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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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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앞에 '좋은'이라는 형용사가 붙는 건 실로 익숙하다. '공부 안 하면 더울 때 더운 데서, 추울 때 추운 데서 일한다'는 어른들의 훈계처럼 반복되던 말은 노동의 가치를 깎아내리며 우리에게 하나의 명제를 주입했다. "공부를 잘해야 좋은 직업을 가진다'. 그래서 우리는 직업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 달려왔다. 마치 트랙 밖은 허락되지 않는 경주마처럼. 그런데 문득 생각하게 된다. 정말 좋은 직업이란 존재할까?

 

예전의 나는 세상의 대한 낙관론자였다. 노력하면 결과가 따라온다고 믿었고, 성실함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를 거라 생각했다. 그 믿음은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는 유효했지만, 첫 직장에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좁아졌다. 예의 있고 성실한 '모범생'이었던 나는 사회에서 그저 어린 신입. 뒤치닥꺼리를 해야 하는 풋내기로만 취급됐다. "눈치껏 해야지", "요령껏 넘어가야지"의 파도 속에서 점점 작아졌다.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믿던 내가, 그 열심이 통하지 않는 세계에 던져진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좋은 직업'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내가 가진 적성과 재능이 직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처음으로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시나 소설 아기자기한 에세이를 좋아하던 청년은 건조하고 실용적인 자기계발서와 노동담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감수성보다는 생존의 언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책을 붙잡고 버텼다. 세상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활자 속에서라도 찾고 싶었다. 그렇게 한 걸음씩, 내 안의 두려움의 틀을 깨며 배운 건 결국 이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리고 경험이 쌓이면, 지금의 일을 긍정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 그것이 완벽한 직업을 찾아서가 아니라, 불완전한 현실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이었다. 

 

결국 이렇게 결론 내렸다. 좋은 직업은 없다. 다만 좋은 직장이 있고, 좋은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일은 어디서나 고되고, 어느 곳에서나 불합리하다. 하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 그리고 그곳의 문화가 달라지면 그 고됨의 결도 달라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함께 웃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그 일은 충분히 긍정할 만하다. 나에게 '좋은 직업'의 기준은 이제 '나를 긍정하게 만드는 일'로 옮겨갔다. 그것이 꼭 성장의 동력이 아니어도 된다. 다만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라면 충분하다.

 

사회는 생각보다 좁고 험하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개성과 재능을 온전히 펼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현실 안에서 만족의 적정선을 찾는 일도 중요한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난 5년 간의 시행착오 속에서 그것을 배웠다. 부딪히고, 상처받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 속에서, 나만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법을.

 

이젠 '좋은 직업'일는 굴레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는다. 내게는 그때의 나에게 맞는 직업.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맞는 직업이 있을 뿐이다. 속도와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안정된 직장을 택하고, 어떤 이는 불확실하지만 자유로운 길을 택한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중요한 건, 그 직업이 나를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 가다.

 

나는 작가나 에디터가 되고 싶었지만, 그 꿈이 지금의 직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행이도, 나를 그렇게 불러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글을 쓰는 나를 작가로, 글을 엮는 나를 에디터로 기억해주는 몇몇 사람들. 덕분에 나는 '직업으로서의 작가'는 아니지만, '정체성으로서의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

 

평일의 나와 주말의 나. 출근 전의 나와 퇴근 후의 나. 서로 다른 자아들이 하루 안에서 공존한다. 획일적이지 않게, 다채롭게 나의 '업'을 이어간다. 그것이 곧 내 인생의 직업관이다. 좋은 직업이란 나를 긍정하게 만드는 일이다. 연봉, 워라밸, 사회적 지위 같은 조건들은 그 뒤의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이 내 삶을 지탱하고, 내 하루를 조금이라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가이다. 어쩌면 '좋은'이라는 말은 그런 마음가짐에 붙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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