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장엄한 바다, 그 끝에 어렴풋이 보이는 가느다랗고 희미한 흰 선. 책의 표지는 한 치 알 수 없을 만큼의 망망대해를 침묵으로 꾸미고 있다. 모든 질문은 독자에게로 향한다. 무엇이 보이는가? 그리고 당신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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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걷는다는 것, 그리고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 그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진다. 그리고 왜 저자는 수평선을 메인 키워드로 제시한 것일까? ‘수평선’은, 넘어가면 배들이 사라지는 선이다. 그렇지만 다시 안쪽으로 오면 배들은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가치가 모순처럼 대립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저자는 이 수평선을 ‘미지의 가장자리’라고 부른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수평선을 걷는다는 것은 곧 ‘탐구’를 뜻한다. 지구상에서 사라진 미지의 것, 그리고 다시 태어나고 떠오르는 것 사이의 간격을 좁혀보려는 인간 존재의 노력이다. 대륙에서 대륙으로, 바다로, 또 빙하의 끝으로. 둥근 지구에 마침표가 없는 것처럼 걷는 중인 저자 배리 로페즈는 자신의 경험담을 책 <호라이즌>을 통해 풀어내며 질문에 답변하고자 한다.

 

 

 

탐구는 ‘호기심’에서부터


 

저자가 자신을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고 칭한 것처럼, 이 책은 물음표를 기반으로 한 모험기다. 스크랠링 섬에서 우연히 덤불 속 반짝이는 돌 파편을 집어 들며 사람의 흔적을 고심하고, 동물들이 인간의 기술로 방해받았을 때 어떻게 저항하는지 궁금해한다. 또 에스키모인들에게 북극의 오후, 온통 깜깜한 밤 속 희미하게 빛나는 상상력으로 무엇을 했을지를 상상한다. 이 물음표들은 곧 지나온 과거를 추측 해보고 발굴 해보는 것과 같다. 어쩌면 생각하는 사람은 고고학이라는 학문과 깊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길을 따라 여행을 이어가던 그가 파울웨더 곶에서 시작해 푸에르토아요라를 거쳐 아프리카대륙의 자칼 캠프에 다다른다.

 

저자는 그곳에서 새 한 마리를 만나는데, 천적에게 할큄을 당한 것인지 머리에 상처가 나 있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짹짹 운다. 이 새처럼 인간을 포함한 얼마나 많은 생명이 고통을 안고서라도 삶을 말하려고 하는가? 이 생각과 함께, 코끼리, 사자, 임팔라 등이 자유롭게 거니는 아프리카 초원의 모습은 곧 우리가 지나온 과거이자 태초의 모습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아프리카는 대륙의 끝이자 마지막 종착지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역설적이게도 인류 존재의 근원지다. 이 내용은 ‘오스트랄로피테신’ 등의 사례를 들어가며 독자에게 진화론적으로 상세히 짚어주기도 한다.

 

 


연결된 모든 것이 우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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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위선과 경선이 만나고 연결되는 그 모든 조합으로 이루어진 구 모양의 형태다. 셀 수 없이 많은 선을 찾아 여행한다는 것은, 그 교차점이자 모든 연결점을 이해한다는 것과도 같다. 배리 로페즈도 여행하며 이 ‘연결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 한 단락에서야 비로소 체감할 수 있었다.

 

 

언어와 복잡한 사고가 생겨나기 이전, 사람족은 기관으로 공기를 밀어올림으로써 의미를 담고 있고 상대도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경고의 외침 소리와 짝을 부르는 소리를 냈다. 그러다 다른 뭔가가 등장했다. 그것은 감정과 생각을 에워싸고 한데 엮인 음들, 새의 노래에서 들리는 떨림이며 진동과 비슷한 소리들의 이어짐이었다. 이로써 사람족은 새로운 방식으로 각자 서로를 개인으로 인지하게 되었고, 사람족 사이에서 가능한 협력의 정도는 엄청난 수준으로 도약했다.


자몽보다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는 오스트랄로피테신의 두개골, 장차 더 커진 호모의 전두엽이 자리할 이 둥근 뼈의 앞부분에 손가락 끝을 댄 채 워커는 말한다. "배리, 나도 이걸 증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우리가 말을 하기 전에 노래했을 거라고 믿어요."


- 호라이즌, p.586

 

 

분명 우리의 말은 동물들이 내는 어떠한 초기 발성으로 시작해 의미가 더해졌을 것이며, 지금처럼 다양한 언어로 형상화됐으리라는 것이다. 여행 중 보았던 모든 풍경이 다시 인간에 대한 느낌표로 귀결되는 이 장면들. 아프리카 대륙의 꾸밈없는 자연, 인류의 초기, 그리고 다친 새의 소리. 이것들을 차례로 거친 후 바라보자니, 시야가 초원처럼 확장됨을 신비롭게 느낄 수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거대한 여정의 ‘종점’으로 향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 결코 끝이 아닌 ‘시작점’으로 돌아온 듯한 연결 고리를 지금껏 잊을 수 없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까.

 

‘연결’에는 ‘생존’이라는 의의도 있다. 저자는 우리가 과거를 뒤로할 뿐, 진화론적으로 어둠 속에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이 불안한 외줄타기를 이어가면서, 의존할 곳이라곤 지나온 것들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불확실성을 없애고 살아남기 위해 연결성을 찾고 추측한다. 따라서 ‘존재’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라진 것들을 떠오르게 해야 함을, 그리고 그 역할이 인간에게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 끝없이 ‘수평선’과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고 생각하며 궁금해하는 것이 떠나는 일과 우리의 방향인 셈이다.

 

꽤 두께감 있는 배리 로페즈의 책 <호라이즌>은 대륙별 챕터로 잘 짜여져 있어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언젠가 수평선의 마지막 장에 다다를 것만 같다. 그 사이사이 저자는 지질학, 과학, 인류학, 철학 등 학문에 범주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넘나들며 아찔하고도 도전적인 모험을 선사한다. 어렴풋 그려지는 수평선 너머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물음표와 연필 한 자루를 쥐고선 이 책을 수평선처럼 펼쳐보면 좋겠다. 손가락 위에서 돌아가는 연필로 온 세상에 선을 그어 독특하고 새로운 연결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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