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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아, 당신은 또 누구인가. 있는 힘껏 연락처를 찾아내고는 문자 하나 보내지 못하는 당신은 누구인가. 사진첩을 뒤져보다 몹시 반가웠던 당신은 누구인가. 동명을 발견했을 뿐인데 갑자기도 생생해진 당신은 누구인가. 꿈속에서 또렷하듯 흐릿했던 당신은 누구인가. 내 말투를, 몸짓을, 손짓을, 습관을, 취향을 만들었던 당신은. 오늘의 당신은 당최 누구란 말인가. 나는 매일같이 달라지는 당신이 매일같이 그리워 수신자도 적지 못한 채 편지를 시작한다.

 

새해가 그해가 되어 전해가 된다. 새 사람이 내 사람이 되어 옛사람이 된다. 나는 그렇게 수십 번의 새해를 맞았고 수백 명의 새 사람을 맞았다. 수십 번의 전해를 남겼고 수백 명의 옛사람을 남겼다. 마음을 마저 다 주지 못한 채 또다시 새 사람을 맞았고, 그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채 또다시 새해를 맞았다. 어김도 없이 또 올해를 맞았다.

 

당신은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다. 당신은 연상이기도 하고 연하이기도 하다. 당신은 과묵하기도 하고 수다스럽기도 하다. 당신은 유식하기도 하고 무식하기도 하다. 당신은 고인이기도 하고 현인이기도 하다. 우리는 너무 닮았거나 달랐고 그렇기 때문에 멀어졌다. 남자와 여자로, 연상과 연하로, 과묵과 수다로, 유식과 무식으로, 고인과 현인으로 그렇게 합치되었다 분리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나와 당신으로 분리되었다.

 

내심, 다시금. 당신을 반갑게 아는 척하고 싶지만 내 기억 속 당신이 아닐까. 당신 기억 속 내가 아닐까. 노심초사, 조마조마, 좌불안석이다. 미주알고주알. 이 얘기 저 얘기. 할 얘기 못 할 얘기를 다 했으면서 안녕이라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참 어렵다. 팔로우라는 버튼이 그렇게 참 무겁다. 내가 당신을 생각하는 만큼 당신은 나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당신이 밉기도 하고, 나보다도 나를 더 생각하지 않았을까 당신에 미안하기도 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새해가 또 그해가 되고 그해가 또 전해가 된다. 당신이 보다 옛사람이 되어간다.

 

또다시 새해는 다가오고 또다시 새 사람이 다가온다. 올라가는 나이처럼, 학년처럼, 연차처럼 언제부터인가 새해가 반갑지 않다. 새 사람이 반갑지 않다. 새해가 다가올수록 전해가 그립고 새 사람이 다가올수록 옛사람이 그립다. 자질구레한 기억들만 상기돼 당신이 더 생생해진다. 새해를 목전에 둔 지금. 나는 그래서 당신이 또 그리운가 보다.

 

잠시 눈을 감고 행복한 만약에를 상상해 본다. 만약에, 새해에는 옛사람이 새 사람이 되어 찾아온다면. 만약에, 새해에는 용기 내어 편지를 보낸다면. 만약에, 그 편지가 잘 도착한다면. 만약에, 당신이 반갑게 답신을 준다면. 만약에, 그렇게 만난 당신 눈에 내가 그대로라면. 만약에, 내 눈에 당신이 그대로라면. 만약에, 나와 당신이 다시 우리가 될 수 있다면. 만약에, 이 상상이 만약에가 아니라면.

 

나 이제 당신이 더 이상 밉지 않은데. 나 이제 당신에 친절할 수 있는데. 나 이제 당신을 이해할 수 있는데. 나 이제 당신에 비싼 밥을 사줄 수 있는데. 나 이제 당신이 보고 싶은데. 그런데, 나 왜 눈을 뜨면 세월만 때릴까. 편지를 보내지 못할까.

 

그래서 말인데, 그러니까.

 

새해에는 내게 새 사람처럼 와주라.

새해에는 나를 새 사람처럼 받아주라.

 

나는 당신의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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