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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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읽어봐도 이번엔 정말 잘 쓴 것 같은데, 왜 사람들은 내 글에 관심이 없는 걸까? 하는 의문. 나 역시 나름대로 오래 글을 써온 사람으로서 한두 번 해본 고민이 아니다. 사실 정확한 답을 알 수 있는 종류의 문제는 아니다. 내가 쓰는 모든 글마다 독자들에게서 정성 어린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어떤 전지전능한 글쓰기의 신이 있어 원할 때마다 미리 원고 검토를 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임승수 저자의 글쓰기 노하우가 담긴 신간 저서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에도 비슷한 질문이 등장한다. ‘내가 볼 땐 잘 쓴 것 같은데 남들은 아니라네요. 뭐가 문제죠?(65쪽)’ 뒤이어 저자는 아주 명쾌한 답변을 준다. ‘당연히 당신이 쓴 글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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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철학적이기까지 한, 아주 근본적인 질문이다. 언뜻 보기엔 상당히 추상적이지만, 사실은 아주 직접적인 힌트를 주고 있다. 제목을 잘 보라.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지 묻고 있지 않은가. 저자는 왜 책 제목을 ‘세상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라고 적지 않았을까? 나 한 사람보다 이런 사람들이 몇십억 명은 모여있는 바깥세상이 훨씬 더 넓고 다채로운데 말이다.

 

책을 쓰는 건 결국 ‘나’다. 내가 생각하고, 내 손을 움직여서, 내가 글을 쓴다. 저자는 그 점을 가장 명확히 짚고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글쓰기 노하우 실용서임에도 처음부터 바로 가르침을 주지는 않는다. 1장의 제목은 ‘작가가 된다는 것’이고, 그 장의 첫 번째 소제목은 ‘나는 왜 작가가 되었는가’이다. 결국 독자가 책을 열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이 책을 쓴 ‘나’, 즉 저자의 존재다.

 

그렇게나 중요한 존재인 ‘나’라면, 아무 이야기나 적어도 모두가 받아들여 주지 않을까? 별로 그렇진 않다. 왜냐하면 나는 ‘나’지만, 쟤도 ‘나’고, 얘도 ‘나’고, 걔도 ‘나’기 때문이다. 일인칭 시점으로 살기 때문에 잊기 쉽지만, 이 세상은 결국 수많은 ‘나’들로 이루어진 곳이다. 다른 사람도 그 사람만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왜 굳이 돈과 시간을 써서 남인 내 얘기를 읽어야 하겠는가? 아니, 여기까진 다 좋다. 그런데 왜 내 얘기는 안 읽으면서 내 옆 사람의 이야기는 읽는단 말인가?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말한다. 정확한 독자층을 설정하고, 그들을 날카롭게 겨냥해야 한다고. 임승수 저자는 과거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과 <와인과 페어링>이라는 와인에 대한 책을 출간한 적이 있고, 두 책은 모두 상당히 좋은 결과를 거두었다. 그렇다고 그가 와인 전문가였던 것은 아니다. 대신 그는 ‘와인 분야’의 기존 독서 생태계를 정확히 분석해 오히려 초보자용 책이 부족하다는 색다른 허점을 짚어냈다. 그래서 그는 진지한 분석서 대신 쉽게 읽히는 재미있는 내용의 책을 썼고, 그의 책은 그대로 와인 분야 베스트 1위 도서가 되었다.

 

만일 비슷한 시기에 와인 도서를 써냈지만 1위를 하지 못한 작가가 있었다면 그 역시 이 질문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볼 땐 잘 쓴 것 같은데 뭐가 문제죠?’ 그러면 나는 이렇게 대답하겠지.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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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분석을 하고 정확한 독자층을 설정한다. 좋다. 하지만 좋은 글이 되려면 필요한 전제가 하나 더 있다. ‘좋은 글이란 ‘목적’을 달성하는 글이다(78쪽).’

 

분위기 좋은 식당. 왁자지껄한 연말 분위기. 맛있는 음식과 달큼한 술. 다 같이 기분 좋게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한 사람이 건배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모두가 한껏 기대를 품고 바라보는 가운데 그 사람은 싱긋 미소 짓고는 서두를 꺼낸다. “나 때는 말이야…….”

 

그 뒤로 그가 얼마나 교훈적이고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를 이어 나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장담컨대 그 짧은 한마디를 듣자마자 몇 사람들은 단박에 웃음을 잃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정말 훌륭한 지침이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정말 지금 자리에서 필요한 말이었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에도 재미있는 예시가 나온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전자제품 설명서는 이용자가 손쉽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목적인 글이다. 그런데 감동을 주겠답시고 설명서에 ‘이 제품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지 않습니다’라고 적으면 어떻게 될까? 김치냉장고를 설치하던 사람이 그 글을 읽고 갑자기 너무나 감동해서 당장 시집을 사러 서점으로 달려갈까, 아니면 악플을 남기러 회사 홈페이지로 달려갈까?

 

나는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글을 써보았다. 여기 아트인사이트 말고도 현재 활동 중인 인스타 매거진이 있는데, 특히나 흐름이 빠른 SNS에 글을 쓰면서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들을 몸소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먼저 정확한 독자층을 좁혀내야 한다. 예를 들면 20대 여성. 입시 소식을 전해주는 계정이라면 40·50대 남녀일 테고, 게임 공략 계정이라면 10·20대 남성, 이런 식으로. 그리고는 그 사람들이 ‘읽기 원하는’ 글을 쓴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상대방이 읽고 싶어 하는, 상황과 목적에 맞는 글을 써야 한다.

 

물론 내가 쓰고 싶은 걸 쓴다고 해서 큰 문제가 일어나는 건 아니다. 다만 숫자가 증명할 뿐이다. 이런 경우는 조회 수와 반응 수가 몇 배씩 차이가 난다. 책을 읽고 독서 계정에 서평을 남기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읽어 주겠지만, 맛집 얘기만 하던 계정에 갑자기 책 서평을 남기면 맛집 소식을 위해 팔로우하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며 팔로우 취소를 할 것이다. 결국 그런 것이다. 그리고 ‘왜 사람들이 안 읽어 줄까’에 해당하는 글을 상당히 자주 써내는 나로서는 이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가 마치 사막의 단비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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