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랜드 페스티벌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2022년 국내 정상급 클래식, 재즈, 뮤지컬 아티스트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야외 공연으로 시작된 ‘원더랜드 페스티벌’은 작년과 올해 실내형 뮤지컬/크로스오버 페스티벌인 ‘원더랜드 시어터’를 성공적으로 선보였고, 올해 5월 ‘야외에서 소풍하듯 즐기는 뮤지컬 음악’이 테마인 ‘원더랜드 피크닉’으로 돌아왔다.
원더랜드 시리즈가 야외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나로서는 ‘원더랜드 피크닉’을 반기지 않을 수 없었다. 11일과 12일 노들섬에서 열린 ‘원더랜드 피크닉’은 기존 ‘원더랜드 페스티벌’ 못지않은 라인업과 함께 정상급 배우들의 듀엣, 트리오 등의 새로운 콘텐츠가 있었던, 뮤지컬 팬들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한 공연이었다.
민경아, 박진주

곧 <시카고>의 록시 역으로 돌아오는 민경아 배우와 예능과 뮤지컬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박진주 배우의 무대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두 배우 모두 청아한 음색이 돋보였는데, 민경아 배우는 <시라노>의 ‘마침내 사랑이’ 같은 넘버에서 드러나는 섬세한 표현력이 정말 뛰어났고, 박진주 배우는 <영웅>의 ‘이것이 첫사랑일까’ 같은 넘버에서 드러나는 꾸밈없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두 배우의 스타일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라 듣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함께 노래할 때 두 배우의 합이 정말 좋았다. 두 명의 안나가 함께 부른 <겨울왕국>의 ‘태어나서 처음으로’와 <레드북>의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은 각자의 장점이 확실하게 드러나면서도 서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곡이었다. 과거 김세정 배우가 ‘안나’ 역을 맡았을 때 <레드북>을 본 적이 있었는데, 민경아 배우와 박진주 배우의 ‘안나’는 어땠을지 무척 궁금해지는 무대였다.
유리아, 정선아, 조정은

페스티벌 첫날의 마지막은 처음 ‘원더랜드 피크닉’의 라인업을 봤을 때부터 무척 기대하고 있었던 무대였다. 이 정도 되는 배우들이 한 무대에 오르는 걸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한 명 한 명이 대극장 주연급인 세 배우가 따로 또 함께한 무대는 모든 순간이 경이로웠다.
<레 미제라블>의 ‘I Dreamed a Dream’과 <지킬 앤 하이드>의 ‘Once Upon a Dream’으로 따뜻한 음색과 뛰어난 호소력을 보여준 조정은 배우의 무대와 록의 색채가 진한 넘버부터 오페라에 가까운 넘버까지 깔끔하게 소화하며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정선아 배우의 무대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공연의 가장 큰 발견은 유리아 배우의 무대였다. 앞의 두 배우의 역량은 다른 공연과 무대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유리아 배우도 이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소울이나 R&B 가수를 떠오르게 하는 독특한 음색과 기교가 뮤지컬 쪽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특징이라 무대 시작부터 눈길이 갔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가요와 뮤지컬 넘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소화력이었다. R&B 버전으로 편곡된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에서는 화려한 기교가, <노트르담 드 파리>의 ‘달’에서는 묵직한 음색과 성량이 돋보였다. 유리아 배우가 뮤지컬 씬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던 무대였다.
그런 세 배우가 함께 부르는 <알라딘>의 ‘Speechless’는 이날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누구든 입을 막으면 그대로 부숴버릴 것 같은 폭력적인 화음에 공연장이 떠나가는 듯했다. 정선아 배우의 탄탄한 가창을 중심으로 유리아 배우의 독특한 음색과 조정은 배우의 호소력이 더해진 무대는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옥주현, 이지혜

공연 둘째 날의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역시 이지혜, 옥주현 배우의 무대였다. <프랑켄슈타인>의 ‘혼잣말’과 <몬테크리스토>의 ‘온 세상 내 것이었을 때’처럼 맑으면서도 단단한 음색이 돋보이는 넘버들로 시작한 이지혜 배우의 무대는 <마타하리>의 ‘마지막 순간’, <마리 퀴리>의 ‘또 다른 이름’ 등 폭발적인 가창력이 필요한 넘버들로 꽉 찬 옥주현 배우의 무대로 이어졌다.
두 배우가 함께 꾸민 무대 역시 인상적이었다. 사적으로도 돈독한 두 배우의 우정을 그대로 묘사하는 것 같은 <마리 퀴리>의 넘버 ‘그댄 내게 별’은 어느 쪽도 묻히지 않는 안정적인 화음이 돋보였고, 두 엘리자벳이 함께 부른 ‘내가 춤추고 싶을 때’는 두 배우의 탄탄한 가창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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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일간 공연을 즐기면서 든 생각은 원더랜드 시리즈가 점차 대체 불가능한 공연 프랜차이즈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티스트들이 한 명씩 올라와 무대를 꾸미는 형태에서 벗어나 서로 접점이 있는 배우들을 한 블록으로 묶어 듀엣, 트리오 등의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 것은 뮤지컬 팬으로서 몹시 반가운 기획이었다. ‘원더랜드 페스티벌’ 때부터 조금씩 시도해 온 방식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모습에서 이 시리즈의 지속 가능성을 엿본 느낌이었다.
탄탄한 라인업과 과감한 콘텐츠로 매년 더욱 뛰어난 공연을 보여주고 있는 원더랜드 시리즈가 머잖아 봄 하면 떠오르는 페스티벌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