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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들은 자신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림을 거대한 상자 안에 숨겨 두는 경향이 있다. 거대한 상자를 대충 그리며, 이 안에 토끼가 들어있다고 둘러댄다. 그러자 관객들은 질문을 던진다. ‘대충 그린 상자가 어떻게 토끼일 수 있단 말인가?’위에 대한 답변은 저 멀리 소행성에 살고 있는 <어린 왕자>에게서 들을 수 있다.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무대 위로 손에 토끼 탈을 쓴 무용수가 상자를 덮어쓰고 등장한다. 미세한 조명과 함께 어둡고 텅 빈 공허한 무대에 토끼의 등장이라, 직접적으로 토끼임을 보여주는 탈 덕분에 동화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토끼’가 등장했을 때, 잠깐이나마 동심의 세계에 들어온 듯했다. 깡충깡충 뛰어노는 토끼와 귀여운 존재. 개인적으로 토끼 탈을 무대 위 로 등장한 시도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했다. ‘왜 토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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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서 안무가 허성임은 토끼를 인간 안에 내재된 어떠한 것, 항상 도망치고 싶어 하는 검은 욕망과 두려움으로 표상했다. 토끼는 어둠 속에서 살고 있으며, 귀엽거나 탐스러운 존재가 아닌 섬뜩하고 기이한 존재로 묘사되었다. 이는 토끼가 가진 의미와 다소 이중적이고 모순되는 뜻으로 서로 충돌하고 있다. 우리는 무용 작품을 볼 때, 안무가가 그린 그림을 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무언가 표면적인 것, 외면적인 것을 보고 싶어하고 사회로부터 주입된 틀에 의해서 그 그림을 평가하고 해석한다.

 

이 작품 또한 초반에는 토끼 탈을 쓴 무용수가 주인공으로 보였지만 점차 상자를 뒤집 어쓴 토끼는 나오지 않으며 반짝이 옷을 입은 무용수들이 무대를 구성한다. 토끼가 등장 하지 않는 장면에서는 ‘이젠 뭘 봐야 하지?’, ‘주인공이 없는 무대인가?’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자 속에 숨겨둔 그림이라도 우리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상상할 수 있다. 반짝이 의상을 입고 엎드려 오랜 시간 이어지는 바운스 동작은 인간보다도 ‘토끼’의 앙증맞은 뒷모습 같기도 하며, 박자에 맞춰 단순히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 같기도 하다. 계속 보고 있으면 어두운 무대에서 눈이 부시는 반짝이에 빨려 들어가는 최면적이고 환상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이때 느낀 혼미함으로 신체가 사물이 되는 이미지의 전환에 성공했고, 이 작품을 끝까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안무가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상자 안에 숨겨버렸기에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 는 방식은 다소 역설적이다. 사막이 숨겨놓은 오아시스처럼, 보아 뱀이 삼킨 코끼리처럼 말이다. 토끼의 형상을 숨겨버린 상자로부터 모든 토끼의 존재를 발견하는 동심의 원동 력은 상상력이다. 어른들은 커가며 그런 상상의 능력을 빼앗겼으며, 당장에 눈에 보이는 것들에만 이끌려갈 뿐이다.

 

이후 장면들에서 토끼는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였다. 필자가 이해한 토끼는 내면에 숨어있 는 동심, 순수 존재에 대한 열망이었기에 사회의 정해진 박자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에 게 함께 어울릴 수 없는 존재로 다가왔다. 그렇기 때문에 토끼는 혼자 외로워 보였으며, 현대인들이 마음속에 두고 온 무언가 같기도 했다. 겉으로 보이기는 어둡고 미지의 존재로 인식되기에 회피하고 싶어 하는 두려움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가시의 범주 그 경계 밖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의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가시적인 표상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의지적인 부분이 아닌 사회로부터 주입된 환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보편적인 세상의 눈을 가지고 성공한 사람의 직장을 얻으면 행복해하지만, 그 사람의 성공을 보기 전까지는 그 직장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불행하지는 않다. 유사하게, 상자 속 토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볼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상자에 숨겨진 토끼를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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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나타내는 <토끼는 어디로 갔나요?> 또한 상자 속 숨겨둔 토끼의 정체를 관객 들이 찾아내도록 의도한 부분이다. 토끼탈과 그림자를 활용한 뒷 배경의 연출은 동화적 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적절했으며, 무대를 지루한 레퍼토리로 이끌지 않고 토끼의 존재를 감춰버림으로서 현대인들의 동심을 가져오는데 성공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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