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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단원들이직접 공연하는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가 열렸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한국 공연은 2023년 마곡LG아트센터 발레 <지젤> 전막 공연 이후 1년만이다. 에투알은 프랑스어로 ‘별’이라는 의미로,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수석무용수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7월 20일, 21일에는 프로그램 A로, 23일과 24일에는 프로그램 B로 공연되고, 두 프로그램 모두 20분 인터미션 포함 120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다. 이 공연에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뚜왈인 박세은, 폴마르크, 레오노르 볼락, 발랑틴 콜라상트, 한나 오닐, 기욤 디오프가 참여하며, 프리미에르 당쇠즈인 록산 스토야노프, 제레미 루 퀘르, 토마 도퀴르, 그리고 쉬제인 안토니오 콘포르티 역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국립발레단을 거쳐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입단 후 2021년 에투알로 지명된 박세은이 레퍼토리 선정 및 공연 주최에 많은 역할을 했다. 박세은 발레리나가 출산으로 인해 작년 내한 <지젤>에 참여하지 못했기에 오랜만에 보여주는 모국에서의 공연이라 한국 발레 팬들 사이에서는 티켓 오픈 전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에투알, 프리미에르 당쇠르, 쉬제, 코리페라는 등급명을 쓴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발레단의 무용수들은 수석무용수, 솔리스트, 드미 솔리스트, 코르 드 발레로 나뉘는데 이러한 등급의 프랑스어 버전인 셈이다.

 

 

 

다양한 장르, 다양한 안무가의 발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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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리 오페라 갈라는 그 진행이 프로그램 A와 B로 나뉠 만큼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발레라는 한 장르 안에서도 고전 발레와 더 현대적인 발레가 있고, 그 안에서도 세부적인 차이가 있는데 프로그램 A와 B, 양일 모두 파리 오페라 발레단 아카이브에 등재된 작품 중 다소 현대적인 발레로 분류되는 작품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A와 B, 각각 9개, 총 18개의 작품들의 안무가는 현재 파리 오페라 발레 예술감독인 호세 마르티네스의 작품을 비롯하여 프레더릭 애슈턴, 조지 발란신, 장 기욤 바르, 세르주 리파르, 케네스 맥밀란, 한스 판 마넨, 카롤린 칼송, 미하일 포킨, 윌리엄 포사이스, 루돌프 누레예프, 롤랑 프티, 앙줄랭 프렐조카쥬로, 마치 그들의 국적처럼 발레의 스타일 역시 다양하다. 드라마 발레의 한 장면, 고전 발레의 형식성을 차용한 네오 클래식 발레, 모던 발레 위주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주로 (저작권 문제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고전 발레나 낭만 발레 작품들 위주로 진행되는 한국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레퍼토리의 라인업이다. 이 공연에서 한국의 발레 팬덤은 신선하고 색다른 작품들 속에서 그동안 볼 기회가 적었던 무용수들의 테크닉을 충분히 즐기며 여러 작품에 내재한 각기 다른 미학적 가치나 배경지식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다.

 

 

 

여러 작품들의 관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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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갈라의 프로그램 구성은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 형식적인 것과 그러한 형식에서 이탈한 것이 공존한 상태로 진행되었다. 단골로 나오는 <돈키호테> 3막 키트리와 바질의 그랑 파드되, 미하일 포킨의 <빈사의 백조>는 익숙한 레퍼토리다. 신고전주의의 거장인 조지 발란신의 <쥬얼스> 중 다이아몬드 파드되와 <차이코프스키 파드되>는 발레의 고전적인 형식을 안무로 재현하지만 어떠한 서사에도 이를 위치하지 않게 함으로써 현대적인 느낌을 주고, 같은 안무가의 <알 주요 발레 갈라에 게 뭐야 who cares?> 중 ‘the man I love’은 기존의 고전적인 테크닉에 재즈를 곁들여 흥미롭다. 이 외에도 보다 현대적인 레퍼토리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빠른 멜로디의 템포와 그에 맞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돋보이는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은 테크닉을 보기에는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또한 프로그램 B의 마지막 순서이자 전체 발레 갈라의 마지막 작품인 호세 마르티네스의 <내가 좋아하는(Mi Favorita)>은 곳곳에 유머 코드를 삽입하여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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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연출의 레퍼토리도 돋보인다. 드라마 발레 <마농>에서 등장하는 마농과 데 그리외의 파드되는 그 장면 자체만으로도 무용수의 테크닉과 감정 연기를 같이 즐길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장면이다. 박세은과 폴 마르크의 합은 안정적이며, 전막의 한 장면이기 때문에 전체 줄거리를 안다면 이 장면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리고 롤랑 프티의 <카르멘> 침실 파드되는 정서 표현과 함께 그 사이에 숨어있는 불안과 비대칭한 관계의 모습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젊은이와 죽음>을 안무한 롤랑 프티답게 서양 문화에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팜므파탈 카르멘과 그에게 홀린 호세의 이야기에서 애정 충동과 그에 동반되는 죽음 충동의 정동을 읽어냈다. 오페라 음악을 차용했지만 발레 안무와 위화감이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또한 프로그램 B에서 등장한 프렐조카쥬의 <르 파르크(Le parc)> 3막 파드되는 앙졸랭 프레조카쥬 특유의 현대적인 연출이 돋보이지만 동시에 애정이라는 정서를 스킨십으로 표현하며 감각적으로 구현해냈다. 공중에서 하는 키스신으로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잘 공연되지 않았던 작품이기 때문에 이 레퍼토리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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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누레예프 버전의 <신데렐라> 2막 파드되, <백조의 호수> 중 흑조 파 드 트루아는 각각 프로코피예프와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기존의 발레 음악을 사용했지만 누레예프가 새롭게 각색하거나 변형시킨 작품이다. <신데렐라>는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부흥하던 시기로 배경이 변화했고, <백조의 호수> 중 흑조 파 드 트루아(pas de trois, 세 명이 추는 춤)는 일반적으로 지그프리트와 흑조의 파 드 되(pas de deux)로 여겨지던 프티파-이바노프의 안무를 로드바르트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파 드 트루아로 약간 변형시켰다. 위에 언급했던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 역시 누례예프 버전인 것을 고려한다면 한 안무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가져와 각기 다른 위치에 구성한 셈이다.

 

 

 

공연을 위한 세심한 부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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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북은 각 작품의 안무가, 음악, 각색, 초연과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의 첫 공연 정보를 기재하고 있고 뒤이어 작품들에 대한 깊은 해설이 서술되어 있다. 작품 해설은 각 작품의 정보를 담고 있는데, 발레의 역사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 작품인지, 안무가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 안무가 특유의 스타일이나 관람 전에 알면 좋을 작품을 휘감고 있는 정서 등을 설명해준다. <마농>처럼 전막 작품의 일부인 경우 그 작품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 후 어떠한 장면인지 소개해주기도 한다. 무용수의 테크닉이나 기본적인 정보부터, 감각적인 부분을 본능적으로 캐치해 서술하는 설명은 발레에 문외한이더라도 작품을 이해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외에도 공연의 주최사인 에투알 클래식에서 작성된 프로그램북은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예술감독인 호세 마르티네즈와 에투알 박세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행정 체계(대표적으로 승급 방식과 체계)나 레퍼토리, 작품 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얻을 수 있다. 클래식 발레와 컨템포러리 발레 모두를 고려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한국의 관객에게 발레를 보는 즐거움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박세은 발레리나의 인터뷰는 현재 한국의 발레 팬덤이 원하는 것과 정확히 공명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 다시 돌아올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발레 갈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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