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친구의 생일이었다. 요즘 서로 바쁜 데다 코로나까지 겹쳐 큰 10개월은 못 본 친구였다.
원래 생일 선물을 챙겨주는 사이가 아니었는데, 무심코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적 거리는 예전보다 멀어졌지만,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 어떤 선물이 좋을까 고민하다, 그냥 커피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냥, 무난하게 사용할 일이 많을 것 같았다.
우리는 커피를 많이 마신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커피는 빠지지 않는다. 흔히들 커피를 ‘현대인의 포션’이라 얘기하기도 한데, 그만큼 피로도가 높은 사회에서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해 마신다는 뜻을 대변하는 듯하다. 커피를 즐기는 기호식품으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하나의 각성제로 소비하고 있는 현실이 슬퍼지는 부분이다.
나 역시 커피를 아침 일어나서, 혹은 업무나 공부를 하기 전에 마신다. 이제는 이러한 행동이 습관이 돼서인지,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집중하기가 힘들다. 심리적 효과일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이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작가는 커피를 하나의 각성제로 취급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는 휴식으로 여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어울리는 음료를 선택하고 음료와 알맞은 이야기를 적어낸다. 작가의 글과 함께 게재된 사진을 보고 있으면 방안에서 여러 카페를 탐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면 일상 속일수록 커피로 휴식시간을 떠나는 작가와 같은 태도가 필요한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우리에게 카페란 업무나 과제, 혹은 공부를 하는 곳이고, 커피란 피곤을 덜어내기 위해 마신다는 인식이 깊게 박혔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음료와 여유를 느끼는 작가를 보며 불현듯 예전 교환 학생 시절이 생각났다. 아마 그때의 기억이 음료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었던 것 같다. 예전 나는 겨울 학기에 오스트리아로 교환 학생을 갔다. 겨울 유럽에는 핫 와인인 푼치나 글루바인 등을 마시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뱅쇼와 같다.
이런 핫 와인은 보통 야외에서 따뜻한 음료를 서서 마신다. 추운 공기에 언 손으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친구들과 떠들면, 어느새 추운 것도 모르고 밤새 얘기를 하곤 한다.
가게에 따라서 푼치를 주는 컵은 달랐다. 보통은 일회용 스티로폼 같은 컵에 따라 한 컵씩 파는데, 크리스 마켓에서는 색다른 컵에 따라주는 경우가 많았다. 컵에 대한 보증금을 내지만, 크리스마스 컵은 마켓에마다, 또 연도에 마다 다르게 제작되는 까닭에 컵을 반납하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 해의 크리스마스 컵은 빨간 양말 컵이었고, 나와 친구들 역시 보증금을 받지 않고, 컵을 택했다. 그래서 아직도 내 방의 한쪽에 있는 양말 컵을 보면, 추운 겨울 안의 따뜻했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아마도 내가 유일하게 음료로 휴식의 시간을 보낸 기억이지 않을까.

예전 한 전시컨벤션 센터에서 일할 때, 과장님은 한 번씩 “지금 커피 한잔할까?”라며 직원들을 불렀다. 그러고는 휴게실에 가기도, 전시장 밖 벤치에 앉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과장님의 별명은 ‘커피 한잔’이 됐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 중의 쉼을 ‘커피’라는 매개로 선물했던 것은 아닐까.
앞으론 내게도 휴식을 하며 커피를 음미하는 기억이 차곡차곡 쌓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