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어떤 일 하세요?” 그리고 “직업이 뭐예요?”.

 

이 두 질문을 나를 꽤 곤란하게 만든다. 직업이나 하는 일이 없어서 말할 거리가 없는 게 아니라, 어떤 걸 말해 줘야 하는지 고민된다.

 

대외적으로 현재 내 직업은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이지만 이걸 직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콘텐츠를 만들기도 하고, 여러 행사의 운영 요원으로 일 하기도하고, 지금처럼 내 생각을 담은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면 나의 직업은 학생인가, 프리랜서인가, 크리에이터인가.

 

직업이라는 개념을 어느 방향에서 접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 이런 망설임을 불러왔다. 직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보자면 경제활동을 통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을 얻는 행위, 혹은 나의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활동을 사회 속에서 이어가는 것이다.

 

하나는 맞고 다른 하나는 틀린 흑백논리는 아니다. 두 정의의 비율을 제 입맛 따라 적절하게 배합해서 잘 버무려가며 어떤 게 가장 나에게 맞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 직업의 정의를 확립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우리는 적성과 흥미, 그리고 현실이라는 무게추를 손에 쥐고 어떻게 무게를 맞출 것인지 골몰한다.

 

 

alex-kotliarskyi-QBpZGqEMsKg-unsplash.jpg

Kotliarskyi via Unsplash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제활동이라는 개념의 직업을 가져본 건 20살 때였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쓸 생활비가 필요해서 PC방 야간 알바를 시작했다. 낮에는 입시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이제 막 성인이 된 미필 남자를 받아주는 곳은 잘 없었기에 뽑아주기만 하면 앞뒤 안 가리고 출근했다. 지금 내가 하는 이 일들이 미래를 위한 거름이 될 수 있을지라던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같은 고민은 할 여유도 없었고, 그럴 처지도 아니었다. 그렇게 인생은 돈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아침에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잠들고, 오후에 일어나 학원으로 출근해서 다시 새벽까지 PC방에서 일하던 고통스러운 시간은 나에게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의 답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다. 그 나이대의 누구나 으레 그렇듯 명확한 답은 못 찾았지만 일단 궁금한 일은 다 해보자는 답을 내렸다.

 

그렇게 1년 주기로 이전에는 해본 적 없었던 새로운 일을 했다.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식당에서 홀 매니저와 주방 요리사로, 프리랜서 영어 번역가로, 다시 입시 영어 강사로, 파티 플래너까지 거친 후 나는 다시 학생으로 돌아와 미래를 위한 발판을 쌓아가고 있다.

 

일관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삶 속에서 찾은 결론은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소득을 보장하면서 자아실현을 위한 기반을 쌓을 수 있는 활동’이 좋은 직업이라는 것이다. 일이라는 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돈을 벌기 위해서 싫어도 참고 하는 거라고들 한다.

 

현실은 분명 냉정하니 이상적인 것만 좇다가는 고꾸라질 수밖에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이상을 내다 버리면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딜 원동력을 잃어버린다. 현실에 갉아 먹혀 뼈만 앙상하게 남는다. 마치 수면 이외의 시간은 모두 일과 노동에 쏟아부었던 그 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균형이 중요하다. 현실과 어느 정도 타협해서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재미도 없는 일이라도 수입을 위해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경험도 반드시 하나 이상은 배울 점이 있다. 그 속에서 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발판들을 찾아다니면 현실에 잡아먹히지 않는다.

 

하나둘씩 발판들을 모아 계단을 쌓고, 그 계단을 오르기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바라던 나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는 문 앞에 설 수 있다.

 

 

 

컬쳐리스트 네임 태그.jpg

 

 

김상준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취향의 음미, 그 향유, 끝에서의 공유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