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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연극의 내용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빅 마더. 연극의 제목과 마주하자마자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것을 떠올렸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1984>. 감시와 통제로 빚어진 숨 막히는 디스토피아. 그리고 그 상징과도 같은 빅 브라더.
그렇다면 이 연극의 제목은 왜 '빅 마더'인가. 전체주의 국가의 독재자 빅 브라더가 검열과 감시를 뜻하는 대명사가 되었다면, 빅 마더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작품은 무엇을 '빅 마더'로 지목하고 있는가.
연극은 시작부터 흥미롭다. 기자들은 누군가에게 쫒기고 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전해야할 진실이 있어 보인다.
사건의 전말은 대통령의 성추문 의혹으로 시작된다. 이것이 딥페이크에 의한 영상임을 확인한 뉴욕탐사 정치부 기자들은 인터넷 기록을 근거로 야당 의원을 범인이라 지목한다. 하지만 '투명사회연합'의 개입에 의해 상황은 그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뉴욕탐사가 거짓뉴스를 퍼뜨렸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그들은 수상하고 조직적인 선동에 의아함을 느낀다.
사건이 여기까지 진행되는 동안 뉴욕탐사 정치부 기자들―즉 오웬 그린의 팀을 제일 위협하는 존재는 투명사회연합처럼 보인다. 그들은 '투명성'을 강조하며 대통령제와 의회의 해체를 주장한다. 대의 민주주의가 아닌,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직접 민주주의는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오웬 그린의 질문에 투명사회연합의 대표는 말한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을 파악하고 실행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해당 기술을 가진 소수의 개발자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 아닙니까? 합당한 질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전말을 파악하던 오웬 그린의 팀원들은 투명사회연합의 배후에 '헌드레드 몽키'라는 집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헌드레드 몽키는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혼재하고,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진실'처럼 설계하여 제공하는 곳. 그들이 여론을 만들고 입맛대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다.
정황이 명백하지만 오웬은 더이상의 조사를 금지한다. 헌드레드 몽키에서 그의 딸 로즈가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를 이해하지 못한 팀원들은 자체적으로 조사에 나선다. 결국 그들은 실리콘밸리의 개발자 '하워드 머서'가 헌드레드 몽키를 설립했으며, 그가 투명사회연합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기술 권력이 정치 권력을 집어삼키려는 상황.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점점 빅 마더의 정체를 향해 달음박질치기 시작한다.
연극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한 가지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투명성, 기술과 통제, 진실과 권력. 그 치밀한 간극 속에서 기술이 가진 권력이 드러난다. 어디에도 들키지 않고 그저 흔적없이, 사람들의 휴대폰과 노트북에 조용히 숨어있던 스파이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빅 마더.
국민들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실리콘밸리에 의뢰한 프로그램. 그것이 하워드 머서의 손에서 악용되고 있었다. 권력의 획득을 위해, 알고리즘을 통해 '편리한 사실'을 제시하면서. 그러나 빅 마더를 의뢰한 정부 역시 귀책이 있기에 하워드 머서를 규탄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오웬 그린의 팀은 '진짜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분투한다.
온라인에 입력한 내 정보가 어디로 수집되는지 알 수 없는 세상. 그 정보들을 통해 나도 모르게 감시당하고 통제되고 있는 시대. 내가 바라는 것을 제시해준다는 명목 하에, 그들이 제공하는 것에 길들여지는 시스템. 이 거대하고도 위협적인, 동시에 조용하고도 편안한 빅 마더는 사실 지금도 우리의 현실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편리함이라는 이름을 내걸고서. 모든 것을 기술에 일임해버린 채 비판과 진실을 잃은 우리에 의해.
극 내에서 하워드 머서는 사람들의 머리에 칩을 심겠다고 말한다. 전형적인 디스토피아를 초래할 것 같은 발언이다. 기술을 활용해서, 공익을 위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그들과 함께했던 로즈는 이에 반발한다. 하지만 머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만으로도 피자를 배달시킬 수 있는 편리성'을 언급하며 그녀를 설득하려 든다.
그래, 편리성. 우리 모두가 기술에 의문을 제기하지 못하는 가장 합당한 이유가 악역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고 어려운 진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끝내 외면한다.
오웬 그린 팀이 목숨을 걸고 밝혀낸 진실 또한 마찬가지다. 대중들은 편리하게 진실을 외면하고 혼란에서 도망친다. 진실이 언제나 보답받는 것은 아니다. 선이 늘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신념있는 기자들의 목소리는 결국 묻힌다. 누군가의 끈질긴 진실은 단지 흔적만 남는다. 우리는 지금 연극이 아니라 현실을 보고 있다. 얼마든지 빅 마더가 실행될 수 있는, 어쩌면 실행되고 있는 세상을.
그렇기에 이야기의 끝, 막이 내리고도 남아있는 화면은 특히 의미심장하다.
Big Mother INITIALIZED
빅 마더가 초기화되었습니다
진실이 남긴 희미한 결실은, 마지막 질문으로 이어진다.
초기화된 빅 마더를 다시 실행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