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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으로 도약 le saut dans le vide (1960)

 

 

여기, 두 팔을 힘껏 벌린 채 아찔한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한 남자가 있다.

 

전위예술을 알리는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인 ‘허공으로 도약(1960)’의 주인공은 7년이라는 짧은 세월 동안 예술계의 센세이션을 몰고 다녔던, '이브 클라인 Yves Klein (1928-1962)'이다.

 

구상 화가였던 아버지와 추상 화가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화가로 성장하기에는 더없이 안성맞춤이었을 것 같은 환경이 무색하게, 그는 어릴 적 붓조차 잡지 않았다. 그렇게 세계 곳곳을 떠돌아 다니며 천문학과 선불교, 유도를 (그는 유럽 최초의 유도 유단자였다.) 배웠던 클라인은 1955년 파리에 정착해 돌연 예술의 세계로 ‘도약’했다.


클라인은 1962년, 34세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계에 더없이 큰 족적을 남겼다. 정식으로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자유분방하고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가졌던 그는 당시 유럽과 미국에 유행하던 서정 추상, 앵포르멜 등의 표현주의적이고 심리적인 미술에 대응하는 그만의 모노크롬 Monochrome 회화를 선보였다.


붓은 너무 감정적이라고 생각했던 클라인은 상대적으로 익명성을 가지는 페인트용 롤러를 사용해 캔버스에 완전히 고르게 색을 입혀 ‘감정 이입의 어떤 조건도 배제하는’ 단색화를 창작하기에 이른다. 그린, 핑크, 레드 등 다양한 색상의 모노크롬을 제작했지만, 그가 단연 사랑했던 색깔이 바로 '블루'였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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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색을 통해 무형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 (이브 클라인, 1959년 소르본 대학에서)


블루야 말로 그가 주도했던 누보 레알리즘 Nouveau Realism 의 ‘현대적 자연’ 개념에 가장 걸맞는 색이 아닐까?

 

칸딘스키는 블루를 두고 ‘짙어 질수록 무한성이 강해지고 초자연적인 느낌을 주는 색’이라고 평가했다. 클라인은 “왜 블루인가?”라는 질문에 “심리학적으로 모든 색은 구체적이고 명백한 개념들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블루는 기껏해야 바다와 하늘을 연상시킬 뿐이다. 명백하고 가시적인 자연 속에 존재하는 더 추상적인 것이 바로 이것이다.”라고 직접 답하기도 했다.


7년의 예술생활 중 블루 작품만 약 200 점을 남기는 등 블루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보였던 클라인은 이내 직접 자신만의 블루를 만들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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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Klein Blue

 

 

'사물의 무'에 가장 가까운 완벽한 블루를 만들고자 여러 합성 안료를 배합하는 실험을 지속하던 클라인은 마침내 1957년, 원하는 색상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  International Klein Blue (IKB) 로 이름 붙여 1960년, 색상의 제조과정을 특허로 등록하기도 했다. 당시 프랑스에는 색 자체에 대한 소유권 등록의 근거가 되는 법이 없어 제조법으로 특허를 낸 것이다.


항간에는 그가 일찍이 요절한 데 오랜 시간 자신만의 블루를 제조하기 위해 각종 화학 재료에 오래 노출되다 보니 건강이 악화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다. 그 배경을 알고 이 깊고 진한 블루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빠져들 것 같은 블루 속 그의 진득한 영혼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모노크롬을 통해 주관적, 감정적 요소를 모두 배제한 비물질, 블루 자체를 예술로 승화했던 그는 이내 블루를 적극적으로 개념, 행위 예술의 중심에 놓고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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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기의 인체측정 Anthropometry of the Blue Epoch (1960)

 

 

클라인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인체측정 Anthropometry 시리즈 (1960)’와 ‘대격전 Large Blue Anthropometry (1961)’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붓은 너무 감정적이라며 모노크롬 제작을 위해 그가 대신 택한 도구가 페인트용 롤러였다면, 해당 작업의 경우 살아있는 브러쉬 Living Brush를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발가벗은 모델들로 하여금 클라인 블루 물감을 몸에 적시게 한 뒤 종이나 캔버스 위에 자신이 직접 모델들을 끌고 다니며 신체 자국을 남기도록 하여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당시 인체측정 작품을 제작하는 그의 공개 퍼포먼스를 보고, 참석한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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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측정 작품 제작 당시 사진

 

 

이브 클라인의 개념, 참여 예술적 시도가 드러나는 작업을 추가로 살펴보자면 ‘허공/공허 The Void (1958)’를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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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oid(1958) 전시장 입구에 서있는 클라인

 

 

전시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비물질과 무형에 관한 끊임없이 탐구했던 클라인은 전시가 열리는 화랑의 모든 가구를 치우고 벽을 모두 흰 색으로 칠한 뒤 관람객들에게 푸른색 칵테일을 제공했는데, 이것을 마신 모두가 며칠 동안 푸른색 소변을 보았다고 한다.


전시의 오프닝과 텅 빈 화이트 큐브 그 자체인 갤러리, 전시회 개막을 기념해 하늘에 띄운 1000개의 푸른색 풍선, 그리고 푸른 칵테일, 이를 체험한 방문객들까지. 모든 것은 클라인의 예술의 일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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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인류는 항상 블루를 차갑고도 따뜻한 양가적인 색, 고귀한 색으로 칭하며 사랑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장식에 사용된 이집션 블루, 금보다 구하기 귀한 염료로 인해 마리아의 성스러운 청색 의상에만 쓰였던 마리안 블루, 근대에 안료가 발달하며 탄생한 인디고 블루와 코발트 블루까지.


색채 전문 회사 팬톤 Pantone에 따르면, 현대까지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으로 많이 꼽는 것이 블루라고 한다. 이들이 블루를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 다양할 것이다.


이브 클라인이 그만의 이유로 블루를 사랑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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