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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따라 유난히 여행이 가고 싶다.

   

딱히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햇살 좋은 오후 근교의 카페, 바람이 부는 어디인가로 충분할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번 그 마음이 현실이 되기 전에 끝내야 할 일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어딘가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시간이 좀처럼 생기지 않는 요즘이다.


나는 주 4일 학교에서 수업을 듣는다. 강의가 몰린 날에는 아침 일찍 나가서 해질 무렵에야 돌아온다. 수업이 끝나면 복습을 꾸준히 한다. 배운 걸 바로 정리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나중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이 노력이 나중의 나를 조금은 덜 힘들게 해줄 거야’라는 생각으로 펜을 든다.

 

주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꽉 채운 15학점의 무게에 나는 노트를 다시 펼쳐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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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주 3일은 학원 알바를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보람 있지만 체력적으로는 쉽지 않다. 학교와 알바를 오가며 하루하루가 쉴 틈 없이 흘러간다. 문득 달력을 보면, 이미 한 달이 지나 있다. 그렇게 다음 주를 계획하고, 다음 달을 대비하며 살다 보면, 여행은 늘 ‘언젠가’로 미뤄진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이렇게 바쁜 걸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계속 움직이게 만든다. 멈추면 불안하고, 쉬면 마음이 허전하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멈췄을 때 그 공허함과 불안감이 두렵다. 그래서 나 자신을 끝없이 일로 채운다. 공부로, 일정으로, 목표로.


요즘은 ‘바쁨’이 미덕이 된 시대라고들 한다. 하지만 바쁘다는 건 꼭 열심히 사는 증거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처럼, 바쁜 세상 속 불안을 가리는 방식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그렇게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움직이는 동안에는 내가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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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유난히 피곤해 보일 때가 있다. 창밖으로는 캐리어를 끄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의 걸음은 가볍고, 표정은 여유롭다. 그 모습을 보며 부러워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여전히 나는 떠나지 못한다. 나에게 여행은 늘 막연한 동경으로 남는다. 여유와 새로운 경험을 꿈꾸지만, 그 여유를 누릴 만큼의 용기가 아직은 부족한지도 모른다.


요즘은 느리게 사는 법에 대한 글들을 자주 본다.

 

속도를 늦추고, 잠시 멈춰 서는 연습. 완벽한 계획보다 불완전한 쉼을 택하는 용기. 그런 삶이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오래가기 위한 방식이라는 말에 조금씩 공감하게 된다. 일요일 오후, 복습을 모두 끝낼 때면 가끔 이렇게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간도 미래를 위한 투자지만, 쉬는 시간도 결국은 나를 위한 투자일지도 몰라.” 하지만, 복습이 한 주 밀리면 큰 일이 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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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쉽게 손을 놓지 못한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마음 한구석엔 ‘이대로 멈춰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이 자리한다.

 

대학생인 지금부터 이럴진대, 직장인이 되면 어떨까.

 

아마 더 치열해지고, 더 바빠질 것이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는, 조금 다르게 살아보려 한다.

 

무언가를 배우기보다, 노는 법을 배워보는 것부터.

 

그게 어쩌면 내가 오랫동안 미뤄온 진짜 여행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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