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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 컨셉 포스터 MAIN fin 0406.jpg

 

 

어떻게 정동극장을 알게 되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으면서 항상 가보고 싶었다고 한다면 말에 얼마나 진정성이 느껴질까. 잘 모르겠다. 그러나 드디어 서울에 이사를 오고 난 뒤 처음으로 정동극장에 갔다.

 

극장까지 가는 길은 예뻤고 어색했다. 모르는 도시를 탐색하는 기분은 언제나 새롭고 기묘하게 쓸쓸하다. 유난히 날씨가 좋았고 거리의 사람들은 손을 잡고 다니며 얼굴에 흐르는 바람을 훔쳤지만 나는 어쩐지 두고 온 것들이 생각났다.

 

극장은 생각보다 작았다. 지하로 내려가 티켓부스에서 2인의 티켓을 받는데 순간 무용극은 처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가지를 새롭게 시도해 보겠다는 다짐은 매년 하는 것 같은데 왜 매번 실패할까.

 

관성과 현실성 사이에서 고민하며 일행을 기다렸고 함께 극장에 들어갔다. 꽤 뒷자리였는데도 배우들의 얼굴이 잘 보일 만큼 가까워 새로웠다.

 

 

[국립정동극장] 춘향 날개를 뜯긴 새_ 공연사진 (2).jpg

 

 

이번에 보게 된 극은 춘향전을 모티브로 한 무용극이었다.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은 <춘향: 날개를 뜯긴 새>라는 작품으로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여성 캐릭터인 '춘향'을 소개했다. 이 작품에서의 춘향은 어린 나이에도 권력에 맞서는 당당함과 억압을 이기며 자유를 향한 강력한 에너지를 담고 있는 강한 여성이다.

 

작품은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지도위원 이규운이 직접 안무를 맡아 무용과 전통연희의 새로운 감각을 선보였으며, 노우성 연출과 연희감독 안대천과의 협업으로 전통연희의 레퍼토리화를 추구했다.

 

또한 작곡가 강학선과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타악팀의 연주, 모던한 무대와 춘향의 내면을 드러내는 그네 장치 등을 활용하여 무대를 구성했다. 국립정동극장의 정성숙 대표는 이 작품을 통해 한국무용의 깊은 호흡과 전통연희의 요소를 결합한 안무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오늘날의 '춘향'을 전달하고자 한다며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사람마다 텍스트를 머릿속에서 구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의 경우는 그것이 영상처럼 재생되는데, 특히 구도와 복장, 조명의 변화와 클로즈업까지 지원되는 완벽한 영화의 컷 같은 느낌이다. 그런 식으로 읽은 춘향에서 기억에 가장 남는 것을 꼽으라면 역시 그네 장면일 것이다.

 

그를 소재로 한 모든 재창작물의 하이라이트가 그네를 타는 춘향인 것과 마찬가지다. 선녀는 날개옷을 입고 나타난다 했던가. 그네를 타는 춘향의 떨어지는 옷고름을 보면서 처음으로 옷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립정동극장] 춘향 날개를 뜯긴 새_ 공연사진 (4).jpg

 

 

공연의 사운드나 배우들의 춤, 연기, 특히 무인극이 주는 깊숙한 몰입감과 집중력이 좋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마음을 건드린 것은 다름 아닌 의상이었다. 극의 특성상 여성 배우들이 많았는데 그들의 모든 의상이 하나도 빠짐없이 아름다웠다.

 

전통 연희의 부드럽지만 힘 있는 몸짓을 한껏 가볍게 나부끼지만 뜯어지거나 찢어지지 않을 것 같은 천들이 감싸자 비로소 날개라는 것이 형상화되는 것 같았다.

 

춘향이 날개를 잃은 새였다면 그 날개를 표현하는 것은 옷이었고 배우들은 옷을 입고 날아다니거나 곤두박질쳤다. 무대예술은 정말 모든 것의 조화가 필요한 일이었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옷깃마저 연기가 필요하구나.

 

처음 <춘향>을 관람하러 갔을 때에는 그저 내러티브의 재구성에 대해서만 생각했었지, 무대예술과 각종 장치, 극을 구성하는 작은 요소들에 대해 생각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극장을 들어갈 때의 나와 나올 때의 나는 다소 다른 눈과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고 이런 변화는 늘 기쁘다. 정동극장과 예술단을 방문한 5월의 주말이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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