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유행하는 패션이 있고, 색이 있고, 음식이 있듯이 콘텐츠들도 유행의 영향을 받는다. 완성도를 올리고자 오랜 기간에 걸쳐 제작된 영화를 정작 관객들은 올드하다고 평하게 되는 것처럼. 콘텐츠들은 그 무엇보다 유행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신드롬을 일으켰던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파민만을 찾아대는 현대 사회에 지쳐 있던 사람들은 따뜻하고 정감 가며 서사가 잘 짜인 스토리를 원했고, <폭싹 속았수다>는 시청자들의 이러한 니즈를 놓치지 않고 공략했다. 드라마의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고 작품성이 좋았던 것 또한 맞지만, 이렇게까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제작진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의 흐름을 잘 잡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유행이라는 게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특히 제작하는 것에 긴 시간이 걸리는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경우가 그렇다. 분명 대본을 집필할 당시는 니즈에 꼭 들어맞는, 유행하는 스토리라고 생각했어도, 완성해서 세상에 내놓게 될 시기에는 이미 유행이 끝나 있어 뻘쭘해지기가 쉽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그때는 좋았으나’ ‘유행이 끝나 뻘쭘해진’ 대표적인 사례의 단막극이 있다.
바로 2021년 오펜 당선작이자. 2022년 드라마로 방송되었던 <1등 당첨금 찾아가세요>다.

<1등 당첨금 찾아가세요>는 이 작품이 집필되고 방송되었던 시기를 잘 보여주듯, 코로나 19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진행한다.
주인공 재훈은 주식 투자로 인해 돈을 날려 사채까지 쓴 인물이다. 사채업자들의 독촉 전화는 매일매일 걸려오고, 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아내 미란에게 사실을 밝히고 도와달라고 하기에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그때, 재훈은 오래전 구매했던 로또를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로또 1등 당첨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로또 당첨금의 지급 기한은 하루도 채 남지 않았고... 빠르게 은행에 달려가야 하는 상황. 하지만, 재훈은 코로나 19 감염 의심자로 자가격리를 하는 상태였다. 자가격리에서 멋대로 벗어나게 되면 공무원이 쫓아올 뿐만 아니라 벌금을 물거나 징역을 살 수도 있다.
드라마의 줄거리에서는 분명 생동감이 넘친다. 재훈이 어떻게 자가격리 감시에서 탈출해, 로또 1등 당첨금을 수령하게 될지, 그 과정에 어떠한 고난이 있을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필자 또한 이러한 시놉시스에 혹하여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던 건 물론이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드라마가 집필되었던 2021년-2022년은 코로나19가 ‘아주 위험한’ 전염병으로 여겨졌을 시기였다는 것이다. 2025년에 코로나 19에 걸려 죽는다. 는 말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 드라마 속 재훈의 행동도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극 중에서 재훈은 사채업자들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자신의 침’을 사용한다.
“나 코로나 확진자야. 내가 여기서 침 몇 방울 튀기고 기침 한 번 하면, 너희 다 격리되는 거야, 알아?!”
이런 재훈의 협박에 허둥지둥 마스크를 챙겨 쓰는 사채업자 무리들의 모습은 과연 코미디 장르다. 하지만, 동시에 어리둥절하다.
코로나가 종식된 2025년의 시청자들에게, 2022년도 재훈의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 <1등 당첨금 찾아가세요> 드라마가 가졌던, 코로나 19를 이용한 위기 만들기의 개연성이 사라진다. 마지막 결말부에서 재훈이 보건소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모습까지. 2025년에 시청하기엔 공감하기 힘든 코미디 드라마가 되어 버렸다.
2025년이 이럴진대, 10년이 지난 다음, 20년이 지난 다음은 어떨까? 코로나 19를 겪지 못했던 세대가 이 드라마를 시청하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1등 당첨금 찾아가세요>가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이 작품이 공개되었을 시기에는 굉장히 트렌드에 맞춘 소재와 내용을 가졌다고 평가받았을 드라마다.
다만, 모든 콘텐츠에는 유행이 있다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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