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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2011년, 피츠버그 출신의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을 한 소년이 돌연 신에 등장했다. '가장 쿨한 유대인 래퍼'는 그렇게 자신만의 청량감 가득한 음악으로 신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랬다. 소년과 소년의 음악은 세상에 부딪히면서 점점 어두워졌다. 초창기 팬들의 실망과 우려에도 소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을 녹여내야 하는 음악에 있어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중의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받았던 소년은 사람이 좋았던 동시에 무서웠을 것이다. 2018년 이른 가을, 소년은 달고 살던 약에 취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말콤 제임스 맥코믹, 우리에게는 맥 밀러로 더 익숙한 래퍼의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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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처음 다가온 맥 밀러는 아리아나 그란데의 남자친구(지금은 '전'도 아닌 '전의 전의 전'쯤으로 해야 맞다)였다. 빈지노와 코드 쿤스트라는 한국 힙합 신의 거물들이 존경을 표하는, Dang!(Feat. Anderson .Paak, 네 번째 정규 앨범 [The Devine Feminine] 수록곡)을 필두로 한 '칠'한 느낌의 아티스트. 내게 맥 밀러는 그런 존재였다. 그의 밝은 에너지는 내게 잘 맞지 않았다.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한 번씩만 들어본 뒤 다시 찾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사후 앨범이 발매되기 전까지는.

 

2020년 1월, 4번 트랙 Good News의 선공개를 필두로 발매된 그의 유고작 [Circles]는 생전 맥 밀러가 남겨놓은 데모들을 모아 발매된 앨범이다. 그전 앨범인 [Swimiming] 때의 낮고 가라앉는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이 앨범은 사운드의 누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맥 밀러의 목소리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되고 있다. 아마도 고인이 된 맥 밀러가 작업을 모두 마치지 못한 데모를 그대로 마무리하여 사용하되 맥 밀러가 의도하려던 방향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소한의 믹싱만을 가했을 것이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볍고 간편한 느낌의 곡구성을 앨범 전체적으로 가져감과 동시에 같은 비디오 그래픽의 반복으로 진행되는 뮤직비디오 역시 심플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렇다고 이 앨범이 무언가 비어 있는 것처럼, 혹은 지루하게 느껴지냐고?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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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this is what it look like, right before you fall

무너지기 직전에는 이런 기분이구나

 

Stumblin' around, you been guessing your direction, except you can't see at all

앞은 보이지도 않는데 이리저리 치이며 갈피를 못 잡을 때

 

And I don't have a name, I don't have a name, no

남길 이름마저도 없는 것 같아, 남길 이름마저도

 

Who am I to blame? Who am Ito blame? No

그렇다고 내가 누굴 탓할까, 누굴 탓해

 

We're doing well, sittin' watchin' the world fallin' down its decline

각자의 방식으로 잘 사는 거지 세상이 무너져가는 걸 지켜보면서

 

I can keep you safe, I can keep you safe

나라도 널 지켜줄게, 지켜줄게

 

-Circles, [Circles]. 출처: HIPHOPLE

 

 

앨범 전체를 메우고 있는 맥 밀러의 목소리는 지쳐 있다. 그저 음악이 좋아 음악을 시작한 젊은 청춘에게는 과분한 관심을 받아왔다. 그것이 사랑이었건 증오였건 간에 그랬을 것이다. 이제는 지쳤다고, 좀 쉬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꼭대기에 홀로 서 있을 때 느껴지는 외로움과 진창으로 빠졌을 때 느껴지는 나른한 체념이 모두 담겨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을 듣는 내내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정말이지 못 견디겠어서 도망치겠다는 그의 목소리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져서. 그래도 나는 괜찮다고, 그러니까 내가 널 지켜주겠다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위로받는 나 자신의 마음이 시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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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은 모두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지금의 나보다 어린 나이에도 세상이 아파 뒤돌아 가버린 그들을 그리며 나는 힘이 들 때마다, 지칠 때마다 그들이 남긴 목소리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그들은 내가 주저앉을 때마다 같이 주저앉아 말을 건네듯 내게 다가왔다. 끝의 끝까지 무너져 내린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위로가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내 삼켜버리는 것은 먼저 가 버린 그들에게 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타인의 절망과 우울이 나에게는 되려 위로가 된다는 것을 못내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에 기대어 영원한 잠에 든 2년 전의 맥 밀러는 지금의 나와 비슷한 나이였다. 그와 같은 나이를 살고 있는 지금의 나는, 우리는 괜찮은가, 하고 묻고 싶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우리 너무 멀리는 가지 말자. 떠나더라도 언젠가 또 만날 수 있도록, 서로에게 안기어 머리카락을 헤집을 수 있을 정도의 거리까지만 우리 떨어져 있자. 하고 말을 건네고 싶다.

 

 

There's a whole lot more for me waiting on the other side

저 반대편에는, 날 기다리고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아

 

I'm always wondering if it feel like summer

왠지 거기는 항상 여름일 거 같아

 

I know maybe I'm too late, I could make it there some other time

늦었을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도착할 거야

 

- Good News, [Circles]. 출처: HIPH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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