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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초록이 있는 삶 [도서/문학]

by 이지은 에디터
2023.06.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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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사랑하는 자칭 김숲과 이나무. 나름 완벽주의자들, 허점은 슬로우 시스트… 신속 정확히 신조인 나라에서 꺼이꺼이 고군분투하는 거북이 군단이다. 큰길을 한번 떠나보자고 마음먹고 만든 프로젝트. ‘영혼 정화 연수’ 프로젝트이다.

 

6월 코엑스에서 열렸던 독립출판 페어 ‘리틀프레스페어‘에 다녀왔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지 못했던 독립 작가의 책을 볼 수 있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향했다. 많은 부스가 나와 있었고, 그중에 에너지 넘치는 한 팀이 있었다. 바로 출판사 ‘북두칠성’ 부스가 내 눈에 띄었다. 가볍게 책을 구경하고 있던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줬다.

 

개인의 열정을 담아 만든 책을 하나씩 소개해 주는데,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반짝거리는 눈이 나의 눈동자와 맞닿았을 때 특별한 기류를 느꼈다. 정말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과 세상에 전하고 싶은 바를 책에 꾹꾹 눌러 담았겠다는 걸 짐작했다.


많은 책 가운데 ‘초록이 당긴다.’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제일 좋아하는 색이 초록색이어서 끌렸는가? 아쉽게도 그건 아니다. 제목처럼 가끔 초록이 땡길 때가 있다. 일상 전환이 필요할 때, 초록색을 찾는다. 초록색이 가득한 길가의 나무를 보거나 초록이 가득한 자연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이쯤 되면 초록을 좋아한다고 정의하겠다. 그렇다, 초록은 나를 구원해 주는 색깔이다. 어떤 위기의 순간이 닥치더라도, 늘 나에게 안정을 주는 건 ‘초록’이었다. 이 책과 우연한 만남이었지만, 특별함을 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초록을 좋아한다면 또는 나와 같이 초록이 가끔 땡긴다면 읽어보길 바란다.


책 중간마다 등장하는 자연 사진은 기분 좋게 만들어 준다. 비록 그곳에 가지 못했지만 초록의 기분을 간접적으로 만끽할 수 있다. 각박한 현대사회 속, 자연의 사진을 보는 것만이라도 상쾌한 기분이 든다.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았던 두 사람은 ‘영혼 정화 연수’를 기획한다.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이루려고 아득바득 살아왔다. 때로는 잘 사는 사람의 공식이 있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었던 날이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이 쌓이고 쌓일수록 사람을 지치게 했다. 진정으로 자신이 바라는 욕구는 저기 어딘가에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결국 마음 소리에 귀 기울인 두 사람은 떠나기로 결심한다. 자연과 가까이하는 삶과 미니멀리즘을 지향하기로 결심한다.

 

있는 돈 없는 돈을 끌어모아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다큐멘터리 속 기이한 장면에 꽂힌 이나무는 무지갯빛 온천 호수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결심한다. 아마 그가 가진 순수한 욕망이 아니었을까. 남이 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는 열정 가득한 마음 말이다.

 

 
“자연 가까이에서 욕심없는 간결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 p24
 


국립공원을 다녀온 후,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욕심 없는 간결한 삶이라는 이 문장이 좋았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데 욕심과 풍요로운 삶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한 계단이라도 올라가야 불안감이 줄어드는 이 분위기가 때론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자연 앞에서는 모든 세속적인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작가는 이때부터 자연 앓이를 하기 시작한다. 액세서리 선물 대신 국립공원 책을 선물하는 아주 귀여운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그리고 두 번째 여행지 ‘핀란드 라플란드 우르호 케코넨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참고로 핀란드는 숲과 호수의 나라이다. 국토의 75퍼센트가 숲이다. 그리고 핀란드인은 자연과 환경을 아끼는 태도가 몸에 배 있다. 자연 친화적인 나라이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을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 정말 세상이 넓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아직 탐험하지 못한 자연의 세계를 보고 싶다는 욕망이 샘 솟는다.

 

 

내가 그토록 국립공원을 좋아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첫째, 오랜 시간의 흔적을 담은 다채롭고 장엄한 대자연의 신비를 만날 수 있다. 둘째,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생태학적 가치를 담고 있다. 셋째, 자연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고귀한 정신이 깃들어 있다. 넷째,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며 올바른 원칙으로 일관성 있게 관리되고 있다. p51

 


살면서 국립공원을 방문한 적이 없었기에 궁금했다. 도대체 그곳은 어떤 초록을 품고 있는지. 대자연의 신비를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니. 말로만 들어도 설레는 일이다. 나의 인생 버킷리스트에 추가했다. 꼭 그곳을 가보겠다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말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나의 행복 수혈처 중 하나가 자연이라는 것을 알았다. 안타깝게도 자연은 약간의 시간을 내어 일부러 찾아 나서야 한다. 내가 생활하는 반경 밖으로 벗어나야 그나마 고요를 만날 수 있다. 내가 사는 집, 이동하는 거리, 머무는 공간들 사이에는 충분한 상쾌함과 여유를 주는 자연을 만날 수 없다. p.106
 

 

문장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푸른색이 풍성한 자연을 보려면 시간을 따로 낼 수밖에 없다.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자연을 보기 위한 시간을 내는 건 사치일 수도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당장 나만 해도 언제 자연과 교감했는지 가물가물하다. 생활 반경을 벗어나지 않아도 자연을 가까이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까진 자연이 있는 곳을 떠올리면 아주 먼 곳을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래 인간은 숲이나 초원에서 살아왔고, 뇌는 그때의 긴 역사를 아직도 기억한 채 도시 생활로 넘어온 것이다. 생리기능 대부분은 자연의 영향을 받으며 진화했기 때문에 본디 인간은 자연 친화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인류학자들의 의견이다. p.219

 


자연 ASMR을 찾아 듣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물론 나도 자주 듣는 편이다. 그곳에 가고 싶지만, 소리라도 들으며 만족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 친화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말에 납득이 갔다.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싶을 때, 집중이 필요할 때 등등. 자연의 소리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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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지만 같은 삶의 방식을 지향한다.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우리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지에 관해 가치관이 같은 두 사람이다.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했을 때 시너지 넘치는 관계. 이렇듯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두 작가를 보고 있으니, 나까지 흐뭇해진다. 어디든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세상에 초록이 가득한 곳을 다 누빌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초록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초록을 수혈하는 건 정말 필요한 일이기에.


해보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재정적 문제 등등. 수많은 장애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이 길을 걸어가는 두 작가에게 응원을 보낸다.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뭉클했다. 한 사람 삶의 여정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쓰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결심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초록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감동이었다. 모든 이들의 삶에 초록이 깃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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