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네 번의 모임. 그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아트인사이트에서의 모임은 언제나 신뢰도가 높다. 글을 쓰는 사람들. 그리고 진심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란 생각 때문이다.
그럼에도 긴장의 끝을 놓지 않고 갔던 첫 번째 모임은 놀라우리만치 잘 맞는 세 명의 여성들이 있었다. 각기 다른 직종과 다른 성격임에도 우리는 잘 맞는다! 는 생각이 들었고 오랫동안 대화했다.
나는 꾸준히 영화를 공부했고 연출을 했기 때문에 모임원분들이 나의 의견을 따라 책 한 권을 같이 공부하기로 모임의 길이 정해졌다.
그 책의 이름은 ‘필름메이커의 눈’. 영화를 공부한다면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임이 틀림없다. 이 책은 익스트림 클로즈업부터 달리샷까지 샷의 기본적인 문법과 촬영방법을 가르친다. 우리의 첫 번째 영화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이 대표적으로 사용된 훌리오 메뎀의 ‘루시아’였다.
어느 날 사라져버린 남자친구를 잊으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여자주인공에게 그와 얽힌 사건들의 실체가 밝혀지는 영화. 우리는 영화를 보고 직접 중요한 컷을 그려보았다.
모임원들의 후기로는 컷을 그려보는 행위가 영화를 이해하는 데 신선한 시각을 주어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중간에 우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양한 독립영화를 즐겼다.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고 나누는 건 언제나 그렇듯 즐거운 일이었다. 영화와는 조금 먼 이야기지만 전주에서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는 한옥이었다. 문풍지로 된 문은 구멍이 조금 뚫려 있었고 덕분에 빗소리가 무방비로 들어와 마치 자장가와도 같았다.
두 번째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이었다. 유명한 영화였음에도 첫 번째 시도에 실패했던 나에게 좋은 기회였다. 수미상관 구조의 퍼즐같은 영화였다. 제일 좋았던 장면은 보스의 여자친구가 배우로 나왔던 드라마에서 했다는 개그. 인물이 어떤 이야기를 말하려다 말았다가 어떤 사건을 지나고 툭 이야기를 내뱉는다. 우리는 그 순간 인물의 심리 변화를 느끼게 된다.
펄프 픽션은 다이나믹한 액션씬과 개연성 없는 사건들로 이루어진 것 같지만 그 내면은 촘촘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퍼즐과도 같다.
사람들과 영화 얘기를 나누면 정말 다양한 시각을 교환할 수 있다. 내가 순수한 사랑이라고 느꼈던 것이 관계 속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동이 될 때도 있고 인물의 특정 행위가 실은 미술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미장셴이었다는 걸 알게 될 때도 있었다.
우리는 그 외에도 사소한 무언가에 대해 분석하고 감탄하고 비판했다. 사람들과 부정적 감정 없이 치열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다. 요즘 사람들은 토론을 때로 싸움으로 받아들일 때가 있다. 그 사람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무언가가 줄어든다는 건 슬프다.
이 아트인사이트 모임을 하게 된건 내게 중요하고 소중한 기점이 되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