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한 도시, 레라미. 그곳에서 잔인한 사건이 일어났다. 1998년의 가을, 와이오밍 대학에 다니던 스물 한 살의 청년 매튜 쉐퍼드는 남성 두명에게 폭행과 처참한 고문을 당했다. 반나절이 지나고 울타리에 묶인 그는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병원으로 이동했지만, 끝내 죽음에 이르렀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8명의 극단원. 연극 <레라미 프로젝트>는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다.
<레라미 프로젝트>는 미국 전역 무대에 올랐고 영화로 제작되었으며,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소개되었다. 작가 모이세스 카우프만은 그의 극단원들과 함께 무려 1년이 넘게 이 살인 사건을 조사했다. 사건의 배경인 '레라미' 주민들과 200번이 넘는 인터뷰를 했으며 그 기록을 바탕으로 연극을 만들어 성 소수자가 살아가는 혐오 사회를 조명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매튜 쉐퍼드 혐오방지 법령'이라는 혐오 범죄 보호헙을 제정했다고도 한다. 그만큼 이 동성애 혐오 사건은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아 매튜. 그 게이새끼요?"
이 한 문장으로 <레라미 프로젝트>의 전체 인상을 단박에 느꼈다. 음절 하나 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혐오의 냄새. 내 예감은 들어맞았다. 연극의 모티브는 동성애자 혐오로부터 일어난 살인 사건이었다. 나는 단번에 알아맞힌 것을 뿌듯해할 틈도 없이 씁쓸해졌다. 동성애와 혐오. 이 두 단어 사이가 낯설지 않았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지만 여전한 성 소수자를 향한 혐오 어린 시선들. 당장 광주퀴어축제만 보아도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피켓을 들고 모이는 인파만 대략 2만 명이다. 동성애가 문화축제라는 형식을 통해 조장되고 확산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것이 그 이유란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데 어떤 자격으로 반대한다는 걸까. 나조차도 가슴 한켠이 탁 막힌 듯 답답한데 성 소수자들에게는 가치관의 부정이자 어쩌면 존재의 부정일 수도 있다.
억울하게 죽은 매튜처럼 혐오를 밥먹듯 당하지만, 우연히 살아있는 제 2의 매튜들에겐 이 연극이 유의미하게 다가올 것 같다. 아직 연극을 보지 못해서 예측할 순 없으나, 비단 성 소수자 혐오뿐만 아니라 '혐오'라는 맥락에서 다뤄지는 수많은 안건을 되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혐오라는 맥락 안에서 나도 고개를 빳빳이 들 만큼 결백한 사람이 아닌지라 막이 내린 뒤 한참을 반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레라미 프로젝트
- The Laramie Project -
일자 : 2019.07.13 ~ 07.28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월 쉼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티켓가격
전석 35,000원
제작
극단 실한
기획
두산아트센터, 극단 실한
관람연령
14세 이상
공연시간
120분
극단 실한

극단 '실한'은 허실 없이 옹골차고 든든하다는 뜻을 가진 단어 '실하다'처럼 내실 있는 연극 작업을 위해 모인 젊은 극단입니다. 현대사회 속 소외되는 다양한 인간상에 주목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될 수 있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듭니다. 그것을 때로는 아프게, 때로는 유쾌하게, 또 때로는 따뜻하게 그려내고 싶습니다. 우리의 작업이 관객들 가슴에 '실한 연극'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합니다.