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한때 아이돌 노래를 싫어했던 적이 있다.

 

소위 말하는 '유행가'를 만들기 위해 무의미한 가사들만 반복한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막상 집중해서 들어보니 가사는 의미 없는 나열이 아니었다. 컨셉과 이야기가 있었다. 그 뒤로 파워풀한 전자음에 묻혀있던 가사를 건져내어 제대로 살폈다.

 

어떤 가사는 나를 신비로운 공간으로 이끌기도 했다.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 투모로우 바이 투모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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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9와 4분의 3엔

함께여야 갈 수 있어

비비디 바비디 열차가 출발하네

 

 

시끄러운 경적을 이끌고 일상으로 가는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온다. 당신은 그 앞에 서 있다. 부산스러운 주변과 달리 당신은 차분해 보인다. 아니, 망설이는 것 같다.

 

일상의 반복으로부터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지만, 방법은 떠오르질 않는다. 그 순간 당신 옆의 기둥에서는 꿈에서 본 듯한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손짓한다. 어서 들어오라고, 함께 마법 세계로 떠나자고.

 

당신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둘러싸여 머뭇거린다.

 

 

푸른 빛 불꽃이 피어

하늘빛 마법진 교실을 색칠할래

소환의 주문이 너와 날 이어 주게

이 터널을 지나면 눈을 뜨고 나면

꿈속은 현실이 돼

 

 

당신은 결국 '숨겨진 9와 4분의 3'에 들어간다. 들릴 듯 말 듯한 탄성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그곳은 지금까지 살아온 곳과 비슷하면서 달랐다. 그곳에는 평범한 당신은 없고 특별한 당신만이 남아있었다. 익숙한 얼굴은 당신의 손을 잡고 하늘을 날아올랐다.

 

하늘 위에선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지만 아주 작게 보였다. 보이지 않던 평범한 당신이 자그맣게 축 처진 어깨로 걸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당신은 익숙한 얼굴을 먼저 보내고 또 다른 당신에게 다가간다. 손을 뻗어 또 다른 손을 잡는다. 그렇게 당신들은 하나가 되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비밀정원 - 오마이걸



 

너무 단순해 그 사람들은 말야

눈으로 보는 것만 믿으려 하는 걸

 

 

어느 순간 당신은 혼자가 된다. 당신이 경험한 놀라운 일들을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아무리 설득해보려, 인정받으려 말을 뱉어봐도 가닿지 못하고 공중으로 흩어진다. 하나둘 곁을 떠난다.

 

 

그 안에 멋지고 놀라운 걸 심어뒀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알게 될 거야

 

 

혼자 남은 당신은 아름다운 기억을 모아 정원을 만든다. 물을 주고 가지를 치며 정성스럽게 가꾼다. 누구든 쉬다 갈 수 있게 벤치도 들여놓는다. 아침 햇살도 잠시 머물렀다 간다. 이렇다 해도 아직은 덜 자란 마음이 가득한 볼품 없는 정원이다. 이곳을 찾는 발길도 없다. 빗방울이 시무룩한 당신을 다독여준다.

 

당신은 외롭지 않다.

 

기억들이 무럭무럭 자라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정원이 희망과 노랫말로 가득 찰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Apple - 여자친구



 

가시덤불 길 위에

짙게 남겨진 발자국은 핏빛

차가운 그 선택은

틀렸던 건지 왜 이렇게 아픈지

 

 

백설 공주, 이제 당신은 백설 공주 이야기로 들어왔다. 기대와는 달리 당신은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다. 비극을 전하는 마녀다. 마침 백설 공주에게 새빨간 사과를 건네고 돌아서는 길이다. 당신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예쁜 사람들을 쓸어버린다고 소문이 났지만, 생각보다 맘이 여리다.

 

그 아인 지금쯤이면 쓰러졌을까, 아니면 벌써 죽어버렸을까, 고통스럽진 않았을까

 

커다랗고 순진무구한 두 눈이 생각난다. 사과를 받으며 싱그럽게 미소짓던 입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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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춤을 춘다 내 안에 별이 뜬다

투명한 유리구슬 붉게 빛나

뒤를 돌아보지 마 불안한 생각은 마

달콤한 어둠 아래 마녀들의 밤이 와

 

 

당신 안에 욕망과 후회가 들끓는다. 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이미 저질러버린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후회는 슬며시 페이드 아웃된다. 남은 건 욕망과 자신감이다. 희디흰 공주에게 빼앗겼던 시선도 되찾을 것이다. 달콤하게 즐길 오늘 밤을 상상한다.

 

다른 마녀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곳으로 걸음을 바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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