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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다.

  

이런 날씨에도 나는 밖에만 나서면 10분이 채 되지 않아 땀범벅이 된다.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자꾸만 빨라지는 걸음 때문에 이 선선한 날씨가 아직도 한여름처럼 느껴진다.


‘천천히 걸어야지’하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봐도 소용없다. 어느 순간 다시 성큼성큼 바쁜 사람처럼 걷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빠른 걸음의 단점은 생각보다 많았다. 원래 땀이 많은 체질인 데다 빨리 걸어서 더위까지 더해지니 옷이 다 젖을 정도였다. 검은 옷은 아예 단독으로 입을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집에서 아무리 정성스럽게 머리를 만지고 단장을 해도 밖으로 나가서 10분만 지나면 다 무너지고 흘러내렸다.


나는 매일 출근마다 지하철역에서 후회한다.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천천히 걸어도 15분이면 넉넉하다. 그런데 15분 일찍 잘 나와놓고 너무 빨리 걸어버려서 지하철역에도 일찍 도착해버리는 것이다. 일찍 도착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시원할 지하철 내부를 상상만 하면서 스크린도어 앞에 서 있는 건 정말 고역이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을 애써 무시해야만 한다.


그럴 때마다 ‘아, 조금만 천천히 걸으면 스크린도어 앞에 도착할 때쯤 지하철이 딱 맞게 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음 날 출근길에도 등판이 다 젖을 만큼 땀을 흘리며 지하철을 기다리는 나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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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어째서인지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 순간이 있었다. 하필 그 순간 하늘이 너무 예뻤다. 새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크게 피어 있었다. 고개를 든 채 감탄하며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걸음은 느려졌다.


그제야 달라진 날씨, 선선한 바람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앞만 보며 걸을 때마다 복잡하게 어질러지던 머릿속 생각들도 잠시 잊히는 느낌이었다.


그간의 나는 왜 그리 빠르게 걷지 못해서 안달이었을까? 앞에서 천천히 걷는 사람들에게 종종 속으로 짜증을 낼 정도로 괴팍하게 걷던 나는 왜 그랬을까? 언제부터 걷는 것조차 서두르게 되었을까? 당장 빠르게 걷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목적지 도착 시간 말고는 없는데 말이다.


이것을 인지한 뒤로 나는 어디서든 마음이 조급해지려 할 때 하늘을 보려고 한다. 맑은 날의 푸른 하늘이든, 흐린 날의 잿빛 하늘이든, 깜깜한 밤하늘이든 구분하지 않을 것이다.

 

하늘을 바라보며 조금 느려질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더워서 힘이 들든 복잡하게 꼬인 생각들에 지쳐 힘이 들든, 잠깐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그런 여유를 잃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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