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예쁜 하늘은 미세 먼지로 뒤덮이고, 시 한 편을 논하기엔 재밌는 게 넘쳐나는 세상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미디어 앞에 우리는 느리게 사는 법을 잊어가고 있다.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상상들. 그 상상을 펼쳐 놓을 공간도, 시간도, 방법도 하나둘 사라져 간다고 느껴진다.

미디어의 발달로 개인의 주장을 더 자연스럽게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미디어는 사회적 분위기를 빠르게 이끌고, 그 속에서 누군가는 ‘자유’를 빼앗긴다. 미디어를 통해 조성된 사회에 맞추어 자신을 숨겨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타인의 앞에서 ‘진지함’과 ‘깊음’을 나누는 일이 전보다 많이 어색하다. 진지한 얘기를 하면 “뭐야, 중2병이야?”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혹은 깊이 있는 이야기에 함께 편하게 응하지 못하며, “갬성~”이라며 가볍게 넘어가는 일이 많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나 건조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러운 몽상이 자꾸만 어렵다. 저 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도 별이 없고, 어젯밤 나의 몽상을 나누고 싶어도 ‘중2병’이라는 말을 들을까 걱정이 든다. 보기에만 예쁜, 깊이 없는 것들을 보며 ‘갬성’을 나누고, 진솔하게 꺼낸 이야기에 “ㅋㅋㅋ”이라는 댓글이 달리는 것도 불편하다.

왜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었을까? 정말 우리의 몽상이 부끄러운 것일까? 정말 그렇게 나누기 힘든 생각일까?


 
양_700.jpg
 

<에릭 요한슨 사진전: Impossible is possible>은 내 인생 첫 사진전이었다.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사진전의 주제처럼 현실을 의심하기 전에 ‘이게 진짜 사진이야?’를 먼저 의심하고 말았다. 섬세한 합성과 구상은 놀랍도록 현실감 있었다.



Erik Johansson ⓒJakob de Boer, 2014.jpg
Erik Johansson
ⓒJakob de Boer, 2014


사진전을 친구와 함께 보며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의 60%가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지?”이긴 했지만, 나머지 40%는 사진 속의 이야기를 나누며 평소에는 갖지 못했던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도 어릴 때 이런 생각 해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던 이야기. 꺼내어 본 적 없는 몽상에 관한 이야기들. 얘한테 이런 면이 있었나? 어느새 우리는 상상의 세계 속에서 만나 있었다.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워 그의 사진전을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을 한 번 더 찾았다. 두 번째로 갔을 때는 친한 언니와 함께 전시를 보았고, 같은 전시를 보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니 또 다른 주제들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세계 속의 이야기였다.



Demand and Supply.jpg
Demand and Supply



사진을 타고 떠나는 여행


나는 에릭 요한슨의 작품을 보며 나누는 대화가 참 좋았다. 그의 작품은 순간이 아닌,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이야기를 통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작품들은 초현실적이었지만, 사실 먼 곳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전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살짝살짝 건드려 놓은 것들로, 일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이었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비행기가 되어 각 사진을 지날 때마다 다른 세계로 가게 해줬다. 그래서 그때 나누던 대화는 마치 여러 세계를 여행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번엔 이렇게 한번 생각해봐." 사진들의 안내에 따라 각기 다른 상상을 펼치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의 전시에는 사진만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전시에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느꼈다. 사람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상상들. 에릭 요한슨은 그 몽상을 타고 날아갈 비행기를 제공해준 것이다. 작품 감상을 통해 한 번 시작된 마음속의 여행은 전시가 끝이 나도 계속되는 마법을 볼 수 있었다.



Full Moon Service.jpg
Full Moon Service



충분히 아름답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일 밤 달을 누군가 바꿔 놓는 걸지도 몰라.” 누군가 이런 글을 SNS에 올린다면, 그 반응은 어떨까? 물론 우리는 지구과학을 알기 때문에 더 공감할 수 없겠지만, 아마도 ‘갬성’이라며 ‘좋아요’가 어마어마하게 달리거나, ‘중2병’이라며 다수에게 언팔로우를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에릭 요한슨의 사진은 어땠나? 너무나 예뻤다. 관객들은 전부 “우와”, “진짜 예쁘다”를 연발했다. 단지 그의 사진이 예쁜 게 아니라, 그 속의 이야기들까지 너무나 예뻤다.

어떻게 표현하느냐, 혹은 어떻게 마주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상상들, 부끄러운 게 아니다. 하나하나 분명한 이야기가 있는, 에릭 요한슨의 사진처럼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 상상들인데, 마냥 가볍게 포장하고 아닌 척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Leap of Faith.jpg
Leap of Faith


그의 사진은 마음을 흔든다. 고이 접어놓았던, 순수한 상상을 자극한다. 혹시 에릭 요한슨의 사진을 보고 마음속 설렘을 느꼈다면, 자유로운 몽상에 대한 갈망을 느끼는 것일 수 있다.

나는 솔직해지고 싶다. 그의 사진처럼, 나의 몽상을 멋있게 풀어내고 싶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과 꿈같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자유로이 나눌 수 있던 <에릭 요한슨 사진전>의 그 공간이 내내 그리울 것 같다.

 


전시는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 전시를 통해 여러분을 제한하고 있던 것들에게서 조금은 벗어났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모두 창의적으로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상상하는 것을 멈추지 말고 정해진 규칙에 의문을 가져보세요. 그리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오늘 하루는 여러분도 조금 특별한 상상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에릭 요한슨 사진전 中



최은희.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