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다가오는 목요일, 11월 14일은 2025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이다. 그런데 그보다 5일 전인 지난 토요일에는 어떤 시험이 있었는지 아는가? 바로 유치원·초등학교·특수학교 신규 교사를 선발하는 임용시험이 있었다. 특수학교 교사 선발에 응시한 한 지인 덕에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한 연극이 떠올랐다.

 

 

131.jpg


 

그 연극은 바로 극단 신세계의 <생활풍경>이다. 이 작품은 특수학교 설립으로 인한 지역 사회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연극이 시공간의 제약을 가진 특성을 지니고 있어, 현재 상영 중이지 않은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맞을지 고민했으나, 다행히 극단 신세계의 공연을 아카이빙하는 프로젝트인 ‘극단 신세계 온라인 컬렉션’에 <생활풍경>이 올라와 있었다. 연극으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어준 신세계에 감사한 마음을 품고 글을 시작한다.

 

 

 

연극에 관객을 참여시키기


 

<생활풍경>은 주민 토론회 방식을 차용하여 전개된다. 폐교 부지에 특수학교와 한방병원 중 무엇을 설립할 것인가가 토론의 쟁점이다. 극 중 시간 설정도 마침 2017년인데, 이는 2017년 강서구 가양동에서 있었던 특수학교 설립 투쟁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에 대한 나의 감상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했다. 처음에는 흥미로운 연출에 "오, 재밌는데?" 싶었다가, 중간쯤에는 아무리 연극이라도 쏟아지는 혐오 발언에 어지러웠고, 2시간 동안 정답이 없는 토론을 지켜보며 마지막에는 머리가 아팠다.

 

처음 이 작품이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연극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연출 방식 때문이었다. 배우가 작품 속 인물로서 관객에게 말을 건네고, 관객이 구호를 함께 외치거나 국민의례에 참여하는 장치는 관객을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이 아닌 극 중 수리동 주민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스크린샷 2024-11-12 오전 10.43.54.jpg

 

 

 

이것은 NIMBY가 아니다.


 

문제는 본격적인 토론회가 시작되면서 발생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난 탓에 관객으로서 매우 괴로웠다. 특수학교 설립을 지지하는 장애인 학부모들과 비싼 아파트에 사는 주민 대표가 서로 대립하며 각자의 의견을 쏟아낸다. 서로의 말을 듣지 않고 각자의 주장만 이어가는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의견 대립의 양상 그대로다. 이 모습이야말로 이 연극의 제목이 <생활풍경>인 이유이다.

 

신세계는 연극을 통해 한방병원과 특수학교 중 어떤 것을 건립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생활 풍경을 무대 위에 올려놓았을 뿐이다. 연극은 특수학교 건립과 한방병원 설립이라는 단순한 대립을 넘어 그 속에 얽힌 수많은 이해관계를 다룬다.

 

특히 한방병원 건립을 원하는 사람들 중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점은 의미심장하다. 왜 그들이 한방병원을 원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본다면, 이 연극이 단순히 NIMBY 현상만을 이야기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대표가 고급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라는 아이러니도 느껴볼 만하다.

 

 

(구동산) 일단 병원 생기면 수천 명에 달하는 의료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그럼 그 사람들 어디서 밥을 먹을까요? 그렇죠! 병원 근처겠죠 그리고 병원에는 업계 종사자만 있습니까?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를 드나드냐에 따라서 수입이 결정된다는 겁니다. 달랑 병원 하나가 아니라는 거에요.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위치를 반전시켜 비장애인이 소수인 사회를 그린 장면에서는, 다수의 이름 아래 장애인을 타자화하고 장애인을 불쌍하거나 수동적인 존재로 여겨온 우리 사회의 모습을 꼬집는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 기반 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그들이 불쌍하기 때문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당연히 제공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방숙자) 비장애인 주차장, 화장실, 이거 우리가 다 배려한 것 아닙니까? 비장애인 시설이 얼마나 많습니까?

(...)

(전이혜영) 우리가 비장애인을 좀 이해해보면 어떨까요?

(장황) 아니, 내가 비장애인이 아닌데 어떻게 비장애인을 이해합니까.

 

 

이러한 맥락에서 신세계는 우리 생활의 풍경을 무대 위에 올려 놓음으로써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른 약자들의 이야기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단순히 NIMBY로 해석되기 쉬운 사건의 이면에 숨겨진 사회적 맥락을 들춰내고, 관객을 연극에 참여시키면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민서.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