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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가 DDP 뮤지엄에서 개최된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호크니 작품보다는 개인적으로 영국 팝아트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고, 특히 인상깊었던 작가는 파올로치와 리처드 해밀턴이었다.

 

1945년 전쟁이 끝나고 유럽은 전반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미술계의 경우 전쟁이라는 힘든 고통을 겪고 실존주의 사상이 유행했다. 인간의 형상이 크게 왜곡되고, 개인의 실존적인 문제를 고뇌하는 작품이 등장하였다. 전쟁으로 말살된 인간의 정신성과 본능을 표현적인 인물 초상으로 그린다.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을 표현하고자 일부러 더 어린아이같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영국 팝아트는 1950년대 초반 인간에 대한 심오한 고뇌에 대한 반발심으로 등장했다. 파올로치의 <즐거움이 성격에 도움이 되는 것은 심리학적 사실이다> 작품 제목도 그 이전 과도하게 진지했던 미술을 조롱하는 듯한 의도가 담겨있다.

 

작품 속 전자기기, 청소기 등은 미국 잡지의 광고이미지에서 가져와 콜라주 작업을 한 것으로, 풍요로워보이는 가정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영국 팝아트 작가들은 이와 같이 제 3자 입장에서 미국의 소비문화를 바라보며 작업하였다. 현재의 힘든 상황 속 번성하고 있는 미국의 대중문화를 열망하고 동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판의식도 보여준다.

 

<나는 부자의 노리개였어> 속 한 글래머러스한 여자가 자신은 사실 부자의 노리개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체리파이와 결합시켜 여성이미지와 음식이미지를 함께 매치시키고 있다. 당시 미국의 광고는 매혹적인 여성과 음식을 동일시하며 두 대상을 욕망의 대상으로 여겼다. 구름, 총을 함께 쏘고 있는데, pop이라는 단어가 이 작품에서 처음 쓰였으며, 팝아트의 시초가 되고 있다.

 

<닥터 페퍼>에서도 마찬가지로 미국 잡지 속 다양한 광고 이미지를 콜라주하며 미국 소비 문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로 오토바이, 자동차, 전화기 등 미국에서 호황을 상징하는 브랜드와 상품이 대상이 되었다. 작가는 미국 문화의 풍요로움에 매력을 느꼈으며, 영국의 상황과 비교를 하기도 한다.

 

1952년 파올리치는 런던에 있는 일련의 미술가들과 함께 인디펜던트 그룹을 구성한다. 미술가, 사회학자, 비평가, 건축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예술가 모임이다. 파올리치의 초기 팝아트 작업 방식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점차 그룹의 구성원들도 광고, 영화, 팝 음악, 만화책, 산업 디자인 등을 작업 소재로 대중 문화 이미지를 수용하였다.

 

1956년에 개최된 Whitechapel gallery의 this is tomorrow는 영국 팝아트를 알렸던 최조의 전시이다. 리처드 해밀턴의 작품 <무엇이 오늘날 우리 가정을 이토록 색다르고 매력적인 것으로 만드는가?>는 전시 카탈로그를 위해 제작된 작품이다. 파울리치보다 본격적인 팝아트 의식을 가지고 작업했다는 점에서 최초의 팝아트 작품으로 여겨진다.

 

방 안에는 전축 테이프, 만화 포스터, 자동차 브랜드 상표 등 소비 문화를 상징하는 물건들로 가득차 있다. 이는 대중매체가 발달하여 과잉, 포화된 상태의 소비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창문 밖에는 영화 간판이 있고, 천장에는 우주 행성이 집을 덮고 있다. 이는 마치 대중문화에 장악된 듯한 현대 가정의 모습같기도 하다. 이 집에 살고 있는 부부는 광고 모델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소비상품에 둘러쌓인 현대의 아담과 이브처럼 보인다. 이렇게 과장되고 풍자적인 분위기는 작가의 비판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리처드 해밀턴은 광고 등 대중문화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확장해 구조물에 뒤덮어 대형설치작품을 만들었다. 당시는 대규모 작품이 흔치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주목을 많이 받았다. 영화 세트장에서 가져온 로봇이 쓰러져 있는 여인을 안고 있다. 마치 로봇이 인간을 장악한 듯 하여 유쾌한 느낌을 불러일으키진 않는다. 맥주병 기네스와 마릴린 멀론 이미지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구조물 안에는 당시 유행했던 팝 음악과 로봇 음성을 크게 틀어놓았다. 관객은 뒤섞이고 시끄러운 소리로 인해 무질서한 음성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작가는 시청각적으로 과잉된 환경을 연출하여 현대사회의 소비문화와 거리를 두며 풍자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의 팝아트는 이와 같이 비판적인 시각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인 특징이다. 또한, 작가가 직접 손으로 제작하여 원본성이 있던 전통적인 순수 미술과 달리 상업용 인쇄기술을 사용하는 제작방식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무너졌다. 영국 팝아트는 비틀즈 팝아트와 협업하는 등 당시 대중문화와 적극적으로 결합해나간다. 이렇게 미술작품과 기존의 대중문화가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전개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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