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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부터 천선란 작가의 <아무튼, 디지몬>을 읽고 있다. 요 근래 독서와 거리를 두고 있었던 터라 짧고 가벼운 책을 찾고 있던 차에 발견하게 되었다.

 

디지몬이라. 어릴 적 친구들 사이에서 디지몬과 포켓몬 중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소소한 토론을 나눴던 것이 기억난다. 텔레비전을 많이 보던 나는 디지몬 시리즈와 포켓몬 시리즈 둘 다 좋아했지만 디지몬에 조금 더 매력을 느꼈고, 안타깝게도 그건 비주류의 의견이었다. '디지몬파'를 변호하던 그때의 기억이 나서 책을 집어 들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저자가 디지몬 세계에 가진 애착과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쉽게 책장이 넘어갔다. 그리고 자연스레 나의 학창 시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다. 초중고등학교는 고사하고 대학교 때 일도 헷갈려 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대부분 그들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가 뒤늦게 잊고 있던 기억이 머리 한구석에 뿅 튀어나오는 순간을 경험하곤 한다. 아니면 계속 기억하지 못하거나. 문제는 그런 나쁜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이불을 차게 만드는 부끄러운 일화들은 선명하다는 점일까.


아무튼 이제는 많이 희미해진 학창 시절 돌아보자면, 나는 사춘기를 일찍 겪은 아이 중 한 명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모두가 겪는 고민들에 유난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였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간에 자라면서 한 번쯤 거친다는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들이 몇 년 간 나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지금 돌아보면 뭐가 그리 궁금했을까, 뭐가 그리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침대에 누워 뒤척이던 그때의 나를 만나 지금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냐고 물어보고 싶다. 시간이 지나며 어릴 때의 우울은 거진 다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어린 시절의 내가 내 안에 그대로 남아있는지 아니면 진화하여 지금의 나로 변화한 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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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대한 회고는 금세 다른 주제로 전환되었다. 요즘 보고 있는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와 밀린 다이어리에 대한 고민을 지나 도착한 곳은 죽음에 대한 생각이었다. 엊그제 보게 된 영화 때문이었다. 인디그라운드에서 상영 중인 <빛>이라는 짧은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다큐멘터리는 접한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조금 낯설었고, 솔직히 말해 영화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지만, 그럼에도 생각할 거리를 툭 던져주는 영화였다.

 

영화는 중년~노년의 인물들이 등산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들이 휴식을 취하며 나누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어딘가 익숙했다. 과거에는 환갑잔치가 동네의 큰 행사였다던가, 오래 아프지 않고 빨리 죽는 것도 복이라는 식의 이야기들. 아빠가 가끔씩 하는 말들과 꼭 닮아있었다.


20대인 나에게 죽음이란 아직은 많이 멀리 있는 존재로 느껴진다. 그렇지만 때때로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나의 죽음은 언제 어떤 형태로 나를 찾아올지 문득 궁금해지곤 한다. 흔히 하는 말마따나 가는 데 순서 없다고들 하지 않던가. 사건사고로 가득 찬 세상에서 죽음을 먼 존재로 생각하는 건 어쩌면 순진한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짧은 기간 동안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하게 돼서 그런 걸까, 아니면 5월이 막바지에 접어들어서 그런 걸까. 괜스레 센치해지는 요즘이다. ‘2024’는 확실히 옛것처럼 느껴지고 이제 곧 1년의 절반을 지나는 6월이 시작된다. 1월의 각오가 무색하게도 많은 계획에 실패했고 달이 바뀔 때마다 약간의 압박감을 받고 있다.


결국 미래는 지금이 쌓여서 만드는 것일 텐데 언젠가 2025년 5월을 돌아보면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적어도 5월 29일에 고민하며 짧은 글을 썼다는 점은 남아있을 테니 다행이다. 이제 뜬금없는 인생 고찰은 미뤄두고 다시 현재에 집중해야겠다. 6월은 변화의 달로 만들고 싶으니까. 이번엔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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