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가 그림책을 만들기에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라는 말을 체감하고 있다. 벌써 세 번째 시간이다.
Part1. 그림책 레퍼런스 알아보기

이번 주에도 역시 새로운 그림책들을 여럿 살펴봤다.
〈후와후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으로 글을 쓴 그림책으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은 부분 묘사와 여백을 적절히 활용해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절제된 대비와 간결한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검은 새〉는 이수지 작가의 전면 흑백 구성과 중심을 피해가는 배치가 특징적이었다. 다양한 시점과 구도로 어린 아이의 불안한 정서를 보다 극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너는 누굴까〉는 안효림 작가가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엄청 긴 세로 판형의 책이었다. 높이 솟았다가 떨어지고, 무지개빛을 띄기도 하는 '너'의 정체를 밝혀가는 재치있는 책이었다.
이해진 작가의 〈비둘기가 구구구구〉는 아래에서 위로 확장되는 시각 구성을 통해 잠들 수 없는 밤의 긴장을 시각화한다. 파스텔과 형광 색면의 반복, 다양한 의성어가 머릿속의 소음이나 정서의 파동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나의 작고 작은〉은 제르마노 쥘로가 글을 쓰고 알베르틴이 그림을 그렸다. 플립북처럼 회전하거나 넘길 때마다 이미지가 연결되는 형식은 시간성과 움직임을 부각시키며, 반복 구조를 통해 순환적인 관계를 설계한다.
〈파랑이와 노랑이〉는 레오 리오니의 대표작 중 하나로, 색의 중첩과 분리라는 최소한의 언어로 정체성, 관계, 변화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전달하며, 시각적 간결함 속에 강한 상징성을 담고 있다.
다양한 형식과 표현을 따라가다 보니, 이후 작업에 참고할 만한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었다. 이 중에서도 특히 〈파랑이와 노랑이〉는 감정의 소화 과정을 색이나 형태로 단순화하려는 내 작업에 직접적인 힌트가 될 것이다. 말이 아니라 색과 면의 조합으로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접근 방식은 이후 스토리보드 구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Part2. 피드백 나누기

이번 시간에는 서로의 스토리보드를 펼쳐 놓고 돌아가며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그림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내가 그리고 있는 ‘감정의 소화’라는 서사는 감정을 시각화하는 게 핵심이면서 어느 정도 물리적 형태를 동반해야 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런 요소들을 묘사하려다 보니 결과물은 지나치게 정직하거나 과하게 설명적으로 흐르기 일쑤였다. 다른걸 차치하고 원화과정에서는 그림이 훨씬 정교해져야 하는데 지금 스토리보드 상의 간단한 선들 조차 울며 겨자먹기로 그은 나로서 이 방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타인의 눈에도 쉽게 띄는 문제 였기에, 다른 말을 부연할 것 없이 다들 여러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셨다.
먼저, 작화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방법으로 콜라주나 기하학적 도형, 색면 구성을 활용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굳이 사람의 손으로 모든 걸 그리지 않아도, 감정은 형태와 색으로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웠다. 이때 참고하면 좋을 작가로는 레오 리오니와 브루노 무나리가 언급되었는데, 이들의 작업은 텍스트와 시각 요소가 구조적으로 잘 분리되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깉은 맥락에서 ‘감정’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형태보다는 색에 중심을 두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는 피드백도 받았다. 색상, 명도, 배치 등을 통해 감정의 농도나 변화, 긴장감 등을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내 작업에서 중요한 건 선명한 디테일이 아니라, 장면과 장면 사이의 감정적 전이이므로, 그래픽적 접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는 시인처럼, 스토리보드는 촬영감독처럼”
전반적으로는 원고에서 감정을 압축하고, 스토리보드에서는 그 감정의 리듬과 호흡을 설계하는 것을 강조해 주셨다. 나 같은 경우엔 아직 원고가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라, 그림에 과도한 힘을 쏟기보다는 원고 쪽에 우선 집중해야겠다는 판단도 하게 됐다.
수강생 분들로부터도 현실적인 팁을 들었다. ‘감정의 소화’라는 주제에 맞게, 음식물 조각이나 실물 이미지를 잘라 붙이는 콜라주 방식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감정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을 물질화하는 데 효과적인 방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다음 스토리보드 수정 때 시도해볼 생각이다.
TIP
1. 이미지 표현이 부담된다면
→ 직접 그리기보다 콜라주, 기하학적 배색, 도형 활용 가능
2. 스토리보드 그릴 때
→ 글이 들어갈 공간을 사전에 고려하고 미리 확보할 것
3. 작화보다 원고 중심으로
→ 지금 단계에서는 그림 완성도보다 서사와 감정 구조 설계에 집중
4. 소화과정이라는 주제 특성상
→ 실제 음식 조각 이미지를 활용한 콜라주 방식도 효과적
![[회전][포맷변환]KakaoTalk_20250720_154150056_02.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7/20250720155416_luglfnfp.jpg)
![[회전][포맷변환]KakaoTalk_20250720_154150056_07.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507/20250720155417_szhuphsb.jpg)
또, 스토리보드의 완성도가 꽤 높은 분들에게는 개인 화풍과 어울릴 만한 작가를 직접 짚어주시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숀 텐(Shaun Tan)의 섬세한 묘사와 몽환적인 분위기, 그리고 감정을 감정답지 않게 표현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Part3. 더미북 만들기 시연
수업 마지막에는 더미북 제작 과정 시연이 있었다. 더미북을 제작하는 이유는 평면 화면상으로는 자연스럽게 보이던 장면들도 실제 책 크기에서는 지나치게 뜨는 여백, 흐름을 끊는 간격, 예상치 못한 시선 이동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판형과 같은 크기로 더미북을 제작함으로써 페이지 흐름, 판형에 따른 리듬감을 손으로 직접 조작하며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다음 주까지의 과제는 각자의 더미북을 만들어오는 것이다. 완성된 결과물을 기대하기보다는,이야기의 호흡을 실험하고 조정하는 과정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이번 주는 그림책에서 ‘책’이라는 물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다. 좋은 이야기를 쓰는 것과는 또 다른 층위에서, 그 이야기를 어떤 구조로, 어떤 재질과 흐름으로 펼칠지까지 판단해나가는 작업이 그림책의 중요한 일부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