한 사람일 수 있다. 물론 그 민감함이 늘 긍정적인 결말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때로는 해야 할 일을 미루게 하고, 나를 불필요한 감정 소모 속에 밀어 넣고, 중요하지 않은 것에 마음을 빼앗기게 한다. 그러니 필요한 것은 도파민을 완전히 끊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에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일에 가까울 것이다.


나는 여전히 자극적인 것들이 좋다. 나를 웃게 하는 것, 한순간에 몰입하게 하는 것, 아무것도 아니던 하루를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좋다. 도파민을 좋아한다는 건 어쩌면 무언가가 나를 깨워주기를, 지루한 하루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마음이 반짝이기를 바라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천천히, 안전하게 도파민을 좇으려 노력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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