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시작되면서 나 또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잡지사의 인턴을 하게 되어 매일 왕복 4시간의 출근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첫날에는 생활 패턴이 엉망이었던 나에게 정말 지옥 같았다. 새벽 3시가 다 돼서야 잠이 들어 오전 6시 30분에 알람을 듣고 일어나 1시간 40분 정도의 지하철에서 여정이 시작되었다. 9시 40분 쯤 회사에 도착하여 업무를 시작하고 금세 시간이 가버려 눈을 깜빡하고 뜨면 퇴근 시간인 오후 6시가 되어있다.
이렇게 하루를 일찍 시작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갈 수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을 하고 다시 1시간 40분의 지하철에서의 여정을 가다보면 집에 도착하여 기진맥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통학은 절대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10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하여, 오후 8시 30분쯤 집에 도착하는 나날들을 반복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과 걸맞게 나는 3일째부터 생활 패턴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첫날 피곤함과 아침에 쌀쌀한 공기에 몸이 차가워지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아침 공기는 나의 마음과 머릿속을 뻥 뚫리게 해주는 탄산음료 같은 존재가 되었다. 아직 해가 온전히 뜨지 않은 아침과 새벽 그 사이의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기 위해 집에서 나왔을 때 보이는 하늘과 아침 공기는 새로웠다. 숨을 참았다가 차갑고 시원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시면 내 몸 구석구석에 공기들이 자리 잡아 나의 몸을 정화시켜 주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하철을 타러 걸어가는 10분 동안 나는 심호흡을 반복하면서 아침 공기를 쉴 새 없이 느낀다. 무척 기분 좋아지는 습관이 생겼다.
나아가 책과 더 친해지게 되었다. 집에서 나가기 전에 지하철에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는 것은 나에게는 매우 진지하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책을 펼쳐서 지하철에서 앉아서 한 페이지씩 넘기다 보면 1시간은 금방 지나가 있다.
이번 주에 고른 책은 한수희 작가님의 <온전히 나답게>이다.
여행에 돌아오자 어쩐지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싼 호텔의 바삭거리는 침구를 떠올리면서 눅눅한 이불을 빨아 햇볓에 널었다. 돼지갈비와 감자를 넣고 맑은 국도 끓여보았다. 힘들 때면 더운 날씨에도, 가난한 살림에도 웃으며 누군가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유를 잃지 않던 그곳의 사람들을 떠올렸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늘이 유달리 높을 때는 그곳의 하늘을 생각했다. 우리에게 언젠가 그토록 자유롭던 때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아무리 새로운 물건도 빛이 바랜다. 어딘가에 돈을 쓰고도 아깝지 않으려면 경험에 쓰는 것이 가장 낫다. 그래서 여행을 가는 것은 돈을 가장 잘 쓰는 방법 중의 하나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나 사진이나 내 생활을 조망하기란 쉽지 않다. 여행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_p190
사람이 가득 찬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서 이번 연도에 한가지의 목표가 더 생기게 되었다. 혼자 여행을 가는 것. 어디든 좋다. 국내도 좋고 해외도 좋다. 어디든 혼자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의 확신이 생겼다.
혼자 여행을 간다는 것은 매년 내가 다짐했던 목표였지만,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연도에는 왠지 모를 느낌이 있다. 내가 꼭 어딘가로 떠나버릴 거 같은 확신이 들었다. 그냥 나의 촉이다. 그리고 작년 2월에 다녀왔던 태국 여행에서 느꼈던 기분, 생각, 그곳의 습도와 온도들이 갑자기 생생히 기억나기 시작했다. 첫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내가 느꼈던 생각들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되었다.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사실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늘이 유달리 높을 때는 그곳의 하늘을 생각했다. 우리에게 언젠가 그토록 자유롭던 때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문장이 특히 나의 마음속에 와닿았다.
여행을 가고 제각각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경험은 참으로 값지다. 1년 동안 차곡차곡 돈을 모아 나에겐 꽤 거금의 돈을 들여갔었던 5박 6일의 여정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도 아깝지 않다. 그때의 기록을 해두지 않은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사진만 가득 남겨두었는데, 글로 기록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지금 생각나는 기억은 한 개 정도이다. 타지에서 온 우리들을 누구보다 따뜻하게 맞이해주고, 헤매고 있을 때 도움을 받기도 했던 사람들이 기억난다. 나의 비약한 영어 실력으로 그들과 사소한, 작은 대화라도 하지 못했던 것이 정말 아쉬워 꼭 영어 공부를 할 거야 라고 다짐했던 것이 생각난다. 출퇴근길의 지하철 속에서 태국 여행의 기억들이 피어오를 거라는 것은 누가 알았을까.

출퇴근길이 왕복 4시간이나 된 덕분에 나는 많은 생각들과 인사이트, 깨달음, 그리고 2025년의 새로운 목표까지 세울 수 있었다. 앞으로의 출퇴근길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