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다 보면 좋은 글귀를 기억하기 위해 페이지의 끝을 접어 표시를 남기곤 한다.
이유는 다양하다. 글귀가 공감되거나, 기억하고 싶거나, 다시 찾아와 읽고 싶어서다. 책장의 모퉁이를 접는 행동은 그 모양이 개의 귀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dog ears'라는 이름을 얻었다. 귀 모양 책갈피는 어떤 이유로, 어느 부분이 좋아 접었는지 때로 기억하기 어렵기도 하다. 차라리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남기는 편이 편하다.
하지만 접힌 귀퉁이는 펜보다 옅은 자국을 남기며 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기억을 남기고 싶은 이유로 책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은, 소극적이지만 애틋한 마음이다.
세레나데가 고백의 음악으로 통용되는 가운데, 다린의 새 EP [serenade]는 아이러니하게도 소극적인 고백으로 가득하다. 낭만적인 말로 가득 채운 사랑의 고백이 아닌, 전하지 못한 마음이 채워진 세레나데다.
첫 트랙 'dog-ear serenade'는 서툰 마음에 진심을 전달하지 못한 상황을 노래한다.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의 포근한 사운드와 반대로 주된 시상은 외로움과 쓸쓸함이다. 마음을 전달하지 못한 상황은 아픔을 가져오지만, 탓하거나 미움 없이 표현을 유예하는 마음을 긍정한다.
다린은 사랑의 존재를 사랑의 부재에서 인식한다. 단순한 애정이나 사랑의 강도를 표현하기보다 사랑이 없는 상황에서 더욱 사랑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너에게'에서는 외로운 밤에 놓인 상황에서 그리움을 노래하며, '그대여'에서는 "헤메이는 슬픔" 속에서 사랑의 더 깊은 의미를 찾는다. 다린의 담담한 목소리는 설렘이나 기대보다는 슬픈 사색처럼 들리지만, 오히려 슬픔으로부터의 간절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serenade]는 이전보다 다채로운 사운드로 채워졌다. [가을], [숲] 등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로 채워진 앨범과 달리 [serenade]는 다양한 스타일의 밴드 편곡으로 구성됐다. 싱어송라이터 사공이 편곡에 참여한 'dog-ear serenade'는 부드러운 스트링과 컨트리 편곡을 들려주며, '너에게'는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와 일렉트릭 피아노 기반의 알앤비 편곡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별'은 록 사운드의 발라드로 밴드 사운드와 함께 더욱 호소력 짙어진 보컬을 들려준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에 '변하지 않는'이란 표현을 붙인다. 변하지 않는다는 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떠한 슬프고 외로운 상황에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린의 [serenade]는 숱한 외로움과 슬픔 속에서 찾아낸 사랑을 진솔하게 고백한다.
가장 어둡고 추운 곳에서 건져낸 단어들을 모두 모아 들을 수 있는 다린의 따뜻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