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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책이 되는 문장들에 대하여 -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도서]

소재가 글이 되고 문장이 되고 책이 되기까지

by 최아정 에디터
2025.12.2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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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작가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읽으며 나는 기억 속 오래된 강의실 하나를 다시 열었다. 대학생 시절, 출판기획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같은 과 친구들과 팀을 이루어 출간하고 싶은 책을 기획했었다. 당시 시장 상황, 경쟁 도서, 차별 포인트 등 치열하게 이야기하고 발표 준비를 한 기억이 있다. “책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를 묻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나는 책이란 막연히 잘 쓰면 책이 된다고 믿었다. 글이 좋거나, 시장성이 있거나, 소재가 좋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판기획 수업을 들으며 그게 다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누가 이 책을 읽는가, 왜 필요한가? 시장에 내놓았을 때 왜 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좋은 글을 놓고도 짜임새 있는 목차와 제목을 위해 편집자들은 수개월까지 제목을 논의한다. 임승수 작가는 서점 베스트셀러로 비치돼 있는 책들을 본 적이 있었다. 작가에 대해 잘 몰랐지만 책 제목이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이유리 작가의 기울어진 미술관도 재밌게 본 기억이 있었는데 둘이 부부 작가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임승수 작가가 특별한 무엇을 억지로 찾으려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살아오며 쌓아온 경험과 생각, 반복해온 고민을 들여다보라고 권한다. 특별한 소재를 찾기보다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보편적인 질문으로 확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문장들은 명쾌하다. 책을 보다 보면 에둘러 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네가 쓰는 글이 말이 되지 않아도 계속 써봐라, 희망을 잃지 말아라 같은. 흙 속에 박힌 보석처럼 언젠가는 지상 위로 올라오면 사람들이 봐줄 거라는 믿음을 주는 내용들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임승수 작가는 내가 볼 때 잘 쓰는 거 같아 보여도 남들이 아니라면 아닌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글 솜씨와 감수성이 뛰어난들 사람들에게 읽히고 팔리고 또 회자되는 게 진짜 보여주는 글 아니겠는가.

 

이 책은 희망을 과장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책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고, 출판은 여전히 냉정하며, 기획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작가의 솔직한 태도가 이 책을 신뢰하게 만든다.

 

책의 초반부에서 좋은 글이란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프랑스 문학의 거장 에밀 졸라는 제르미날을 쓰기 위해 직접 탄광촌에 들어가 광부들과 생활하며 노동조건, 기숙사 환경, 급여 체계까지 세세히 조사해 『분노의 포도』를 집필했다는데……. 책 한 권을 만드는 일은 치밀함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수백 번의 퇴고, 글을 완성해서도 어떻게 엮을지 구상할지 아이디어를 내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어떻게 하면 쉽게 읽히는 글을 쓸 수 있는지 소소한 팁들이 실려있다. 작가가 고치기 전 고친 후 글들의 예시를 보여주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려주니 쉽게 이해가 되었다. 주술 호응과, 단문, 지시어 남용 등 분명히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문장을 쓸 때 쓰게 되어 글의 호흡을 방해하는 습관들을 잘 짚어주었다. 임승수 작가의 오랜 내공이 책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나는 오래된 노트를 한 권 꺼냈다. 한 번씩 끄적이기도 하고, 끝내 완성하지 못한 기획 메모들이다. 그때는 실패한 과제처럼 보이던 문장들이 조금은 다르게 읽혔다. 아마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이런 것일 거다. 흘려보냈던 생각과 경험을 다시 책의 가능성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무엇을 써야 할까”를 묻는 책이 아니다. 내가 이미 써온 것 중 무엇을 다시 불러올 것인가를 되묻게 했다. 출판 혹은 책 쓰기를 꿈꾸었지만 아직 문 앞에 서있는 나. 책을 덮으며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글 쓰는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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