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사람을 아련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친구와 좋았던 추억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에는 "아, 여름이었다..."라는 말을 붙여서 우리의 추억을 한편의 청춘영화로 포장하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여름을 배경으로 하는 청춘영화도 많다. 여름은 왜 유독 아름답게 기억되는 걸까.
여름은 푸릇푸릇하고 생기가 넘친다. 이 생기 넘치는 순간이 찰나일 것을 알기에 여름에 만들어지는 추억들이 더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중에도 '나중이 되면 이게 정말 추억이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낮에는 진이 빠질 정도로 덥다가 서늘한 밤이 되고 풀냄새가 날 때 낮의 열기가 사라진 여름밤만의 씁쓸함과 여운이 있다.
그래서 여름 하면 청춘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이 시기는 잠깐일 뿐이라는 것을 알기에, 푸르른 나날의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서도 불안하고 씁쓸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여름밤에 듣기 좋은 노래들을 추천하려고 한다.
1. 영원처럼 안아줘 (With 카더가든) - 프롬(Fromm)
사람들은 종종 영원을 약속하기도 한다. 사랑의 표시이자, 신뢰를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도 확신하지 못한다. 어쩌면 이미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노래 '영원처럼 안아줘'도 이 순간이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을 이미 암시하고 있기에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여름밤에 잘 어울린다. 기타 소리, 프롬과 카더가든의 목소리, 가사 모두 좋다.
이 곡이 담긴 앨범 [Midnight Candy]의 소개 글이 인상 깊어서 소개한다.
청춘이 휘발되는 속도에 당황하던 밤들.
나의 청춘은 아무것도 모르고서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은 까맣게 몰랐던
어느 멍청한 밤에 날카롭게 깨문 캔디의 맛과도 같다.
2. 그대야 안녕 - 위아더나잇(WE ARE THE NIGHT)
여름날, 누군가와 만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많이 들었다. 조금 전 일임에도 '이것도 추억이 되겠지'라며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주로 이 노래를 재생했다.
'유난히 시끄러운 이런 날도 있어야죠'라는 가사에 고개를 끄덕인다. 화자는 지금 이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이 순간을 기억하자고 말하며 흐릿해져 버릴 그대에게 인사한다. 나도 노래를 들으며 마음속으로 어떤 순간들을 떠나보낸다.
여름밤이 되면 이 노래가 생각나는 이유를 이 곡의 소개 글이 잘 나타내고 있다.
이 노래의 목표는 단순하고 적확하다.
여름을 담고 싶었다.
나와 내 친구들이 여전히 노래하고 게으름 피우는 오늘을 기록하고 싶었다.
짙은 초록에 둘러싸여 파도치는 그리움을 흉내 내고 싶었다.
다시 선풍기가 회전한다. 숨어있던 부서진 얼굴들이 기억난다.
킁킁대며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하는 걸 보니 '아, 이제 정말 여름이다'.
사라지는 것은 아름답다. 그대야 안녕.
3. scorton's creek (re-imagined by filous) - Isaac Dunbar
이 노래는 원곡보다 편곡된 이 버전을 더 자주 듣는다. 편곡된 버전이 원곡보다 좀 더 경쾌한 느낌이고 원곡은 서글프고 울부짖는 느낌이 강하다. 이 버전은 하이라이트 구간에서 변주될 때 고개를 끄덕거리며 리듬을 탈 수 있다.
원곡에서는 사랑하는 상대방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두렵다는 가사가 나오지만 편곡된 버전에서는 그 가사가 생략되었다. 그 대신 스코튼 강에 산책하러 가자는 내용으로 곡이 마무리된다.
상대방을 놓치고 싶지 않은 애절한 마음이 담겨있는 가사에 경쾌한 편곡이 더해져서 달콤씁쓸한 여름밤에 잘 어울린다.
4. Alright, Summer time (Feat. SAM KIM) - 로꼬(Loco)
이 노래는 날씨가 더워 땀을 좀 흘린 날 집에 돌아와 선풍기를 틀어놓고 땀을 식히며 눈을 감고 들으면 좋다.
'니가 모르는 밤을 지나서 왔지'라는 가사가 참 좋다. 마음이 지쳤지만 누군가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게 번거로워서 하고픈 말들을 마음속에만 담아뒀을 때 이 노래를 들으면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밤을 지나가고 있구나. 이 밤이 지나면 나는 또 달라져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묘한 위로가 된다.
마음에 담겨있는 말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노래를 듣다 보면 이 밤도 지나가겠지라며 담담해지는 느낌이다.
5. zZ'City - So!YoON!(황소윤)
사실 이 노래는 계절을 타지 않고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많이 듣는다. 여름밤과도 잘 어울려서 추천한다. 밤에 도시의 한적한 거리를 좋아하는 누군가와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첫 소절을 듣는 순간에 너무 좋아서 표정을 매번 찡그리게 된다. 가사도 예쁘고 설렌다. 여름밤의 씁쓸함보다는 벅찬 행복이 느껴지는 노래라 위의 노래들과 약간 결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도 했지만, 여름밤에 찬란한 순간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을 땐 이 노래를 듣는 것을 권하며 번외로 추천한다.
저 달이 비추면
아- 밝아요
저무는 거리에
둘이 걷구요
잠이 든 도시야
그대야
이 밤은 길고
우리는 시들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