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편의 극을 보고, 그 극에 등장한 화가의 전기를 찾아 읽어본 적이 있다. 그 화가가 실제로는 어떻게 살았는지, 조금 더 알아보고자 집어 든 책이었지만 막상 머리말을 읽다 보니 전기를 집필한 작가에게도 관심이 가더라.
한 개인의 삶을 낱낱이 파헤쳐 보고 싶을 정도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그의 인생을 고스란히 책으로 옮겨 적어두고 싶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찾아보고, 검토하고, 글로 풀어내는 노력. 그 모든 게 무척이나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저자를 그 정도로 매료시켰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의 일생을 궁금해하고 그 전기를 읽어보게 만든 매력적인 예술가에 대해서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들어진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실존 인물의 일대기를 읽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끼게 되었을 즈음, 도서 『모차르트 평전』의 문화초대 알림을 받았다. 이에 나는 기꺼이 응했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번에도 들어가는 말부터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그의 음악을 듣는 사람은 모차르트가 아니라 그 음악에 비친 자기 자신을 전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이 평전에서 자신이 그러지 않도록,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모차르트의 모습을 온전히 담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저자 이채훈의 말에서 모차르트를 향한 그의 순수한 애정이 돋보였다.
앞서 화가의 전기를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이렇게나 한 사람을 매료시킨 음악가 모차르트의 매력이 무엇일지, 그리고 그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득 안고 책장 넘겼다.
지인 가운데 모차르트를 싫어한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중략) 또 한 명은 MBC의 가까운 후배였다. 그는 "모차르트를 들으면 숨이 턱 막힌다"며 "레이스가 잔뜩 달린 드레스처럼 번거롭고 짜증나는 음악"이라고 했다. 이 간극은 토론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모차르트를 숭배한 차이콥스키도 후원자 폰 메크 부인에게 모차르트를 전도하는 데 실패하지 않았던가. 생각건대 모차르트도 자기 음악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이 책을 그 후배에게 선물하면 인내를 갖고 읽어줄까?
/ 들어가는 말 中
본문이 시작되고부터는, 저자의 노력대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이야기만이 페이지를 빼곡하게 채운다. 모차르트 백과사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넉넉한 분량으로 그의 일생을 옮겨놓은 책이다. 대학 전공 도서만큼이나 두꺼운 책의 외관에 놀란 것도 잠시,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이 그려지며 술술 읽힌 덕분에 읽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책의 도입부에는 나처럼 음악 용어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한 설명이 모여있는데, 본문에서 낯선 단어가 등장할 때만 앞으로 가서 찾아보는 정도로만 활용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아들의 놀라운 재능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가장 깊이 고민한 사람은 아버지였다. 그는 아들이 스스로 음악을 사랑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고심했다. 브라운베렌스는 레오폴트가 교육자로서 뛰어난 자질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모차르트의 재능이 잘못된 교육을 통해 일그러지지 않고 계속 발전한 것은 위대한 교육자인 아버지 덕분이었다. 그는 전통적 교육 과정에 따른 반복 훈련 대신 놀이와 자극을 통해 아이의 천재성이 자유롭게 발현되도록 유도했다."
/ 01. 잘츠부르크의 기적 中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이다. 그의 아버지 레오폴트가 어린 모차르트의 재능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그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일반적으로 그러하듯 음악의 기초이론들을 차근차근 가르치는 대신, 자유롭게 음악으로 놀 수 있도록 지도했고, 작곡에 도움이 되도록 언어와 문화 같은 소양을 키워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차르트 부자의 이야기는 천재가 사실상 조기교육으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주장의 사례로도 종종 거론되고는 하니, 아마 나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누구에게도 낯선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레오폴트는 모차르트의 이미지 메이킹에도 신경을 썼다. (중략) 레오폴트는 하게나우어에게 이렇게 썼다. "영국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행동하고, 이 병원의 공익성을 알리는 연주회에 대가 없이 참여하면 이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겠지요."
/ 02. 그랜드 투어, "카이사르냐, 죽음이냐!" 中
놀랍게도 레오폴트에게는 훌륭한 교육자로서의 자질 뿐만 아니라 뛰어난 사업 감각도 있었다. 현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무언가에 비유하자면, 마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성공적으로 스타를 만들어 내는 기획자 같기도 하다. 본 도서에도 몇 차례나 인용된 연주회 홍보글을 보면, 레오폴트가 볼프강의 천재성을 세간에 어필하고 주목을 끌기에 필사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당시 귀족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끝없이 노력했다.
내가 놀랐던 점은 뛰어난 사업 감각을 가지고 볼프강을 한 명의 음악가로 키워냈던, 현대에 비유하자면 엔터테인먼트 경영자와 같은 레오폴트의 행보다. 광고문을 붙여 공연을 홍보하고, 볼프강이 '스타'가 될 수 있도록 이끌었던 레오폴트는 완벽한 기획자라고 할 수 있겠다.
시민계급은 성장하고 있었지만 음악 취향을 이끈 계층은 여전히 귀족이었다. 모차르트는 정치가도 아니고 혁명가도 아니었지만 예술가로서의 소명에 충실하다 보니 오페라에 시대 정신을 담았고, 그 결과 귀족들의 미움을 사게 됐다. (중략)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중세 신분사회의 벽, 그 어둠 속에서 모차르트는 개인의 자유, 평등, 존엄의 꿈을 잃지 않았고, 이에 따르는 대가를 마다하지 않았다.
/ 14. 미친 하루, <피가로의 결혼> 中
이외에도 책에서는 모차르트의 삶을 속속들 엿볼 수 있다. 신동 모차르트가 사람들의 의심을 넘어 놀라움을 선사하고 인정받게 되는 과정, 어릴 적부터 확고했던 음악에 대한 그의 주관, 곡을 만들고 공연을 올리는 과정에서 겪은 크고 작은 어려움, 귀족의 관심과 인정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다른 음악가들과 경쟁해야 했던 상황, 신분으로 인해 파생된 갈등, 그리고 그의 죽음을 둘러싼 수많은 추측까지 읽어보면 모차르트가 결코 행복하기만 한, 칭송받기만 하는 천재의 삶을 살지는 않았음을 알게 된다.
모차르트 음악은 사랑이 가득하다. 어린 모차르트는 자기에게 연주를 청하는 사람에게 묻곤 했다. "저를 사랑하시나요?" 아무 대가 없이 그의 음악을 즐기는 우리는 진정 그를 사랑하고 있을까?
/ 21. 모차르트의 유산 中
몇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름을 널리 알린, 대단한 천재 음악가의 삶이라기에는 꽤나 험난하다. 하지만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인생은 음악 작품만큼이나 큰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의 일생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셀 수 없이 많다. 당장 올해 우리나라에서 올라온 공연 중에도 그의 이름을 제목으로 내건 작품이 두 편이나 있을 정도니 - 연극 <아마데우스>, 뮤지컬 <모차르트!> - 그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음은 확실하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름의 주인이자,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음악의 창작자. 모차르트는 뛰어난 음악으로 우리가 향유할 수 있는 예술의 폭을 넓혀주었지만, 그의 인생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예술 작품의 소재가 되어 우리에게 남아 있다. 『모차르트 평전』을 통해, 현실 속 그의 이야기를 보다 깊이 읽어볼 수 있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