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이 2026년 3월, 17년 만에 한국 재연을 맞이한다.
강력한 색의 대조, 인물로 채워진 무대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아름다운 도시 베로나의 두 원수 집안, 몬테규와 캐플릿 가 인물들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뮤지컬은 의도적으로 상징색을 활용하여 두 가문의 갈등을 극적으로 풀어낸다. 로미오의 가문인 몬테규의 상징색이 파란색이라면, 줄리엣의 가문 캐플릿의 상징색은 빨간색이다. 두 가문의 단체 군무는 색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성격을 드러내는 동시에, 가문 사이의 갈등이 해소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상을 관객에게 각인시킨다.
같은 무대 위, 이 두 가문을 관찰자와 같이 바라보는 인물인 ‘죽음’이 있다. 본래 형체가 없는 죽음이라는 상태를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인물화하여 무대 위에 올렸다.
죽음은 무대 상단에서 모든 것을 조망하는 듯 인물들을 바라본다. 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결말이 죽음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암시이자, 흰색의 상징색으로 무대 위에 표현됨으로써 두 가문의 갈등을 해소할 가능성으로도 해석하게 했다.
파랑, 하양, 빨강의 색 배치는 프랑스 국기를 연상시키면서도, 극의 갈등과 해소를 담보하는 이중적 역할을 하게 된다. 색의 강렬한 대조가 유일하게 백색으로 희석되었던 순간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에 만나 사랑에 빠진 가면무도회라는 점도 색의 상징성을 고려한 연출로 보였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성에 있어, 또 하나 독특한 점은 군무의 적극적 활용이었다. 뮤지컬은 6인의 전문댄서와 24명으로 구성된 앙상블을 통해 화려하고 웅장하게 무대를 채웠다. 군무가 있는 뮤지컬은 많으나,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 규모와 빈도에 있어 타 뮤지컬들과 분명히 차이를 보인다.
아크로바틱과 현대 무용의 결합을 통해 각 인물과 가문의 감정을 쉬지 않고 표출하는 듯한 인상을 남겼다.
사랑이 반항이 되는 까닭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적인 사랑을 담은 고전으로, 다수의 미디어와 매체를 통해 수없이 재현되어 왔다.
두 가문의 갈등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를 죽음으로 몰아갔다는 플롯은 왜 계속 호명될까. 어차피 몬테규와 캐플릿 가문은 지속되어 온 가문 간 갈등으로 이미 수많은 일가친척이 죽어왔을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전의 죽음들이 적대와 폭력의 결과였다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은 사랑과 약속의 결과였다. 우리는 극 중 모든 죽음에 애틋함을 느끼지 않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이 지금까지도 이야기되는 까닭은 그것이 단지 죽음만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줄리엣의 아버지가 자신이 점찍어둔 사위 후보인 패리스 백작을 만날 수 있도록 열었던 가면무도회였다. 하지만 줄리엣은 로미오와의 만남과 별개로 아버지의 말을 따를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겠다는 말은 21세기에는 너무 당연한 말일지 모르겠으나, 당시 시대적 배경과 줄리엣의 신분을 고려했을 때 줄리엣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줄리엣 역시 마찬가지다. 줄리엣은 가문 간 갈등에 피로함을 느끼며, 불가능해 보이는 사랑일지라도 끝까지 책임지고자 노력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개인 간 연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적극적인 저항이며 세대의 교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아서 자신들의 사랑을 지킬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둘의 사랑에 의한 죽음은 이전 적대에 의한 죽음과 다르게 기억된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