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이라면 혹은 한국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동인'과 '서인'이 조선 시대의 정치적 갈등 상황을 촉발시킨 대표적인 세력이라는 사실을 아마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그 두 세력 간의 갈등은 이후 더 분화되어, 여러 정치 집단 간의 권력 경쟁을 일으키는 붕당정치에까지 이르고 만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런데 사실 그 두 세력의 발생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보자면 동인과 서인은 같은 '신진 사림' 출신이나, 이후 각각 김효원과 심의겸을 지지하는 분파로 갈리게 되면서 김효원과 심의겸 각각의 집이 한양 동쪽과 서쪽에 있다는 점에서 기인하여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게 된 역설적인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때 이 뮤지컬의 배경이 되는 '정여립의 난'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때는 선종 22년(1589년) 선조에게 비밀스러운 보고 하나가 들어오는데, 그것은 전주 출신의 동인 정여립이 여러 계층의 특수 사병집단인 대동계를 이끌고 한양 도성으로 쳐들어온다는 내용이었다. 선조는 보고를 듣자마자 정여립을 잡아 오라고 명령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정여립은 체포되기도 전 그만 자결하고 만다.
이에 선조는 관련자들을 체포하여 진상을 밝히라고 지시하는데, 이때 동인과 관련된 인사들만 1,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선조는 이 수사를 책임지는 위관으로 정철을 임명한다. 이를 통틀어 기축사화(기축옥사)라 하는데, 역사에 따르면 이 수사는 무척이나 잔혹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자, 이것이 바로 소개할 뮤지컬 <등등곡>이 다루는 실제 역사적 배경에 해당한다. 덧붙이자면 조선의 4대 사화를 모두 합쳐도 희생자가 500여명 가량인데, 이 기축옥사 사건 하나에 1,000명의 관련자가 무자비하게 숙청된 이 사건은 듣기만 해도 놀라울 지경이다.(물론 이 역시 소문에 불과하다고 보는 학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뮤지컬은 이 놀라운 이야기에 각기 다른 관점을 가진 다섯 선비라는 허구의 인물들을 극에 배치하여 묘한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극 중 배경인 1591년의 1년 후에는 임진왜란이 일어나게 되면서 기축옥사 사건에 대한 상당수의 기록이 유실되어버리지만, 동시에 그 점은 기축옥사와 관련된 미스테리를 다루는 이 극에 대한 설명적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뮤지컬 <등등곡>은 정여립의 난 이후 동인과 서인 간의 갈등이 극에 달한 시대에, 서인의 양반 자제들로 구성된 '등등회'의 젊은 선비들은 한양도성 인근에서 탈을 뒤집어쓰고 "사람이 사람이 아니로세. 죽어서는 의미가 없으니 살아서 노세" 라는 말을 하며 미친 듯이 춤을 추며 노는 것이 목격되었고, 그것을 일컬어 '등등곡'이라 불리었다.
탈을 쓰고 놀며 인생의 덧없음을 놀이로서 간신히 이겨내던 등등회 선비들은 그러던 어느 날, 정여립과 함께 반역을 꾀했다고 불려오는 전설의 인물 '길삼봉'이 살아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자 등등회의 회원들은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서 각자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하며 극은 힘차게 전개된다.
2024년 초연 이후 1년 만에 다시 돌아와 재연에 큰 기대를 안고 있는 뮤지컬 <등등곡>은 유수의 창작진(정혜지 작곡, 김지식 작사, 성종완 연출, 김은영 음악감독, 이현정 안무감독)으로 구성되어 극의 완성도를 한껏 드높일 것이라 예고한다. 또한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11인의 기존 주역과 더불어 새로운 캐스트들이 합류하여 공연될 예정이다.
권력 다툼이 극렬한 시기의 어지러운 상황 속에서 그저 등등곡 놀이를 하며 풍류를 즐기는 것이 좋은 등등회의 수장 '김영운' 역에는 김재범, 김지철, 고상호, 안재영이 맡아 깊이 있는 연기로 공감을 더하며 관객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조선 건국 이래 최고의 천재이나 삶에 허망함을 느끼는 '최윤' 역에는 김바다, 정재환, 안지환, 임준혁이 맡아 각기 다른 매력을 드러내는 '최윤'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영운의 영특한 종 '초' 역에는 강찬, 김서환, 박상혁이 맡아, 어딘가 결연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주의 깊게 응시하는 듯한 모습을 자아냄으로써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앞서 설명했던 '기축사화'의 수사관이었던 정철의 아들로서,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는 '정진명' 역에는 박선영, 정서안, 박주혁이 맡아 극에 대한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킬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영의정의 아들로 입신양명을 꿈꾸지만 매번 최윤에게 밀려 이인자 신세인 '이경신' 역에는 황두현, 임태현, 김준식이 캐스팅되어, 최윤과의 갈등 속에서 이경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기대감을 더한다.
같은 가지에서 갈라져 나왔음에도 조그마한 것에서부터 틀어져 크나큰 이념의 갈등을 낳게 된 동인과 서인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와 그 혼란 속에서 각자의 선택을 했던 선비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등등곡>은 오는 6월 24일부터 9월 14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