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들이 힘을 잃어가고, 점점 사람들의 옷들이 두꺼워지는 것을 보면서 청개구리 같은 마음으로 벌써 여름이 그리워졌다. 여름의 짧은 옷과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볕의 강렬한 뜨거움, 그리고 싱그러운 풀내음이 나를 일탈로 이끌었던 미국 뉴욕의 "몬탁(Montauk)"을 소개하고자 한다.
몬탁을 떠나게 된 이유는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과 같다. 미국은 한국처럼 연휴가 없어 남들이 어린이날, 현충일을 보낼 동안 나는 오로지 일만 했다.
이런 나를 보상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남들에게 없는 나의 휴가를 '몬탁'이라는 곳에 쏟기로 했다.
숨겨진 공간을 찾아서
뉴욕에 와 맨해튼과 퀸즈 외에 혼자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나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동양인이 보이지 않는 자메이카 역에 내려 하염없이 몬탁을 가는 Long Island Rail Road(LIRR)를 타야 했다.
겉으로는 당당한 뉴요커로 속으로는 소수일 뿐인 동양인의 무서움을 안고 몬탁으로 가는 기차 앞까지 섰다. 내가 알고 있었던 뉴욕 맨해튼을 벗어나 3시간을 기차로 가야 하는 바다가 있는 뉴욕이라니 마치 옷장 속에 숨겨두었던 공간을 찾은 기분으로 떠났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터널 선샤인'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자자했지만, 일부러 영화를 보지 않을 만큼 나만의 몬탁을 가지고 싶다는 기대감으로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를 타면서 핸드폰의 인터넷이 끊기기도 하고 끝없는 숲과 강들이 이어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콘크리트 정글 속에만 꿈을 쫓던 내가 기억나지 않기도 했다.
East Hampton, 작은 마을의 특별함
몬탁에 도착하기 전 작은 마을인 "East Hampton"이라는 마을을 방문했다. 작은 마을이지만 은행부터 카페, 그리고 다양한 명품들까지 있는 곳이었다. 각 브랜드들을 살려 만든 여러 가지 주택들이 눈에 이끌렸다. 또한, 다가오는 손님이 적은 만큼 사장님이 나를 대하는 것이 더욱더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 싱그러운 여름 속 가지각색의 옷들, 여름을 맞이하듯 피어나있는 수국들, 먹어보지도 못한 채 스르르 녹아버리는 선데이 아이스크림에 누구도 말 걸지도 않았는데 실실 웃음이 흘러나왔다.
안개 속으로
이제 이 마을을 벗어나 주 목적지인 'Montauk'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다시 한번 LIRR을 타고 정말 뉴욕의 땅끝까지 갔다. 그런데 어느새 화창한 날씨는 기차를 따라 뒤로 흐르고,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마치 다른 세상인 양 그리고 더 이상 기차는 움직이지 않고 나도 홀린 듯이 내렸다.
Montauk의 마을은 기차역에서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는 곳이며, 걸어가는 인도가 없음에도 돈이 없는 나는 걸음을 이끌 수밖에 없었다. 기나긴 안개 속에 과연 바다가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지면서 걸어가니 하나의 마을이 은밀히 드러났다. 이전의 마을과 달리 더욱더 한산하고 으스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몽롱했다. 그런 채로 바다로 이끌리듯 걸어갔다.
평소라면 왜 이렇게 날씨가 좋지 않냐며, 틀어진 계획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지만 왠지 이런 여행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가는 길이 걸어서 40분이 걸리더라도 가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져도 이 옷장 속 숨겨져 있던 이 장소를 충분히 즐겼다고.
돌아온 현재에서는 가끔 청개구리 처럼 떠나고 싶을 때, 이 기억을 꺼낸다. 그러면서 위로한다 나에게 다시 돌아갈 나만의 옷장 속의 여름의 청개구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