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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국보>는 이미 일본에서 폭발적인 흥행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22년 만에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기록이 관심을 끌었고, 감독이 재일한국인이라는 점은 영화가 어떤 정서를 품고 있을지 기대를 더했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넘어선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 과연 한국에서도 그 뜨거운 반응이 이어질 수 있을까. 이제, 이 영화가 관객을 사로잡은 힘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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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아름다움 ‘가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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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일본 전통 예술인 ‘가부키’에 온 삶을 바친 한 남자의 일대기를 그린다. 일본 영화계가 주로 애니메이션 중심임을 감안하면, ‘가부키’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더욱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가부키’에 빠진 주인공의 유년시절부터 담아내어 서서히 가부키의 세계로 이끈다.

 

영화는 단순히 한 예술가의 삶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 예술의 정점이라고도 불리는 ‘가부키’ 정신을 그대로 담아냈다. 야쿠자의 아들이었던 키쿠오와 가부키 명문 가문의 아들 슌스케가 대립하는 장면은 가부키가 단순한 공연 예술이 아니라 출신과 계보가 곧 능력과 평가의 기준이 되는 세계임을 보여준다. 슌스케는 가문의 이름을 등에 업은 ‘정통’의 길을 걷는 인물이고, 키쿠오는 재능만으로 이 세계에 뛰어든 이방인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식하며 성장하고,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질투하는 모습을 통해 가부키라는 예술의 냉정한 구조를 드러낸다.

 

또한, 영화의 상황에 맞춰 등장하는 가부키 극 또한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비유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키쿠오와 슌스케의 복잡한 내면이 무대 위에서 연기로 표출된다. 현실에서는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이 춤, 노래를 통해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켜며 다시 한번 가부키의 매력을 확인시킨다.

 

일본 관객들이 영화에 열광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가부키가 지닌 깊은 정신을 사실적으로 포착해 담아냈기 때문이다. 가부키는 장인 정신과 엄격한 규율, 완벽을 향한 끊없는 수련이 집약된 세계이다. 아름다운 무대 뒤엔 수많은 희생과 고독이 존재하며, 영화는 그 뒷면까지 고스란히 담아내어 예술의 완벽함과 그 이면의 외로움을 동시에 체감하게 만들었다.

 

 

 

연출가의 시선으로 보는 예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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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분명 일본 영화지만 한국인이 만든 영화이다. 이상일 감독은 재일교포 3세로, 활동명을 따로 만들지 않고 자신의 본명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일본 문화 안에서 배우고 자랐지만 정체성을 한국인이라고 밝히며 살아왔다. 이는 묘하게 작품 속 이방인 자리에 위치한 키쿠오와 유사하다.

 

이상일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재일한국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으로 가부키를 바라보는 시선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완전히 소속될 수 없었던 그의 경험은, 굳건한 전통이라는 권력 안에서 발생하는 배제와 균열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기반이 되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그는 가부키가 일본의 정서를 상징하는 예술인 동시에 외부인이 쉽게 진입할 수 없는 폐쇄적 영역임을 정확히 포착한다.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져 온 긴장과 모순을 보여주는 방식은 감독이 살아온 정체성과도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물론 이러한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1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을 견딘 감독의 집념은, 마치 영화 속 키쿠오가 자신의 일생을 바쳐 ‘인간 국보’가 되어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일본인들 또한 인정할 만큼 ‘일본적인 예술’을 품은 영화를 완성해냈다.

 

다만, 일본에서의 흥행 열기가 한국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하긴 어렵다.

 

우선 17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관객에게 만만한 길이가 아니다. 일본 영화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과 크게 고조되지 않는 연출 방식이 이어지기 때문에 지루함을 느끼기 쉬우며, 장인의 경지를 보여주기 위해 동일한 장면 구성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연출 또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일본 관객에게는 ‘깊어지는 미학’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늘어지고 반복적인 서사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

 

가부키라는 소재 자체도 한국 관객에게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스토리의 흐름과 맞물려 등장하는 가부키 장면들은 그 극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현실과 무대가 겹치며 드러나는 감정의 폭발’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한국 관객은 이러한 연결을 즉각적으로 체감하기보다, 한 번 해석을 거쳐야만 감정에 닿을 수 있는 구조다. 감정을 이해해야하는 단계에서는 감정의 폭발도 그다지 크게 와닿지 않아 오히려 과하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국보>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사실 일본에서도 천만을 넘었지만 관람객 평도 꽤 나뉘는 편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보여주는 예술의 고독과 인간이 어떤 경지에 이르기까지 감내해야 하는 시간의 무게는 문화적 차이를 넘어선 울림을 남기며, 관객으로 하여금 예술과 인간의 한계를 깊이 성찰하게 만드는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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