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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마법 일기장이라고 믿고 싶은 [문화 전반]

무사히 하루를 보내길, 행복하길

by 최서영 에디터
2024.10.08 09:56

 

 

나의 일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보아도 초등학교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기엔 힘에 부친다. 초등학생 때의 일기장을 또렷이 기억한다. 하도 부지런히 적어 불어난 일기장을 기억한다. 방학 땐 두 권의 노트에 구멍을 뚫어 고리에 한데 달았던 일기장을 기억한다.

 

초등학생 때의 일기장은 독자가 오직 한 명뿐인 에세이와 다름없었다. 선생님만 읽을 수 있는 짧은 에세이. 위에 별 세개를 그려두면 그날 일기는 읽지 않고 도장만 찍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믿었다. 순수했던 시절이었다. 나는 그런 선생님의 다정과 배려가 좋았다. 선생님과 별 세 개를 방패 세운 일기장 덕분에 나와 일기장 사이에 비밀이 없었다. 일기장은 오롯이 나의 것이었다. 나의 대나무 숲이었다. 그렇게 일기장 위에 거침없이 나의 모든 것을 써 내려갔으며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고 있다.

 

지난 아트인사이트 피드백 모임 때, 일기를 쓰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일기를 쓰긴 쓰지만 오늘 무엇을 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주로 적어요."라고 대답했다.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던 아이유 님의 일기 스타일이 아닌, 장도연 님의 일기 스타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해당 답변은 며칠 동안 나를 신경 쓰이게 했다.

 

과연 정말 오늘 무엇을 했는지 일일이 나열하는 일기만을 썼던 것일까. 올해 쓴 일기장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대답대로 어딜 갔고, 무엇을 했고, 어떤 감정이었는지가 주절주절 놓여있었다. 하지만 일정을 브리핑하는 일기는 서론에 불과했을 뿐 본론과 결론엔 나의 불안이, 나의 격려가, 나의 바람들이 기도문처럼 존재했다.

 

나는 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이 아니다. 물론 일 년을 단위로 잡고, 쓴 날과 안 쓴 날을 비교한다면, 쓴 날이 훨씬 더 많지만 그렇다고 일기를 안 쓰면 불안해하는 사람은 아니다. 화가 나는 일이 있을 때 분노를 일기장에 분출하고, 일기를 쓰며 모순덩어리의 스스로와 마주하는 보통 사람들처럼 일기를 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일기장을 마법 일기장이라고 믿고 있다.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일기장에 주문처럼 쓴 목표들과 바람들이 이루어진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기에. 물론 반복적으로 적은 목표들을 따라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한 까닭도 한몫하겠지만, 나는 나의 일기장을 마법 일기장이라고 믿는다.

 

일기를 강박처럼 열심히 쓰는 시기가 있다. 자려고 누웠다가, 그날 일기를 안 쓴 게 생각나 벌떡 일어나 책상에 달려가는 시기가 있다. 요즘 그 시기가 다시 돌아왔다. 종교가 없는 나는 간절하게 바라는 게 있을 때마다 일기장을 강박처럼 찾는다.

 

요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늘도 그가 무사히 하루를 보낸 듯싶다. 내일도 그러하길."

 

나는 너무나도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자꾸 일기와 편지 뒤에 숨어 진심을 전달한다. 이번엔 나의 일기장이 정말로, 마법을 부릴 줄 아는 '마법 일기장'이라고 굳게 믿어보고 싶다. 괜찮아질 때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쓸 자신이 있으니, 제발 그에게 힘을 주길. 무사히 하루를 보낼 수 있길.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끝까지 행복하길 바란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의 행복까지 바라는 건 너무 과한 바람일지 몰라도, 그가 행복하길 바란다. 오래오래 행복하길. 끝까지 스스로를 놓지 않길. 끝까지 살기를. 질기도록 살기를.

 


 

 

혼자 울지 마렴 나의 사랑 나의 얘야

괜찮다면 이리 와서 고민들을 말해주겠니

오늘도 우린 너를 걱정한단다 얘야

 

살이 많이 빠졌구나 얼굴이 꼭 반쪽이 됐네

우리는 네가 건강했음 좋겠다 얘야

 

힘든 날이 많구나 매번 걱정이 마음에 앞서고

도움이 되지 못하는 우리는 널 사랑한단다

 

- 얘야, 라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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