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Review] 어떤 쓰레기는 보물이다 - 펑크 [공연]

버려진 이들의 빛나는 목소리

by 김현진 에디터
2026.05.16 18:28

 

 

2055년, 인간들은 '에덴'에서 영생을 누리고, 노동력을 위해 만들어진 클론들은 '인페르노'에 버려져 살아가는 세상이다.

    

에덴에 가기 위한 시험에서 탈락한 클론 '레오'와 친구 '잭'. 이들은 에덴에서 인페르노로 악기를 가지고 내려온 인간 '글렌'과 AI '리베르'를 만나고, 펑크 음악을 배워 함께 연주하게 된다. 그러한 4인조 밴드가 결성되고 1년여 뒤, 이들 모두를 통제하는 AI '아르케'의 등장으로 더해지는 갈등과 그 끝의 결정을 담은 극이다.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방대한 세계관이 펼쳐지기에, 기본적인 설정들을 미리 알아간다면 초반부터 쉽게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 등의 깊은 주제를 건드림에도 너무 어렵거나 엄숙하지만은 않게 잘 풀어내려는 것이 느껴졌다.

 


박종찬+김서환.jpg

 

 

이 극의 첫 번째 매력은 인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악기'라는 물건으로, 마찬가지로 인간이 만들어낸 '음악'이라는 것을 연주하는 일. 친구들과 소소한 말장난과 웃음을 나누는 일. 무언가에 심장이 뛰고, 또 갈망하는 마음을 느끼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클론들은 인간들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기타와 베이스와 드럼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그들은 금세 그것들에 빠져든다. 배경은 약 30년 뒤의 미래지만, '음악'을 중심으로 본질적인 것들의 힘과 감동을 불러내는 극이다. 꼭 미래가 아닌 지금만 보더라도, 실제 악기보다는 기계로 만든 사운드가 더 많이 쓰이고, 하물며 AI가 손쉽게 음악을 생성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뜨겁고 생생한 열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역시 아날로그다. 손에 굳은살이 박여가며 직접 연주해야 하는 음악 말이다.

 

 

조은샘+김준식+황민수+황건우.jpg

 

 

두 번째 매력은 그러한 소재 자체다. 이 뮤지컬은 음악, 그중에서도 펑크록을 소재로 한다. 펑크록은 1970년대 유행했던 록의 한 장르로, 특유의 반항적인 정신이 두드러진다.

 

뮤지컬의 제목이기도 한 '펑크(punk)'라는 단어는 못 쓰는 것, 폐기물을 속되게 이르던 말인데, 극 중에서 인페르노는 클론들의 쓰레기장으로 칭해지는 공간이다.

 

즉 쓰레기장에서 다른 무엇도 아닌 야심찬 펑크록을 선보이는 것이다. 사실 펑크록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와 극 중 2055년은 시간적 차이가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점에서 SF 세계관과 과거의 장르가 신기하도록 잘 맞물렸다.

 

또, 록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뮤지컬이 흔하지는 않은 만큼, 해당 장르의 음악을 애호하는 관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다만 모든 넘버의 노래가 훌륭했으나 핸드싱크가 어긋나는 부분이 간혹 있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라이브 무대의 완성도를 높일수록 관객들의 몰입에도 더욱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jpg

 

 

이 극의 마지막 매력은 본공연이 종료된 뒤 진행되는 2~30분가량의 앙코르 무대였다.

 

배우들은 편안하고 유쾌하게 대화를 주고받기도 하고, 몇몇 넘버를 다시 공연했다. 관객들은 뮤지컬 제목이 적힌 응원봉을 꺼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그것을 따라 불렀다. 글렌의 음악이 레오에게 처음 가닿았던 것처럼, 이 뮤지컬의 에너지가 관객들에게도 온전히 와닿았다. 이 시간을 통해 비로소 극이 완성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배우들이 농담을 주고받다 80살까지 배우를 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넘버가 시작될 때는 정말이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날 좋은 어느 주말, 대학로의 지하 소극장에 몇백 명의 사람이 모여 같이 웃고 노래하고 방방 뛰는 순간. 그 순수한 즐거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삶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느꼈던 듯하다.


뮤지컬 <펑크>는 5월 31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되며, 예스24티켓과 티켓링크 등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뮤지컬_펑크_포스터.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