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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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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몸을 끔찍이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겨울이 되면 자기 전에 가습기를 꼭 틀고, 목에 가제 수건을 꼭 두르고, 수면 양말과 두툼한 옷까지 껴입고 나서야 잠에 드는 나 같은 사람이 그 대표주자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몇 개월간 감기와 잘 싸워왔다고 생각했는데, 연말이라는 이유로 몰아친 약속과 일정으로 인해 감기와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에서 지고 말았다.


 

 

감기가 불러온 파장 첫 번째 : ‘차’ 마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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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리니 목부터 말썽이었다.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쓰라렸다. 병원에서 재빨리 약을 타왔음에도 목이 아픈 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이럴 때 믿을만한 구석은 집에 있는 전기포트와 티백들뿐이었다. 그동안 선물 받고도 자주 마시지 않았던 온갖 종류의 티백들을 뜯어 하나씩 마시기 시작했다. 유자차부터 시작해 캐모마일, 히비스커스, 감기에 좋다는 독일의 바드 하일브루너, 홍삼차까지. 집에 이렇게 티백 종류가 많은지 감기에 걸리고서야 알았다.


목을 달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차를 마셨다. 원래는 찬물을 좋아해 벌컥벌컥 마시던 내가 따뜻한 차의 세계와 기다림의 미학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차를 마시니 하루의 첫 시작을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저녁은 차를 마시면서 고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차의 향과 맛도 조금씩 달라 골라 먹는 재미도 있었다. 얼떨결에 생긴 혼자만의 티타임을 가지면서 심적으로도 도움을 얻었다. 평소에 차보다 망설임 없이 커피를 선택하는 사람이었는데, ‘차’의 맛을 알게 되자 선택지가 훨씬 늘어났다.

 

 

 

감기가 불러온 파장 두 번째: 건강에 ‘감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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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연말에 아프다 보니, 지인들과의 연말 모임에서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감기 초창기에는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아 말을 하고 싶을 때 편하게 말할 수 없어 답답하기도 했다. 다 같이 노래방에 갔을 때에도 홀로 묵언수행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보다는 ‘상대’에게 집중이 실렸다. 평소였으면 내 얘기를 했을 순간에 상대는 어떤 말을 하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조금 더 생각하고 관찰하게 됐다.


원래도 아침에 일어나는 건 고역이었지만, 감기에 걸리니 매번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목 상태가 어떨지 긴장이 됐다. 자는 사이에 목 건강이 더 나빠지거나 이물감이 심해졌을 때면 절망적이었다. 뜨끈한 소금물로 목을 몇 번이나 소독하고 나서야 조금씩 목소리가 나오는 건강 상태가 야속했다. 흥미를 붙인지 이제 겨우 한 달이 된 운동을 못 가서 답답했고,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니 숨쉬기도 힘들었다.


위에 적은 불편함보다도 더 나를 힘들게 했던 순간이 있었다. 같은 약을 복용한지 나흘째가 된 날이었다. 밥을 먹은 후 다섯, 여섯 알의 알약과 시럽을 먹기 위해 약을 뜯어내는 순간 문득 울분이 치밀었다. 이렇게 꾸준히 맛없는 약을 먹는데도 안 낫는 내 몸이 밉고, 하루 3번 먹는 약도 너무나도 지겹게 느껴졌다. 괜히 서럽고 속상해 애꿋은 약봉지에 화풀이를 하다가, 겨우 나흘 아프다고 투덜거리는 내가 정말 작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무탈하게 묵묵히 버텨준 몸한테 감사하고, 앞으로는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해온 건강에 무척이나 감사했고, 다시 찾아오길 간절히 기다리게 된 순간이었다.

 

 


감기가 불러온 파장 세 번째: ‘아픔’의 역치 경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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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감기에 걸리니 오랜만에 몸에서 열이 났다. 말 그대로 ‘지끈 지끈’한 두통도 오랜만이었다. 아파서 눈앞이 흐려진다, 정신이 혼미해진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님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그동안은 나 중심의 편협한 사고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쓰는 아프다는 표현에 잘 공감하지 못했고, 핑계라고 치부할 때가 많았다. 이번 감기를 통해 타인의 아픔에도 조금씩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아플 때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들의 감사함과 소중함도 경험했다. 이제는 타인이 아프다고 할 때 더 따뜻하고 공감적으로 신경 써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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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24년 연말과 2025년 연초를 감기와 함께 맞이했다. 지금도 감기 기운이 남아 아픔의 ‘현재 진행형’ 상태이다. 주변의 누군가가 연말 연초처럼 좋은 시기에 이렇게 아파서 어떡하냐고 걱정해 주었다. 오히려 그 말을 듣고 생각하니 연말 연초처럼 좋은 시기에 아픔을 겪어서 좋은 점도 있다. 감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더 이해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 자주 몸이 아프고 약한 사람들에 공감하게 되었고, 나의 의견과 생각보다 남들에 말에 더 귀 기울여볼 수도 있었다. 내 오만함에 반성하고, 겸손해지고, 당연한 것들에 조금은 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라는 몸의 일침일지도 모른다. 2025년에 어떤 사람보다도 더 빠르게 날 찾아온 감기라는 역경을 잘 이겨내서, 올해 한 해는 변화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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