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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만의 슬픔을 정의하기 - 슬픔에 이름 붙이기

by 오지영 에디터
2024.06.03 01:27

 

 

슬픔에 이름 붙이기_앞표지_띠지O.jpg

존 케닉(John Koenig)

135×210mm 312쪽

 

 

같은 감정을 공유할 때 동질감을 느낀다. 또한, 기쁨을 서로 공유하는 것보다는 슬픔을 서로 공유한다면, 위로와 동시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게 더 클지도 모른다. 단순히 슬프다는 감정을 공유하는 것보다는 어떤 부분에서 슬픔을 느꼈는지, 그 슬픔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를 공유한다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느끼는 슬픔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다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 시작은 애매모호한 슬픔의 감정에 이름표를 다는 것이다.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버려져서 조용해진 곳에서 느끼는 쓸쓸한 듯 허전한 분위기라는 ‘케놉시아Kenopsia.’ 더 이상 독창성은 존재하기 어렵다는 두려움은 ‘베이모달렌Vemodalen’,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점점 더 빨리 흐르는 느낌은 ‘제노시네Zenosyne’. 이렇듯 ‘슬픔에 이름 붙이기’는 다양한 슬픔이라는 감정을 300페이지나 되는 명확한 언어로 표현해 놓았다.

 

책에서 내가 어림잡아 알고는 있었지만, 그 감정을 명확하게 정의하기에는 어려운 감정들을 만날 때마다 ‘나만 이렇게 생각한 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책을 읽는 내내 깨닫게 되는 경험을 했다.

 

[인상적인 단어들]

 

*엔드존드(endzoned):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정확히 얻었지만 그것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을 때의 공허한 기분. 

 

* 아로이아(arroia): 삶의 예행연습을 해봤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바람.

 

* 노드로포비아(nodrophobia): 돌이킬 수 없는 행동과 되돌릴 수 없는 과정에 대한 두려움. 

 

* 에버더레스(evertheless): 결국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좋을 때라는 두려움.

 

책을 읽으면서 왜 우리는 이렇게 많은 스펙트럼의 슬픔을 느끼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생겼는데, 바로 ‘시간’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고, 삶은 유한하지 않다 라는 규칙 때문인 것 같다. 과거에 대한 그리움, 한번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기인한 슬픔이 많은 것 같다.

 

슬픔을 이렇게 명확한 언어로 표현한다면 우리가 느끼는 슬픔의 감정이 더 이상 흘러가는 것이 아닌 상태로 잡아두는 것과 같은 장점이 있다. 나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감정의 센서를 쫑긋거리면서 날아가는 슬픔을 자신의 감정으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지금까지 내가 느껴온 감정을 어떤 단어로 표현했는지 찾아가면서 읽는 즐거움이 생겼다.

 

추가로, 롱블랙 페이지에서 작가의 인터뷰를 참고하는 것도 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니, 기회가 된다면 참고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나를 기존의 단어로 유형화하거나 단순화하지 않기 때문이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겁니다. 단어를 만드는 건,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팔레트에 다양한 물감을 짜는 것과 같아요. 많으면 많을수록 더 섬세하고 풍부하게 자기 정체성을 그릴 수 있겠죠.”] - 존 케닉 롱블랙 인터뷰 중

 

 

 

오지영_컬처리스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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