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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내년에는 악기 하나 배워볼까 [음악]

그런 당신을 위해, 취미 악기가 멋진 몇 가지 이유

by 윤희수 에디터
2024.12.27 12:42

 

 

차가운 공기 안에 붕어빵과 호떡의 냄새가 섞이고 길거리에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이면 이번 한 해가 저물어감을 느낀다. 그것은 곧 푸른 뱀의 해가 다가온다는 뜻이다. 올 한 해 다들 목표한 바를 이루셨는지. 설령 부족한 부분이 있었더라도 2024년의 버킷리스트는 이제 보내줄 때가 왔다. 새 마음은 새 포대에 담아야 하니까. '2025 신년 계획.docx' 파일을 만들어 곧 다가올 을사년의 신년 계획을 세워보자.

 

혹시 그 새로운 버킷리스트에 '악기 배우기'를 채워 넣으려 자판을 누르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내년에 뭘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고? 요즘 따라 묘하게 악기를 배우고 싶었던, 혹은 그러지 않았던 당신을 위해, 취미 악기가 멋진 몇 가지 이유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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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온 진심의 공유


 

최근, U의 피아노 연주회를 다녀왔다. 피아노를 오래 배우던 친구였는데 밴드에서 키보드를 뚱땅거리는 모습을 보다가 그랜드 피아노를 힘차게 눌러대는 것을 보니 새삼 본진은 여기인가 싶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학원 내에서 조촐하게 진행된 연주회는 나름의 드레스 코드가 있었다. 초록색, 빨간색, 아니면 갈색. 드레스 코드 하니 생각나는 J의 공연도 있다. 직장 내에서 만든 밴드로 벌써 두 번째 공연을 올리는 J는 클래식 피아노보다는 키보드가 본진이다. 이쪽도 드레스 코드가 있었는데 같은 초록색과 빨간색이어도 클래식 피아노 학원에서 열렸던 연주회와 펍을 빌려 진행되었던 밴드 공연은 사뭇 그 분위기가 달랐다. 디오니소스적 예술과 아폴론적 예술의 차이랄까.


그렇지만 이 잔뜩 긴장한 취미 연주자들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비슷하다. 진심이기 때문에. 같은 취미를 즐기고 있는 사람으로서 셀프 모에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스쳐 지나가지만 뭐 아무튼. 전공이 이쪽이 아니더라도 순수하게 좋아서 시작한 취미이기 때문에 그 사랑 하나만으로 이어갈 수 있다. 좋아하는 마음은 취미라 해서 절대 가볍지만은 않다. 업이 아니기에 부담이 조금 적을 수는 있겠지만 가벼운 마음이라면 왜 다들 그토록 긴장하고 환호성을 질렀겠는가.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입고 온 사람들이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손뼉을 치고 "멋있다" "예쁘다"를 연호하는 모습에서 훈훈한 연말 분위기가 물씬 흐른다. 알코올이 들어간 펍이 조금 더 데시벨이 높을지는 몰라도 자신의 진심을 내보이는 이들을 격려하는 그 마음의 온도만큼은 동일하다. 세계적 팝스타까지 되지 못하더라도 자그마한 공간에서 본인이 쌓아온 진심을 나누는 미래가 짜릿하지 않은가.

 

물론 짜릿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혹시 공연이 오히려 식은땀 나는 미래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다음 이유가 기다리고 있으니.

 

 

 

의지(Wille)로부터의 해방


 

사실 콘서트, 교감, 감정의 교류, 다 좋지만 홀로 헤드폰을 끼고 악기를 연주하는 시간이 근본 중의 근본이다. 여기까지 읽은 대문자 "I" 성향을 가진 당신에게야말로 악기 연주는 훌륭한 취미가 될 수 있다. 악기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가지는 고차원적 본능인 자기표현을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는 수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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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는 그의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제4권에서 음악에 대해 논한다. 그에게 음악은 "세계와 마찬가지로, 의지의 모사물이 아니라, 의지 그 자체"를 나타낸다. 어떠한 의지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 본질적 동기인 것이다. 여기서 의지란 고통과 갈망의 다른 말이다. 세상살이를 힘들게 하는 원흉이다. 음악은 이러한 의지의 속성을 인식할 수 있게 바꿔준다. 혼자 방 안에 잠겨 그 초월적 상태를 잠시 경험하고 있자면 고통을 인식함과 동시에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음악은 "의지의 구속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것을 부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관조를 통한 초월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단순히 연주에 열중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에서 쌓인 번뇌와 고통을 털어버릴 수 있다. 완전한 몰입의 경험은 잠시 많은 것을 잊어버리게 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감정은 지난 음표에 털어버리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어쩌면 당신도 초월에 이를지도 모른다.

 

 


조금 어설픈 우리만의 춤


 

사실 연주회고, 쇼펜하우어고 간에 많은 사람들이 악기를 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그 순간이 즐거우니까.

 

각자가 재미를 느끼는 지점은 다르다. 필자의 경우 의도하는 대로 뭔가가 생긴다는 것이 재밌었다. 치면 소리가 나온다. 다르게 치면, 다른 소리가 나온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말이 된다. 나만의 언어로 나만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그리고 취미니까, 조금 어설프면 어떤가.

 

 

사는 게 다들 그런 거지

모든 것들이 마음처럼 되진 않아

잠시라도 잊은 듯이

이제는 우리만의 춤을 추자


더 많은 추억을

너와 함께 가꿀래 with you

조금 어설퍼도 뭐 어때

이런 날이면 with you


- SITCOM, 나상현씨밴드

 

 

딱히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세상살이 속에서 그래도 튕기는 대로 튕기는 기타 줄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가. 물론 손가락이 좀 아프고 기타 줄마저도 딱히 원하던 대로 소리가 나지 않을 때는 가끔 서글프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나만의 춤, 나만의 소리니까. 조금 어설프면 어때. 삑사리가 나면 어떻고 박자가 틀리면 어때. 굳은살이 박이고 연습량이 늘다 보면 이전의 미숙함은 결국 추억이 될 것이다.

 

번외로, 위에 적힌 가사가 끝나면 정말 멋진 기타 솔로가 나온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새롭게 배워보고 싶은 악기가 생겼다면, 그리고 그것이 기타라면 언젠가 이 곡을 도전해 보기를. 젊다면 청춘을 즐길 멋진 방법이 될 것이고 청춘이 아니라면, 그런 건 없다. 악기를 잡은 당신은 여전히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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