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난지한강공원에서 개최된 ‘PEAK FESTIVAL 2024’에 다녀왔다.
평소에 음악은 좋아해도 공연에 다니는 취미는 없어서 1년에 단독 공연도 한두 번 갈까 말까 하는 나에게 페스티벌은 정말 거리가 먼 행사였다. 하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 여럿이 무대에 오르는 데다가 한 해 중 가장 날씨가 좋은 6월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야외 공연이라는 점에 마음이 움직였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이번이 불과 세 번째 개최임에도 불구하고 행사 운영과 공연 진행이 정말 매끄러웠다는 점이다.
우선 돗자리를 깔고 앉을 수 있는 피크닉 존과 스탠딩 존, 그리고 통로가 명확히 나뉘어 있어서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었고,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F&B(Food and Beverage) 존도 피크닉 존 바로 뒤에 자리 잡고 있어 공연 관람에 지장을 주지 않고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작년과 달리 무대가 두 개라서 관람하기에 불편할 것 같았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모든 아티스트의 공연이 막힘없이 착착 진행되었다.
오히려 공연이 양 무대에서 번갈아 가며 진행되다 보니 다음 순서인 아티스트가 무대에서 미리 준비를 마칠 수 있었고, 그 덕에 관객들도 여러 아티스트의 공연을 끊김 없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김뜻돌, 다섯, 마치 등 떠오르는 신예 아티스트들을 시작으로 첫 페스티벌로 피크 페스티벌을 선택한 PITTA(강형호), FT아일랜드, 씨엔블루를 거쳐 유라, 너드커넥션, 소란, 몽니, 김필, 크라잉넛, 이디오테잎, 김윤아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이틀간 이루어졌다. 모든 아티스트의 공연이 훌륭했지만, 특별히 이승윤, 넬, 그리고 글렌체크 세 팀의 공연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 ‘싱어게인’의 우승자였던 이승윤은 우연히 본 인터뷰 영상을 계기로 관심을 두게 된 아티스트였다. 어떤 음악을 하는지 굉장히 궁금했는데,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혼자서 무대를 가득 채우는 모습에 60분 내내 푹 빠져들어 공연을 봤다. 일상에 발을 내리고 있으면서도 철학적인 사유가 돋보이는 가사들이 인상적이었다.
첫날의 헤드라이너였던 넬(NELL)은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좋아하고 있는 모던 록 밴드다. 두 달 전에 단독 콘서트에 다녀왔기에 무대가 크게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노래를 들으면서 아름다운 노을과 선선한 바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낭만적이었다.
라이브로는 처음 들어본 ‘기억을 걷는 시간’과 뜨거운 에너지로 밤을 새하얗게 불태운 앵콜곡 ‘기생충’의 무대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사실상 이틀 동안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무대는 단연 글렌체크의 무대가 아니었을까.
신스팝, 일렉트로니카 밴드인 글렌체크는 내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아티스트다. 청춘의 감정을 자유롭게 녹여낸 이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의 청춘이 마치 영원할 것만 같은 아름다운 착각에 빠지곤 한다.
글렌체크는 평소에도 공연에서 자잘한 멘트 없이 음악으로만 주어진 시간을 채우기로 유명한데, 이번 무대도 역시나 그랬다. 50분 동안 무대 위의 멤버들과 스탠딩 구역에 있는 수많은 관객과 함께 신나게 뛰어놀면서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있는 모두가 음악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온 마음으로 느꼈다. 앞서 이야기했듯 공연 보는 것에 큰 흥미가 없는데도 최고였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페스티벌 기간 내내 비가 왔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이틀 내내 맑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졌다. 뜨거운 햇살과 울창하게 우거진 나무들, 새파란 하늘 위를 떠다니는 구름을 배경으로 이어지던 아티스트들의 다양한 무대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듯하다.
2024년 6월의 문을 열며 여름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알린 피크 페스티벌이 앞으로 대표적인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해서 오랫동안 계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