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적으로 회귀물 하면 굉장히 장르적인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일본의 드라마 〈브러쉬 업 라이프〉(2023)는 아주 일상적인 회귀물이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주인공 아사미가 인생 2회차를 시작하는 것은 현세에서 더 많은 덕을 쌓아 내세에서 큰개미핥기로 태어나는 것을 막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다.
그렇게 다시 살게 된 인생은 대학 전공이나 직업을 바꾸는 것 빼고는 원래의 삶과 큰 변화가 없다. 거의 똑같은 인생을 다시 살면서 아사미는 친구 아빠의 불륜을 막고, 수업 시간에 혼나는 친구들을 도와주며, 지하철에서 억울하게 치한으로 몰린 선생님을 구해주는 등의 소소한 덕을 쌓는다.
다음 생에 큰개미핥기가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은 아사미에게 이 모든 문제 상황은 덕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브러쉬 업 라이프〉가 감동적인 이유는 n회차의 인생을 단지 덕을 쌓는 수단으로 생각했던 아사미가 점차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주변 사람들을 위하게 된다는 데 있다.
드라마를 좋아했던 아사미는 인생 3회차에 방송국 드라마 PD가 되어 자기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를 기획한다. 이때 아사미의 기획을 본 상사들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큰 사고를 막는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는 정도의 일은 해야 하지 않냐고 지적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사미는 인생 n회차를 사는 주인공이 왜 그런 중대한 일을 수행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인생 4회차에서 아사미는 가장 소중한 친구들인 나치와 미퐁, 마리링을 비행기 추락 사고로 잃는다.
그동안 열심히 덕을 쌓은 덕분에 이제야 비로소 내세에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게 되었는데, 아사미는 친구들을 살리기 위해 결국 내세를 포기하고 마지막 환생 기회를 소진해 인생 5회차를 선택한다.


내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갖는 감정이다. 그토록 수많은 회귀물의 주인공이 언제나 가족이나 연인의 목숨을 구하고 그들을 보호한다는 단 하나의 목표에 자신의 인생을 바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인생을 다시 한번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래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과연 그렇게 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아사미와 같이 인생 n회차를 하게 되는 날이 찾아오면 나는 누구를 위해 내 삶을 쓰게 될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이 많은 걸 보니, 나의 1회차 인생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흘러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