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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개미굴 속 방치된 썩은 이빨 – 연극 '안산, 황금용' [공연]

보이지 않는 이들의 고통을 목격하는 시간

by 김정현 에디터
2025.12.23 16:55

 

 

한국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들로만 이루어진 국가였다. 어르신들은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고,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들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방 도시의 시내버스 안에서 외국인들을 마주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며,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학생의 절반 이상이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으며, 불법 체류 신분으로 우리나라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안산, 황금용》이라는 제목은 얼핏 하나의 지명과 가게 이름처럼 들리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지역과 수많은 가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보편적 현실이 담겨 있다. 안산은 어디에나 있고, 황금용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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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창작집단 상상두목 / c : 윤헌태

 

 

이 극의 중심 이야기는 타이-차이나-베트남 식당 '황금용'에서 시작된다. 제대로 된 이름조차 가지지 못한 채 '꼬마'라고만 불리는 한 아이가 이빨의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바쁘고 비좁은 가게 환경 속에서 직원들은 꼬마의 고통을 세심히 살필 여유가 없다.


애초에 병원을 갈 수 없는 처지이기에, 그의 고통을 제대로 치료해 줄 방법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직원 중 한 명이 파이프렌치로 꼬마의 이를 뽑아 버린다. 그것이 당시로서는 유일한 해결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우리는 그들이 겪는 폭력이 단지 누군가의 악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잔혹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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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창작집단 상상두목 / c : 윤헌태

 

 

그러나 뽑혀 버린 이빨에서는 멈추지 않는 피가 흐른다. 그 핏속에는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의 울부짖음이 담겨 있다. "한국으로 사라진 동생은 찾았는지", "한국까지 오기 위해 빌렸던 삼촌의 돈은 열심히 모으고 있는지"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꼬마는 흘러내리는 피를 붙잡고 다시 시작하고 싶었지만, 끝내 그것을 붙잡지 못한다.


피는 단순한 신체적 고통의 증거가 아니라, 짊어진 무게까지 흘러내려 감당하지 못한 책임감도 있었다고 보인다. 멈출 수 없는 쏟아짐에 결국 꼬마는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죽은 동료를 둘러싼 황금용의 직원들은 그를 정상적인 방법으로 보내 줄 수 없다. 그는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깊은 밤, 다리 위에서 그들은 꼬마가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황금용이 그려진 카펫에 시신을 둘둘 말아 강물로 던진다. 그가 생전에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그저 황금용의 로고가 새겨진 카펫 한 장, 그 작은 소유가 전부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죽어서조차 그는 그 카펫에 싸인 채로만 존재할 수 있다. 이 장면의 비극은 폭력적인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어서도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강물에 사라져야 하는 존재의 지워짐에 있다.


이 외에도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성매매 문제, 임신을 했음에도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 등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모두 썩어 문드러진 이빨에 비유되어 표현된다. 이미 썩어 버린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떻게든 입속에 남겨 두려는 모습은, 문제를 외면한 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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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을 보며 가장 기이하게 느꼈던 점은, 관객으로서 인물의 대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직접 연극 대본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배우들이 대본 속 지문을 그대로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숨 쉰다)", "(여기는 타이-차이나-베트남 식당 황금용이다.)"와 같은 문장처럼, 일반적으로는 지문으로만 설명될 법한 내용들이 배우들의 대사로 전달된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에게 일종의 거리두기 효과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극에 완전히 몰입하는 대신, 이것이 연극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무대 위의 이야기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임을 선명하게 느꼈다.


언제나 연극을 접할 때면 우리의 현실이 폭력적으로 드러난다. 연극은 수많은 베짱이가 썩은 이빨과 함께 개미굴 속으로 뛰어드는 현실을 비췄다. 그리고 어느새 겨울인지 여름인지도 모른 채 시간 속에 갇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잊은 채 살아가는 이들의 이면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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